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라이프 스타일의 모든 것

이채민

2018년, 먹고 마시고 즐기는 순간 이 이름들을 한 번쯤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커피부터 여행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12명이 자신의 인사이트로 지목한 ‘넥스트 빅 띵’.

스파클링 와인, 앙드레 클루에

통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저녁 모임 참석 횟수가 줄어들었고, 집에서 와인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와인 애호가의 길로 들어섰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수백 병의 와인을 마시면서 취향도 변화를 거듭해왔는데, 현재는 피노누아 품종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피노누아는 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멜롯, 시라에 비해 보디감은 가벼운 편이지만 아로마만큼 어디에도 뒤지지 않아 어느 자리에서든 즐겨 마시고 권할 수 있다. 요즘엔 블랑 드 누아인 ‘앙드레 클루에(Andre Clouet)’에 푹 빠져 있다. 100% 샹파뉴 지역의 피노누아 품종만 사용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인지도가 높은 돔 페리뇽, 모엣 샹동 못지않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프랑스 와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듯한 라벨 디자인도 앙드레 클루에의 인기 포인트 중 하나. 중저가 수준의 가격인데도 국내 와인 숍에서 간혹 이벤트를 할 때 현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와인 애호가들은 박스째 들여놓기를 불사한다. 송호섭_젠틀몬스터 해외 브랜딩 팀 팀장, 와인 애호가

문화복합공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아모레퍼시픽 1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 있던 신용산역의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재단장을 마치고 드디어 문을 열었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담당한 이 건물은 한옥의 메인 모티프인 중정의 형태를 차용하고 백자의 색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국내외 많은 건축가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신사옥 안에 들어서면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와 기획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차 전문 브랜드인 오설록의 조명과 가구는 디자이너 이광호의 작품. 지난 10년간 그의 포트폴리오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새로운 공간과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올해 안에 지하에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개관할 예정이라니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결되는 예술, 디자인 문화 기행의 동선이 용산 등지에도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정섭_가구 디자이너

독립서점, 인덱스

인덱스 1
건대 커먼라운드의 ‘인덱스(Index)’는 오픈 전부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꽤 회자된 공간이었다. 홍대 독립서점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 계간 <그래픽>의 김광철 발행인, 그리고 글자연구소의 김태헌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문을 연 공간이기 때문. A부터 Z까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판매하는 큐레이팅 방식과 편집자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소규모 전시는 독립서점의 매력을 십분 보여준다. 활자 뒤에 감춰진 편집자를 수면 위로 끌어낸다는 기획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한 공간. 여기에 2016년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의 공간과 가구를 디자인해 그 기량을 입증한 바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송전동이 인테리어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한 층에 약간의 높낮이를 두는 공간 연출로 풍성한 깊이감을 구현했다.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건대 인근에서 독보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명환_월간 <디자인> 에디터

소셜 다이닝, 야쿠모 사료

야쿠모 사료 1
도쿄를 전 세계의 힙한 브랜드들이 모여드는 집결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내게는 자국의 전통을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 외국인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심하는 도시로 기억된다. 지역의 소셜라이징은 물론 전통문화를 우아하고 세련되게 경험하게 하는 힘. ‘야쿠모 사료(Yakumo Saryo)’를 디자인한 오가타 신이치로는 ‘히가시야마 도쿄’와 ’안다즈 도쿄’의 스파와 풀, 루프톱 바를 설계하고 일회용 그릇 ‘와사라’를 론칭한 이로 유명하다. 다만 저녁은 야쿠모 사료에서 직접 초대한 사람에게만 그 호사를 누릴 권한이 주어진다. 아침과 점심은 누구나 예약 가능. 특히 조식은 일본식 차와 식문화는 물론 일본 특유의 정교함과 자연스러운 흐름, 집요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웰컴 티로 서브되는 녹차부터 식사 후 제공되는 말차와 아름다운 화과자까지, 그곳에 앉아 있는 순간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김혜준_푸드 컨설팅 전문 김혜준컴퍼니 대표

