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청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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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정답이 있는 걸까 갸웃거린다.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인생이라 한숨짓다가도, 가진 게 없으니 손해볼 것도 없다고 품을 열어 세상을 껴안는 젊음. 옥상달빛의 스물여덟은 확신보다 망설임이 많아서 아름다운 시간이다.

김윤주가 입은 검은색 점프수트는 Time 제품. 박세진이 입은 언밸런스 헴라인의 원피스는 DuMade, 검은색 롱 재킷은 Debb 제품.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윤주가 입은 검은색 점프수트는 Time 제품. 박세진이 입은 언밸런스 헴라인의 원피스는 DuMade, 검은색 롱 재킷은 Debb 제품. 액세서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 어떻게 지내나?
박세진 최근에 작업실을 얻었다. EP나 1집에서 발표한 노래들은 우리가 함께 살 때 쓴 곡들이 많다. 같이 곡도 쓰고 노래나 연주 연습도 하려고 마련한 공간이라 무척 설렌다.
김윤주 ‘라디오 천국’이 끝났는데 수요일이면 당연히 스튜디오에 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로그램이 없어진 건 마음이 아프지만 훌륭한 무언가의 일부였다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10cm와 라이브 경연을 하는 포맷이라 준비에 공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김윤주 처음에는 한 달만 임시였다가 제작진의 신뢰를 받아서 고정 게스트로 바뀌었는데, 그때 마치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고용 안정의 기분을 느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박세진 10cm는 보컬의 가창력이 강한 스타일인 반면에 우리는 둘이 잔잔하게 연주하고 노래한다. 비교하자면 눈에 덜 띄는 쪽이었을 텐데도 PD님이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 같다고 우리를 평가해줘서 힘을 얻었다.
김윤주 여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음악에서 편곡이 중요하다는걸 깨닫는다. 그런 면으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10cm가 음악 준비해온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둘의 호흡 같은 건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데, 정열의 노래 철종의 기타가 갈수록 흔들림 없어지더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음악 동료이고 가까운 측근인데 자극을 많이 받았다.

1년 6개월 전 더블유와 첫 인터뷰를 했는데, 1집 정규 앨범에 대한 야심이 컸다. 2CD로 만들고 싶다거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싶다는 등의 희망을 내비쳤는데 실제로 나온 음반 사이에 숱한 고민과 좌절, 타협이 있었을 것 같다.
김윤주 그때는 야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편성으로 EP를 냈는데 예상치 못한 관심을 크게 받았다. 부담감도 있었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컸다. 그런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 고 나니까 우리가 만족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고, 마음이 편해졌다. 스트링을 쓰되 규모를 줄이는 등 재정적인 이유로 타협을 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하고 싶었던 걸 했고 옳은 투자였다고 생각한다. 야심은 여전히 가득하다.
박세진 그거 없으면 안 되지 않나? 창작하는 사람이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욕심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면 지금 품고 있는 건 어떤 욕심과 야망인가?
김윤주 12월에 새 싱글이 나온다. 더 작고 간결하게, 목소리에 건반 하나, 혹은 트럼본 같은 클래식적인 악기 하나 이렇게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옥상달빛의 영역을 넓히고 싶은데,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해온 어쿠스틱의 끝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 한쪽 끝에 닿으면 또 다른 하고 싶은 새로운 음악으로 출발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박세진 둘 다 일렉트로닉을 좋아해서 그런 쪽으로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하다.

옥상달빛 두 사람을 묶어주는 끈은 무엇인가?
박세진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 그리고 개그 코드. 전 인류를 통털어 여자 중에서는 윤주가 제일 웃기다.
김윤주 음악은 진지하게 생활은 가볍게, 이게 우리 모토다. 그 반대인 사람들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공통적으로 오버하는 걸 싫어한다. 슬플 때 너무 슬퍼하는 거, 기쁠 때 너무 기뻐하는 걸 경계한다. 최근에 내가 선글라스 끼고 운 적이 있다. 너무 슬픈데 그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는 창피해서 선글라스 낀 채로 옷 구경 하면서 슬쩍 눈물을 흘렸다. 그런 느낌을 갖고 가고 싶다. 눈물 흘리라고 강요하기보다 담담하게 얘기하는데 슬픔이 전해져오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1집 타이틀이 ‘28’이었다. 각자의 스물여덟 한 해는 어땠나?
김윤주 가장 바빴고 많이 무너진 한 해였다. 각자 단점을 직시하고 자신에 대해 알면서 욕심도 많이 생기고,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도 깨달으며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
박세진 맛으로 표현하자면 쓴맛이 났다. 팀에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 한 해였지만 개인적으론 썩 아름답지만은 않은 청춘의 끝자락인 것만 같다. 피부도 생기를 잃어가고… (웃음) 대충 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한 해다.

노랫말에 사랑 얘기가 참 없는 편이다.
김윤주 사랑에 대한 가사를 쓰면 내 의도와 저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노력한 흔적이나 억지스러운 티가 없이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사랑 이야기는 유독 어렵다. 하지만 내년에는 앨범 하나를 다 사랑 이야기로 채우는 게 목표다. 커버에도 하트를 넣고, 온통 사랑 노래로! 그리고 난 세진이가 쓸 사랑 이야기가 기대된다. ‘질퍽대는 땅바닥 지렁이’라는 감성을 가진 친구니까.

요즘의 관심사는?
김윤주 스물아홉, 2012. 내년에 뭐할지 궁금하다. 올해 참 감사할 일이 많았는데 내년은 어떨까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박세진 가창력, 그리고 사랑.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김윤주 작년에 이어 유희열 선배님일 것 같다. 정엽, 윤도현 선배에게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배들로부터 건네받은 따뜻함과 감동을 돌려줄 수 있는, 우리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2012년의 바람은?
박세진 팀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 좋겠다. 그리고 하늘이 도와줘야 나온다는, 그런 큰 히트곡이 하나 나와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2011년의 특별한 계획이 있나?
김윤주 12월에 단독 공연이 있다. ‘수고했어, 올해도’라는 제목이다. 옥달의 사계를 볼 수 있을 거다. 박세진 단독 공연 직후에는 일본 부도칸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다. 배우 공유 씨가 우리 음악을 좋아해서, 운 좋게 그분의 일본 팬미팅에서 노래하게 된 거다. 공유 씨랑 잘 맞춰서 예쁜 무대를 만들고 싶다.
김윤주 우리한테 은근히 또 큰 무대가 잘 어울릴 수 있다. 큰 무대는 뭐니뭐니 해도 실로폰이야(웃음).

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윤명섭
스탭
스타일리스트/한연구, 헤어 메이크업/ 포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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