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Icon (송은이, 김서형,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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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아르투아가 지지하는 송은이, 김서형, 김윤아.

누군가가 길을 가다 멈추거나 돌아설 동안, 그 길을 계속 나아간 사람이 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찬란한 현재로, 자부심 있는 과거로 남기며 또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된다. 스텔라 아르투아가 지지하는 송은이, 김서형, 김윤아는 자신들만의 역사를 썼고, 여전히 쓰고 있는 세 여자다.

“인생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송은이가 입은 오픈 칼라 셔츠는 Cos 제품.

1992년, 송은이는 서울예술대학의 개그 클럽 멤버로 활약 중이던 시절 KBS에서 제안을 받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 램의 코너 하나를 같이 해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아르바이트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평생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그런데 그걸 계기로 개그맨 특채 기회를 얻었고, 결국 27년을 코미디언으로 살아오고 있네요.” 인생이란 어떤 것을 고를지 모르는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처럼, 27년 전의 송은이도 자신이 어떤 인생을 고른 것인지 알 길은 없었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 송은이가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옛날에도, 지금도 재미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동기가 새 코너를 짜는 걸 도와달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깔깔대며 얻는 재미가 좋았으니까. 그래서 그럴 시간에 네 거나 준비하라고 조언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저는 그냥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 같아요. 결국 그게 다 저를 위한 시간이었던 거죠.” 남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내가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은 송은이에게 늘 새로운 오늘을 선사하는 동력이 됐다.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송은이가 입은 셔츠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송은이는 한때 방송 기회가 줄어들어 고민이 많았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았다. 김숙과 함께 진행한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한 것도, 회사를 차려 콘텐츠를 기획하고 ‘비보티비’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 것도 그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근본적 바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송은이에게만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얻은 반향을 방송사들도 모르지 않았다. 김숙과 함께한 SBS 러브FM 라디오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도, 최화정, 이영자, 김숙, 장도연과 함께 출연한 올리브TV의 <밥블레스유>도,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와 함께 활동하는 셀럽파이브의 도전을 그린 JTBC2의 <판 벌려-이번 판은 한복판>도 송은이가 기획한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프로그램에서 파생한 결과물이다. “매 순간 뭘 하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걸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해요. 결국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보여줬을 때 재미있다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코미디언이 되기 전 송은이는 가수를 꿈꿨다고 한다. “형태는 조금 달라진 거 같지만 앨범도 냈고, 가수로 무대에도 섰고, 지금은 셀럽파이브로 활동 중이니 사실상 원하는 일을 하게 된 셈이 죠.” 송은이는 지금 자신이 꿈꾸던 무대에 서 있다. 마음이 있다면 그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될 수 있음을, 그렇게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음을, 송은이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무대를 찾아 오늘로 왔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라는 카피에서 답을 찾았어요.”

김서형이 입은 셔츠와 스커트는 Eudon Choi,

김서형이 말했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연기한 김주영 덕분에 만인의 사랑을 받고, 대단한 인기를 얻은 김서형은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SKY 캐슬>의 김주영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캐릭터지만 한편으론 도망가고 싶은 역할이기도 했어요. ‘잘 해냈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제로 김서형은 드라마 촬영을 마친 후 막연하면서도 강렬한 의문에 시달렸다. 세간의 열광과 주변의 칭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허무의 정체를 짐작하던 중, 제안을 받은 광고 카피에서 답을 찾았다. “카피를 보는 순간 ‘나는 아직 꿈을 좇고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내가 왜 배우를 하고 있는지, 해야 하는지 알게 됐죠. 여전히 배우로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답을 얻은 상태는 아니지만 그냥 묵묵히 좇는 것 자체가 괜찮은 것이라고, 위안을 얻게 됐어요.”

김서형이 입은 톱은 Ava Molli, 이너로 입은 원피스는 Lvir, 슈즈는 Stuart Weitzman, 이어링은 Hei 제품.

