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이 무색무취의 색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시즌, 당신에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듯. 2011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잘나가는 뭇 디자이너들이 손을 들어준 영예의 색상인 ‘화이트’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니 말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지방시의 날 선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흰색 재킷은 절도 있는 카리스마를, 알렉산더 왕이 흰색 와이드 팬츠와 매치한 올 화이트 룩은 모던 캐주얼을, 한편 돌체&가바나의 흰색 레이스 룩은 순수한 관능을 속삭인다. 그러니 이번 시즌 마음먹고 화이트 룩을 시도해보길. 다만 흰색의 ‘아’ 다르고 ‘어’ 다른 섬세한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별 생각 없이 시도했다간 백의민족의 위상을 깎아먹을지도 모를 일. 그러니 여기 당신을 화이트 룩의 종결자로 만들어줄 7명의 스타일리스트가 전하는 살가운 팁에 귀를 기울여보라.
화이트는 새로운 블랙, 카리스마를 더해라
이번 시즌, 화이트는 단순히 소녀답거나 내추럴한 이미지를 넘어 강렬한 인상을 드러낸다. 즉, 블랙의 카리스마를 대신해 때론 섹시하고 때론 매니시하게 활약하는 것. 그러니 역발상을 통해 신선한 스타일을 연출해보면 어떨까.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나 앤 드뮐미스터가 선보인 것처럼 개성 넘치고 아방가르드한 화이트 룩을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듯. 그리고 ‘뉴 블랙’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LBD(리틀 블랙 드레스) 대신 한여름을 만끽할 수 있는 LWD(리틀 화이트 드레스)를 눈여겨볼 것. 나아가 올여름만큼은 트렌드의 기류를 탄 채, 발끝까지 화이트 슈즈로 마무리한 룩을 연출해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스타일링 팁은 흰색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 앤 드뮐미스터가 선보인 밀리터리 스타일의 흰색 워커나 휴양지에서 각광받을 흰색 파나마 모자는 ‘흰색은 밋밋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엎고 오히려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대로 어필할 수 있으니까. 결국 일체유심조, 아니 일체유백조(모든 것은 흰색에 달려 있다)라는 공식을 잘 활용하면 자칫 어렵게만 여겨지던 화이트 룩에도 해답은 있다.
-스타일리스트 김명희
시스루를 활용한 페미닌 룩 VS. 경쾌한 매니시 룩
흰색은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소재와 아이템을 잘만 고려해 선택하면 화이트 룩으로 관능적인 디바와 유쾌한 톰보이로 단숨에 변신할 수 있으니까. 우선 돌체&가바나처럼 흰색 시스루 블라우스나 레이스 원피스를 통해 매혹적인 룩을 연출할 수 있는데 이땐 안에 비치는 언더웨어의 색상에 유의해야 한다. 이너에 누드톤이나 흰색, 검은색 등을 매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시즌 트렌드이기도 한 비비드한 색상의 언더웨어도 산뜻할 듯. 한편 통 넓은 무릎길이의 흰색 버뮤다 팬츠에 레페토에서 선보인 흰색 재즈 슈즈나 옥스퍼드 슈즈 등을 매치하면 경쾌한 매니시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이때 흰색 슬리브리스 티셔츠나 피케 티셔츠, 그리고 더블 버튼이 달린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테일러드 재킷를 더해볼 것. 티셔츠나 재킷 둘 중 하나만 흰색 아이템을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뉴트럴 색상으로 조화롭게 매치하면 좋다.
