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엘라의 목소리가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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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 파격, 해체, 수수께끼, 그리고 작별. 마르틴 마르지엘라에 관한 다큐 영화 <마르지엘라>가 개봉한다.

마르지엘라가 그린 ‘자보(여성복 장식)’ 스케치.

쇼 준비 중 의상 피팅을 보는 모습.

2009 S/S 컬렉션.

2009 S/S 컬렉션.

1989 S/S 컬렉션 중 ‘타투 톱’이라 불린 재밌는 발상의 티셔츠.

유명한 디자이너는 유명한 소설가보다야 훨씬 좋은 영화 소재다. 문인에 대해선 책상 앞에 앉아 타이핑 하거나 고뇌하는 모습 정도만 보여줄 수 있지만, 디자이너를 둘러싼 광경은 우선 시각적으로 화려하다. 사각 천으로 시작해 입체적으로 완성된 의상, 무대 예술과 다름없는 런웨이, 모델, 스포트라이트, 열광과 비난, 그 모든 것의 이면에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 그래서 가브리엘 샤넬과 이브 생 로랑을 주인공 삼은 영화는 논픽션과 픽션 버전으로 여러 차례 세상에 나왔다. 마르틴 마르지엘라는 셀레브리티가 될 생각이 없는 디자이너였다. 1980년대, 이름난 디자이너들이 환호도 비난도 기꺼이 받으며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 그는 은둔형 디자이너로 지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익명성’이다. 이건 다큐멘터리 영화 <마르지엘라>에서 그가 육성으로 들려주는 고백이다.

작년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마르지엘라>가 9월 국내 개봉한다. 2017년에 <우리, 마르지엘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제는 ‘메종’이 붙지 않은 마르틴 마르지엘라에 관한 필름이 나올 때가 됐다. 어릴 적에 피에르 가르뎅 스타일의 바비 인형 옷을 만들며 놀았다는 그를, 그의 좀 더 내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다큐 말이다. <마르지엘라>의 원제에는 ‘그 자신의 말로(In His Own Words)’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영화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컬렉션 아카이브와 쇼를 충실하게 불러내고, 그 가운데 2008년 20주년 기념 쇼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마르지엘라의 내레이션이 1인칭 소설 주인공처럼 흐른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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