자동차, 볼보 XC40

New Volvo XC40 - exterior
과거의 볼보는 안전한 차라는 이미지에 투박한 디자인으로 폭넓게 사랑받지는 못했다. 구석구석 녹아든 환경과 사람에 대한 배려는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가 치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그런 가치가 자동차가 갖춰 야 할 바람직한 덕목 일순위로 꼽힌다. 지금의 볼보는 안팎으로 무르익은 스칸 디나비아 디자인으로 과거의 약점도 벗고 지난 몇 년 사이 꾸준히 주목받아왔 다. 그럼에도 이전보다 올해 더 볼보를 주목할 만한 자동차 브랜드로 꼽는 이유 는 이상적인 차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선언을 실천한 모델이 올해부터 차근차근 출시되기 때문이다. 안전성과 친환경성, 편리하고 쾌적한 주행 감각을 소형 크 로스오버 카에 담은 XC40이 첫 주자다. 이전에 크고 비싼 차들을 통해 보여준 볼보의 능력이 이제 작은 차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전 기 모터의 힘을 빌려 배출 가스 걱정을 줄이는 변화도 본격화된다. 누구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뼛속부터 바람직한 자 동차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그래서 묵묵히, 편안한 모습으 로 직접 실천하는 볼보의 모습을 더 기대하게 된다. 류청희_자동차 평론가

가구 디자이너, 함도하

함도하 2
최근 한남동 구호 플래그십 스토어 2층 쇼룸에서 가구 디자이너 함도하의 전시가 열렸다. 그와 구호가 협업한 에코백, 파우치, 브로치는 ‘아티잔(Artisan)’ 라인으로 제작돼 큰 호응을 얻었고 가구는 완판됐다. 그의 스타일은 한국 미술계에 없던 것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을 재료로 울고, 웃고, 매달리는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 조각을 만든 후 아크릴 물감으로 화사한 컬러를 입히고 무늬목 프레임에 장식처럼 결합한 디자인. 색채와 디자인에 활력이 넘쳐 한번 보면 결코 잊히지 않는다. 구호 전시를 계기로 여러 기업이 그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나섰으며, 이미 다른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논의 중이라고. 정성갑_<럭셔리> 피처 팀장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 & 라푸안 캉쿠리트

키티버니포니 1
한국과 핀란드의 두 패브릭 브랜드. 대를 이어 다져진 내공으로 디자인과 생산, 유통과 마케팅에 모두 능하고,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매년 성큼성큼 성장하는 회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국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흥미롭고 밀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한편, 가족의 삶을 성장의 축으로 삼고, 좋은 팀워크의 정예 멤버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올해 키티버니포니는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독보적인 패브릭 브랜드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라푸안 캉쿠리트(Lapuan Kankurit)는 현대적인 생산과 스토리지 시스템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100년 전통을 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희선_TWL 대표

브루어, 민성준

민성준 1
수제 맥주 브랜드 ‘브루어리 304’의 헤드 브루어 인 민성준은 부침이 많은 국내 수제 맥주 업계에 서 최근에 발견한 보석 같은 존재다. 이 업계의 여 러 이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퀄리티 컨트롤’ 부분인데, 민성준이 브루어로서 가장 까다롭고 책 임감을 느끼는 부분이 퀄리티 컨트롤이라는 점에 서 특히 그렇다. 정직하고 꾸준하게 맥주 제조에 정진하는 그의 포텐셜은 브루어리 304의 맥주 ‘플루토 시리즈(Pluto Series)’에서 터졌다. 페일 에일, 스타우트, 블론드 에일과 시즌 맥주인 민트 초코 스타우트, 세종으로 구성된 시리즈로, 모든 맥주가 각각의 특징을 흠잡을 데 없이 표현하고 있다. 민성준의 실력은 블랙 맥주, 스타우트에서 정점을 찍는다. 페퍼민트, 발로나 코코아 파우더 가 들어간 ‘민트 초코 스타우트’는 지난해 GKBF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주목을 받았고, 브루어리 304와 민성준의 이름을 업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건휘_누바 대표

빈투바 초콜릿, 마루

마루초콜릿 1
커피에 ‘스페셜티’가 있다면, 초콜릿에는 ‘빈투바’가 있다. 카카오 원두의 선별부터 완전한 초콜릿 바가 탄생하기까지, 쇼콜라티에가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한 초콜릿을 빈투바 초콜릿이라 부른다. 여기에 한 치의 부끄럼 없이 투명하고 윤리적이기까지 하다면? 독특한 풍미의 베트남 카카오에 반한 두 프랑스 청년이 론칭한 이 브랜드는 공정무역 방식으로 농민들이 최상의 카카오를 재배하도록 퀄리티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농가를 방문해 기술과 설비를 지원한다. 세계 초콜릿의 진검 승부장인 국제 초콜릿 어워즈, AOC(Academy Of Chocolate Awards)에서 매년 수상 실적을 쌓는 명성도 누리고 있다. 쏟아지는 찬사와 초콜릿 성지의 연이은 입성과는 별개로, 마치 와인처럼 현지 카카오 빈의 풍미와 테루아를 강조하기 위해 베트남 남부 5개 지역에서 구매한 각 카카오의 맛을 살린 초콜릿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마루 초콜릿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올해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마루’를 기억하자. 짙은 초콜릿 드링크와 디저트, 그리고 선물하기 좋은 현지 한정판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전통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인쇄한 패키지와 시트러스, 꽃향기 등을 듬뿍 머금은 아로마, 농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심이 담긴 이 초콜릿에 까다로운 유럽의 초콜릿 마니아부터 윤리적 소비자까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용훈_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협력국장

