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뷰티의 진수 OM을 만나다

이채민

오가닉 뷰티가 넘쳐나는 시대. 제대로 잘 자란, 얼마나 질 좋은 원료를 어떻게 잘 사용했는지에 따라 제품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토스카나의 비옥한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해 추출한 원료를 기본으로 한 오엠(OM)은 그래서 좀 다르다.

온갖 약용 허브와 식물에 둘러싸인 농장 숙소의 전경.

온갖 약용 허브와 식물에 둘러싸인 농장 숙소의 전경.

유기농, 자연주의 하면 으레 떠오르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나 청정 지역의 대명사 뉴질랜드 말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출신의 오엠이 한국에 처음 론칭했을 때 붙은 오가닉 뷰티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다소 낯설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만한 진짜가 없더라. 토양이 비옥한 토스카나에 자체 농장을 갖추고 각종 식물을 심어 최고의 상태일 때 하나하나 직접 눈과 손으로 확인하며 꽃이나 열매를 수확할 뿐 아니라 화장품 원료까지 추출한다. 화장품에 담기는 원료의 95%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이탈리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100년이 넘은 올리브나무에서 생산되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오엠 농장의 꽃에서 채취하는 유기농 꿀까지(밀라노에는 이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오엠의 카페가 있다.) 오가닉 뷰티의 In & Out이 완벽하게 갖춰진 브랜드였다. 이 진짜 오가닉 뷰티, 오엠은 토스카나에서 시작되었다.

토스카나 자연의 혜택
오엠(OM)은 브랜드 이름부터 남다르다. ‘몬타우토의 약초(Officinali di Montauto)’라는 의미인데, 이는 창립자인 루이지 스코냐밀리오가 19세에 골수암에 걸렸을 때 토스카나 지역에서 휴양과 치유를 통해 암을 이겨낸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암을 이겨낸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금융인으로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유라고는 없는 삶을 돌아보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암=환경병’이란 확신 아래 친환경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엠의 시작이 되었다. 피부는 숨을 쉬는 신체 조직이기에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부터 철저히 유기농이어야 한다고 믿고 농약이나 화학 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토지를 수소문한 끝에 토스카나 마렘마 지역의 몬타우토에서 소박한 삶을 시작했다. 이곳은 연평균 기온 16도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바다에서 가까운 덕에 미네랄 성분이 토양에 축적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토양이 비옥하며, 이탈리아 최고의 사투르니아 온천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자라는 꽃과 농작물은 달콤하기보다 아로마테라피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약초 향을 지녔다고 한다. 토스카나 자연이 주는 혜택을 고스란히 담은 오엠의 농장은 입구부터 특별하다.

끝없이 펼쳐진 이모르텔밭과 라벤더밭.

끝없이 펼쳐진 이모르텔밭과 라벤더밭.

꿀과 밀랍을 얻기 위한 양봉장이 있는 것을 시작으로 농장 안쪽 깊숙이 자리한 숙소에 다다를 때까지 라벤더와 이모르텔, 칼렌듈라, 로즈메리, 올리브나무, 다양한 약용 허브가 자라는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오엠의 농장이 또 하나 남다른 점은 토스카나 여행의 특징인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아그리투 리스모는 농업과 여행이란 단어가 합쳐진 일종의 농가 체험 여행으로 1980년대에 시작되었다. 농장에 머물며 포도 수확이나 올리브 농사 등을 체험하는데, 토스카나 자연을 통해 자연 친화적인 삶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주방이 연결된 리빙 룸의 모습.

주방이 연결된 리빙룸의 모습.