-스타일리스트 하상희
유연한 실루엣과 액세서리로 레트로적인 우아함을 드러낼 것
푸른 바다와 하늘, 백사장이 맞닿아 있는 카리브해와 같은 휴양지에서 흰색은 더욱 빛을 발한다. 나 역시 여름휴가 기간엔 꼭 리넨 소재(옷의 형태감을 잡아주는)의 화이트 아이템을 챙기곤 하는데, 그중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박시한 흰색 팬츠다. 복사뼈를 살짝 덮고 발목은 그대로 드러내주는 길이의 팬츠로 이번 시즌, 알렉산더 왕이 선보인 것과 같은 헐렁한 티셔츠와 매치하면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누드톤의 수영복을 이너로 입은 채 브라가 살짝 비치게 연출해도 좋을 듯. 혹은 7부 소매의 레트로풍 화이트 원피스도 추천하는데, 이때 실루엣에 유념해야 한다. 랑방, 클로에, 마르지엘라, 이브 생 로랑, 혹은 구호에서 선보인 미니멀하고 박시한 실루엣의 무릎길이 미디 원피스라면 제격일 듯. 여기에 루부탱이나 지미 추에서 선보인 에스파드류 샌들, 헬렌 카민스키의 챙이 넓은 모자, 큼직한 골드 주얼리나 진주 목걸이를 더하면 1920년대풍의 샤넬을 연상시키는 리조트 룩이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미아 패로 같은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서정은
소재의 믹스 매치를 즐겨라
흰색에 재미를 더하려면 소재를 잘 활용할 것. 예를 들어 돌체&가바나가 선보인 화이트 레이스 소재의 원피스나 백처럼 그 질감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소재를 선택하는 게 흰색의 밋밋함을 보완해준다. 나아가 같은 흰색이라도 소재의 믹스 매치를 시도하면 색다른 느낌의 올 화이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면과 울, 자카드와 실크, 저지와 가죽처럼 서로 다른 분위기의 소재를 섞어볼 것. 그리고 황금빛의 액세서리를 매치해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더해도 좋다. 사실 흰색도 표백된 듯한 눈이 시린 흰색부터 크림 톤이 도는 흰색까지 가지가지. 특히 소재마다 흰색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기에 그 느낌을 살려 톤온톤 연출을 하면 흥미로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만약 올 화이트의 스타일링 공식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셀린이 선보인 것처럼 포인트 컬러를 더한 아이템은 어떨까. 칼라 부분에 검은색으로 테가 둘러져 있다거나 부분적으로 원색의 패브릭이 매치된 의상을 염두에 두면 좋을 듯.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에코 소재를 활용해볼 것
도심에서 화이트 룩을 시크하게 연출해보겠다는 들뜬 마음으로 위아래를 모두 정장 느낌의 포멀 룩으로 연출하기엔 무리수가 따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시즌, 화이트 룩은 너무 드레스업한 느낌보다는 캐주얼하게 연출하는 것이 더 트렌디해 보인다. 최근 개인적으로 즐겨 입는 화이트 룩 스타일은 친환경적인 오가닉 면 소재의 에코백을 활용하는 것이다. 형태감 없이 축 늘어져 어깨에 편안하게 멜 수 있는 흰색의 캔버스 백에 역시나 부드러운 촉감의 흰색 오가닉 소재 티셔츠를 입는 것. 다만 하의는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기본적인 형태의 흰색 팬츠를 매치해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건이 관건이다. 그리고 편안한 캔버스 슈즈와 흰색 프레임이 시원해 보이는 선글라스를 더하면 캐주얼하면서도 시크해 보이는 화이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최혜련
실루엣과 핏이 중요하다
화이트 룩을 연출하기 위해 단 한 가지를 쇼핑해야 한다면 이번 시즌 각광받는 유려한 실루엣의 와이드 팬츠를 추천한다. 휴양지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적절하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와이드 팬츠와 함께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의 흰색 니트를 레이어드해보면 어떨까. 이때 너무 벙벙하거나 어정쩡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허리 부분에 적당히 피트되면서도 유연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상체가 뚱뚱해 보이는 화이트 색상이 부담스럽다면 슬리브리스의 흰색 톱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고, 화사한 컬러감이 있는 벨트로 악센트를 줄 것. 어깨엔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흰색 재킷을 걸치고 말이다. 또한 조형적인 실버 뱅글과 사각 가죽 클러치, 투박한 나무 굽의 웨지힐을 더한다면 시크하고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의 화이트 룩이 연출된다.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화이트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색상을 찾을 것
올 화이트 룩을 선뜻 입기에는 고민과 두려움이 따르는 법. 그래서 주로 화이트 아이템을 스타일링할 때는 베이지와 같은 뉴트럴 컬러부터 캐멀, 더스트 블루와 같은 채도가 낮은 색상을 매치하게 된다. 눈이 시린 순백일 경우엔 애시드한 원색보다는 이러한 담담한 톤의 색상 매치가 안정적이며, 모던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다. 통 넓은 화이트 팬츠라면 부드러운 크림 톤의 블라우스를 매치해 여성스럽게 연출할 수 있고, 지방시에서 선보인 것과 같은 선이 날렵한 흰색 재킷이라면 멀티숍 수퍼노말에서 만날 수 있는 스토울즈(Stouls)의 꼭 끼는 가죽 팬츠 등을 매치하면 시크한 느낌이 배가된다. 액세서리로는 분더숍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이공삼일육(J0316)의 볼 팔찌는 어떨까. 비즈가 알알이 엮인 색색의 팔찌를 겹쳐 착용하면 화이트 룩에 생동감을 더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김기현, KIM WESTON ARNOLD
- 스탭
- 어시스턴트/송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