반항적이고 모던한 블랙이냐, 우아한 핏빛의 버건디냐? 이번 시즌, 여자는 두 개의 얼굴로 정의된다.
반항적인 소프트 펑크
“우리가 전에는 다소 아름답지 않다고 여겼던 부분에 주목하고 있죠”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처럼 이번 시즌 대세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파괴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를 점령한 스타일은 바로 펑크다. 하지만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펑크와는 다르다. 한결 부드러워졌달까? 로다테와 로베르토 카발리의 룩을 살펴보자. 피곤해 보이고 조금은 지저분한 블랙 스모키 아이와 건조해 보이기까지 하는 얼굴은 반항을 일삼는,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녀와 닮았다. 펑크 음악의 뮤즈인 조안 제트의 시크함 혹은 마리안 페이스풀의 반항적이지만 예쁜 소녀의 얼굴처럼. 마크 제이콥스의 백스테이지를 책임진 프랑수아 나스는 바로 그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펑크 룩을 보여줬는데 블랙과 차콜이 뒤섞인 스모키 아이와 짙고 잘생긴 눈썹, 누드 립은 펑크 룩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 이번 가을만큼은 아이 메이크업이 번질까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과감하게 블렌딩하라. 이런 펑크 무드는 헤어에서도 엿보인다. 모히칸 스타일을 응용한 펜디나 장 폴 고티에, 날이 선 듯한 커팅 라인이 돋보이는 마리 카트란주가 그렇다. 그러니 이제 조금은 흐트러져도 좋을 때라는 얘기다.
서늘한 신비로움, 뱀프
또 다른 백스테이지에서는 어두운 로맨스 스토리가 펼쳐졌다. 차가운 기운마저 서린 듯한 창백한 피부, 음영이 깊게 진 눈매와 핏빛 입술까지. “레드에서 버건디와 퍼플 블랙까지, 어두운 색상의 입술은 으스스하면서 신비로움을 더해주죠”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롯 틸버리의 말처럼 이번 시즌의 버건디 컬러는 무언지 모를 사연을 숨긴 듯한, 그래서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여성성을 발산한다. 다채로운 레드 팔레트를 보여준 여느 시즌들과 달리 차가운 느낌의 레드 블러드나 옥스블러드, 버건디 일색인 것도 특징.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시즌에는 차가운 빛이 감도는 일명 ‘쿨톤’ 색상이 잘 어울려요. 마치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죠. 신비스럽기도 하고요.” 마치 아름다운 뱀파이어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 살짝 비에 젖은 듯한 헤어에 보르도 와인으로 물들인 듯 진한 버건디 입술의 루이 비통이나 매트한 레드 립에 짙은 갈색 음영의 눈매를 매치한 3.1 필립 림이 이런 분위기의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면 구찌와 지방시, 알투자라는 버건디 혹은 옥스블러드 컬러로 눈가를 물들임으로써 생각지 못한 응용 답안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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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김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