토스카나의 돌로 쌓아 올린 옛 석조 농가를 개조한 오엠의 프라이빗한 농장 호텔은 8~10명 머물 수 있는 소담한 규모지만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지은 별장 같은 느낌이다. 널찍한 주방이 위치한 건물 앞쪽으로 농장이 드넓게 펼쳐지며, 작은 수영장까지 있으니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소박함은 창립자의 소신이자 브랜드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퀄리티는 아주 단순한 곳에서 보장되지요. 좋은 원료를 얻고자 쓸데없는 것을 더하고 변형시킬 이유가 없어요. 크림은 물과 오일이 주원료예요. 이 둘을 잘 배합하면 되는데, 쉬운 길로 가고자 계면활성제를 넣고 인공 보존제 등을 넣는 거죠. 최상의 비율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그런 화학적인 배합이 없어도 화장품은 충분히 완성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는다.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를 줄인 심플한 제품 패키지와 옛 방식의 생산 설비는 조금은 허름해 보이지만 수확된 농작물을 전통 증류 기법에 따라 130~160°C에서 추출하는 오엠의 에센셜 오일은 용매제를 사용해 저온에서 얻는 에센셜 오일 과는 유효 성분의 질이 다르다. 그 까다롭다는 ICEA(95%의 천연 성분과 10% 이상의 유기농 성분 함량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을 갖고 공정한 무역까지 체크한다)는 물론 세계 최초로Cosmos-Organic(95% 이상의 천연 성분 중 20% 이상의 유기농 성분 함유) 인증을 받아냈으니 원료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치유의 마법
오엠 농장에서의 친환경적인 삶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고 만든 오가닉 올리브유와 꿀, 잼과 치즈, 허브 티로 시작하는 아침 식사부터 농장 곳곳을 거닐며 온몸으로 흡수하는 식물의 에너지와 아로마테라피, 그리고 따사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앞뜰의 카우치에 앉아 책을 읽을 때까지 매순간 경험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오엠의 릴랙스 오일을 기본으로 따뜻한 스톤과 손을 이용해 림프관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꾹꾹 눌러주는 서울의 테라피스트들과 달리 이곳의 테라피스트들은 가볍게 주물러주고 지그시 눌러주는 정도의 압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독소와 부기를 빼는 데 충분하다고. 이에 대해 루이지 스코냐밀리오는 망설임 없이 원료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원료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그는 씨앗부터 철저히 유기 농작물을 고집하는데, 외부에서 원료를 반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눈으로 확인하고 최상의 상태일 때 수확하기 위해 해가 쨍할 때 직접 손으로 채취하고 모든 식물은 세포 파괴를 막고자 자연 바람으로만 건조한다. 그래서 속도가 좀 더디기도 하고,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생산 수량이 한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에센셜 오일은 방부제가 필요 없을 만큼 상태가 최상이다. 진짜 제대로 된 에센셜 오일은 그 자체가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치유 효과가 확실하다.

OM의 대표 주자인 페이스 토닉 밤.

엘리지리아 세럼.

세이지 마사지 클렌징 밀크.

부처브룸 토닉 아스트린젠트.

그 효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얼굴에 바르는 크림이지만 환절기면 찾아오는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곳곳에 아낌없이 발랐더니 일주일 만에 거의 가라앉았다. 자연에 대한 오엠의 철학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며, 환경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한다.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리지 않는 이런 철학이야말로 자애롭고 풍요로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가장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라며.

오가닉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뷰티

오엠의 친환경적인 삶은 토스카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밀라노의 유서 깊은 거리인 코르소 마젠타 12에 위치한 오엠 호텔, 세콘도 펜시에로(Secondo Pensiero)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이 건물은 창립자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가문의 소유로 내려온 것으로 역사적인 건물로 지정되어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오엠 매장이 위치한 이 건물의 정문을 들어서면 팔각형으로 된 독특한 중정이 나오는데 이곳에 오엠의 푸드 바가 있다. 오엠 농장에서 공수한 올리브유와 꿀, 허브 티를 비롯해 유기농 통밀 빵과 와인 등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예스러운 방 4개가 나온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방이나 오엠 푸드 바에서 취향에 맞는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매력까지 갖춘 프라이빗 호텔, 이탈리아 특유의 우아한 친환경적인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하자.

뷰티 에디터
송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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