김서형에게 배우란 따라가야만 하는 꿈이자 영원한 숙제이지만 일찍이 찾아온 운명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당연히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이유도 없었어요. 그냥 무조건 배우가 돼야 했죠.” 1994KBS 16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김서형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된 건 2008년에 출연한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통해서였다. “누가 뭐라 해도 저는 항상 성실하게 연기에 임했고, 언제나 열심히 연기해왔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남들이 저를 어떤 배우로 생각하는지, 인지도가 좋아졌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인지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의미다. “<SKY 캐슬> 덕분에 배우로서 존재감이 커졌고, 작품을 선택할 기회도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것을 따라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연기에 답이 없듯이 인생에도 답이 없을 테니, 결국 나로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최소한 그걸 포기한 적은 없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수많은 삶을 경험하지만 끝내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배우의 인생이고 숙명이다.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도, <굿와이프>의 서명희도, <SKY 캐슬>의 김주영도, 김서형에게는 하나같이 꿈의 여정이자 끝없는 시험이었다. 삶의 굴곡도, 영광도, 불안도, 쾌감도, 배우 김서형을 오늘로 이끄는 인생이었다. 그리고 김서형은 여전히 일찍이 찾아온 운명에 대비하고 있다. “요즘은 나이 한 살 더 먹으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죠. 그래서 나태해지지 않으려 애써요. 나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 흔드는 거죠. 그래야 다음 작품을 할 때 에너지가 다시 채워질 거 같아서요.” 그렇게 김서형의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그렇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제 목소리가 지금 너무 작나요?”

김윤아가 입은 원피스는 Eudon Choi, 슈즈는 Reike Nen, 이어링은 Engbrox 제품.

김윤아가 물었다. 얼마 전 감기에 걸린 탓이라 했다. “그래도 공연이 끝나고 걸려서 다행이죠. 공연을 마치면 감기에 걸릴 자유가 생겨요.” 자우림의 프런트우먼이자 뮤지션 김윤아로서 살아온 23년의 세월 동안 김윤아가 생각한 건 단 하나였다. “자우림 멤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데뷔 때나 지금이나 생각은 비슷해요. 그저 우리가 원하는,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계속 함께 일했고, 덕분에 오랫동안 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자우림 그리고 김윤아에게 음악은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자 성공이었다. “저를 포함한 자우림 멤버들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꿈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해왔어요. 그러니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꿈을 이루는 셈이죠.” 사실 자우림과 김윤아는 시작부터 주목받는 존재들이었다.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 OST에 수록된 넘버 ‘Hey Hey Hey’가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자우림은 인디 신과 메인스트림 신의 경계에서 다양한 평가를 받아왔지만 록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음악적인 진화를 추구해왔다. “사실 제가 자우림 1, 2집은 잘 안 들어요. 그 당시엔 밴드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거 같아요. 3집 작업을 할 때 비로소 그동안 모자란 게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때부터 계속 좋은 사운드를 얻어내는 실험이 이어졌죠. 9집과 10집은 그런 경험이 잘 농축돼서 확실히 잘 정제된 사운드를 냈다고 생각해요.”

김윤아가 입은 원피스는 Blumarine, 슈즈는 Stuart Weitzman, 이어링은 Hei 제품.

20년 넘게 음악을 해온 김윤아에게 여전히 음악적인 목표라는 것이 있을까? “작년보다 더 성장하고 싶어요. 더 만족할 수 있는 앨범, 그게 영원한 목표가 될 거 같아요.” 그렇다면 뮤지션 김윤아가 아닌 자연인 김윤아의 삶은 어떨까? 음악이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예전에 안면신경마비가 왔을 때 청각에도 문제가 생겨서 음악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 음악 외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뭔가를 만들어내는 희열을 통해 살아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다행히도 김윤아와 음악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을 ‘워킹맘’이라 지칭하는 김윤아의 삶은 음악 밖에도 있다. “아이에 대한 제 바람은 크지 않아요.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어른이 돼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 같고요.” 그리고 김윤아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남의 기준대로 살면 행복할 수가 없어요. 저는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길을 가야겠죠.” 자신만의 꿈을 좇아오며 행복을 만끽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확신, 김윤아이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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