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아

W

‘뀌숑’은 식재료가 딱 알맞게 익는 온도를 뜻한다. 프렌치 레스토랑 ‘뀌숑 82’에서 만난 요리들 역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좋았다

위부터 | 비트를 곁들인 덕 브레스트, 라따뚜이와 막걸리 소르베와 함께 즐기는 포크 밸리 블랑케트.

위부터 | 비트를 곁들인 덕 브레스트, 라따뚜이와 막걸리 소르베와 함께 즐기는 포크 밸리 블랑케트.

뀌숑 82’엔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휘황찬란한 코스 메뉴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격대. 그렇다면 우선 이곳의 친근한 프랑스 요리를 요리조리 조합해 코스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먼저 식전엔 주문하지 않아도 빵이 먼저 배달된다. 흔한 올리브오일이나 버터 대신 오리 다릿살이나 연어를 은근한 불에 익힌 다음 다져서 만든 리예트를 함께 내주는 건, 처음부터 ‘요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셰프의 마음이다. 전채요리로는 된장에 마리네이드시켜 하룻동안 놔두었다가 저온에서 10시간 동안 익힌 돼지 삼겹살을 작은 정사각형으로 썬 후 코니숑, 샬롯, 스톡을 넣어 오븐에서 다시 익혀낸 포크 벨리 블랑케트를 권한다. 여기에 라따뚜이와 막걸리 소르베까지 곁들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풍요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달걀 요리 신봉자라면 진한 치킨 육수에 버섯, 야채, 염장 삼겹살 등을 넣어 만든 국물 위에 올린 쫀득한 달걀 또한 지나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메인 요리를 선택할 땐 오렌지향 오리 가슴살에 빨간 비트를 곁들인 향긋한 덕 브레스트가 아름다운 자태로 유혹하지만, 한 주에 5개밖에 준비되지 않는 뵈프 부르기뇽이 아직 남아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면 뺏기기 전에 얼른 주문부터 하고 봐야 후회하지 않을 거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푸짐하게 즐겼는데도 생각보다 덜 부담스러운 영수증은 그 어떤 디저트보다 달콤하지 않을까. 양재천 뚝방길 STX R&D센터 옆.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