푸드 트렌드, 한 접시의 기쁨

푸드 트렌드 2
한 번의 식사에 큰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할애하며 격식을 차려야만 파인다이닝 셰프의 음식을 마주할 수 있었다면 올해는 그 방식이 제법 간소해질 전망이다. 뉴욕과 서울에서 미슐랭 2스타를 받으며 뉴 코리안 파인다이닝의 정수를 보여준 임정식 셰프는 지난 1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평화옥’을 열고 곰탕과 냉면 등 남과 북의 대표 음식 판매를 시작했다. 또 올해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테이블포포의 김성운 셰프는 최근 파스타집 ‘파스타포포’를 오픈했고, ‘토크노미(Tocnomy)’란 콘셉트로 재패니즈 프렌치를 선보이는 톡톡의 김대천 셰프가 오픈한 ‘식부관’이라는 식빵집은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호주, 홍콩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호주의 전설적인 요리사 닐 페리는 버거 프로젝트를 기획, 고급 레스토랑의 콘셉트에서 벗어나 음식의 퀄리티는 더욱 높이고 좀 더 편안하고 쉬운 서비스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미식가들에게 이만큼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까? 장은실_맛있는 책방 편집장

카페 기행, LA아츠 디스트릭트

LA 아츠 디스트릭트 2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트렌드는 지역을 이동하며 그 흐름이 이어진다.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가더니 뉴욕을 거쳐 최근에는 LA가 주목받고 있다. 서부에서도 샌프란시스코와 LA 커피 신의 격차가 큰 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나 흥미롭다. 시카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의 LA 지점 출신 바리스타들이 근방에 카페를 열면서 새로운 카페 신이 형성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는 편의점 콜드브루 시장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찰스 바빈스키가 카일 글랜빌레(Kyle Glanville)와 각자 성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G&B Coffee’와 이들이 운영하는 또 다른 카페 ‘Go Get EmTiger’는 이 지역 카페의 최전선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예상외로 이들은 자체 로스팅을 하지 않고 여러 곳의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내는 ‘멀티플 로스터리’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좀 더 밀도 있게 LA 카페 신을 둘러보고 싶다면 아츠 디스트릭트(Arts District)의 마테오 스트리트 근방을 추천한다. 이전 핸섬 커피 자리에 들어선 블루 보틀 커피를 중심으로 카페들이 포진해 있다. 김병기_프릳츠커피컴퍼니 대표

여행 애플리케이션, 비상준

비상준 1
업무상 중국 출장이 잦은 편인데, 중국은 연착이 잦아 애를 먹은 적이 많다. 그런 나를 본 중국인 친구가 알려준 ‘비상준( 常准, Fei Chang Zhu)’은 전 세계 공항의 항공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앱으로, 비행기의 연착 정보는 물론 수화물 게이트의 번호, 공항의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 앱을 설치하고 일련의 경험을 한 뒤로 더 이상 공항의 전광판을 확인하지 않게 됐다. 미세먼지 때문에 인천공항이 마비되었을 때 공항 내 방송보다 빠르게 연착 안내를 해줬고, 시간 차로 수화물 게이트가 뜨지 않아 탑승객 모두 우왕좌왕할 때 나는 앱이 안내해준 게이트로 곧장 가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비상준은 업데이트할 때마다 항공 경로나 각 항공기의 좌석 사이즈, 앞뒤 간격 등 보다 섬세한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를 놀라게 한다. 비록 중국어로 만들어진 앱이지만 금세 적응될뿐더러 항공편, 출발 및 도착일만 입력해도 연착 정보, 게이트, 짐 찾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것만으로 이 앱의 사용가치는 충분하다. 개인 여권 정보를 등록하면 자동으로 항공 예약 정보까지 불러오는 시스템. 그래도 중국어라 꺼려진다면? 보다 간소화한 영문 버전의 앱 ‘Vari Flight’가 있음을 알리는 바다. 변사범_플러스엑스 공동 대표

프리랜스 에디터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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