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Vol.1

이채민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간다. 패션계는 2017년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패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놀라운 협업, 정든 하우스를 떠나는 디자이너, 페미니스트 열풍 등 패션계의 2017년을 되짚어봤다.

01/JAN

신발왕 뎀나

뎀나 바잘리아

동시대 패션을 이끄는 기린아 뎀나 바잘리아, 뎀나가 선보이는 신발은 늘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신발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스트리트 신에서는 품절 대란이 일어났고, 가격 프리미엄은 기본 옵션이었다. 시작은 발렌시아가에서 선보인 ‘스피드 트레이너’. 양말 같은 디자인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제품 이후, 리복과의 협업으로 발매한 ‘낙서 퓨리’와 펌프 시리즈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등장한 ‘트리플 에스’는 1백만원대 초반이라는 높은 발매가에도 없어서 못 사는 상황. 현재는 2백만원에 가까운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남성 슈즈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의 여성 슈즈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정도면 연타석 안타도 모자라 4연타석 홈런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진정 ‘신발왕이 될 사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사적 현장

LOUIS VUITTON

LOUIS VUITTON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협업을 선보인 루이 비통과 슈프림. 하이패션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만남이야 큰 이슈가 아니지만, 컬렉션 전체를 아우른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 그 파장은 엄청났다. 발매 하루 전날, 전 세계 루이 비통 매장엔 스트리트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슈프림 매장에서 보던 광경이 루이 비통 매장 앞에서 펼쳐진 것. 사실,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들에게 슈프림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나 입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진골’ 성향의 슈프림 마니아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협업이었을지 모르지만, 스트리트 신과 패션계에 신선을 넘어 충격을 안긴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02/FEB

라프 시몬스

CALVIN KLEIN

CALVIN KLEIN

‘헬로 뉴욕’ 라프 시몬스의 캘빈클라인 첫 쇼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뉴욕은 가장 핫한 도시로 떠올랐다. 그의 첫 뉴욕 컬렉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환상적인 쿨함으로 뉴욕 패션위크의 서막을 열었다. 당분간 캘빈 클라인 관계자들의 입에서 웃음이 떠날 일은 없을 듯싶다.

03/MAR

너도 나도 <미녀와 야수>

스와로브스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토퍼 케인

크리스토퍼 케인

크리스토퍼 케인

하이 칙스

하이 칙스

멜리사

디즈니의 영화 <미녀와 야수>는 높은 흥행뿐 아니라 패션계의 시선도 사로잡았다. 밀려드는 협업 요청으로 상반기 최대 흥행작임을 증명했는데, 한정판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크리스토퍼 케인부터 모스키노, 스와로브스키, 멜리사, 아식스 등이 이 환상적인 영화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제품을 공개했다.

페미니스트를 위하여

제니퍼 로렌스

나탈리 포트먼

에이미 송

김혜수

키아라 페라니

앰버 로즈

DIOR

디올 2017 S/S 캠페인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페미니스트 열풍이 뜨겁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 흐름에 불을 댕긴 것은 2017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슬로건 티셔츠. ‘We Should All Be Feminists’는 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다치에의 책 제목에서 따온 문구다. 디올의 첫 여성 디렉터답게 동시대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그녀의 행보는 시선을 모았다. 우리는 과연 모두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

05/MAY

트럼프 여사의 외출

DIOR

GUCCI

DELPOZO

미국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화려한 패션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행사에서 착용한 화려한 돌체&가바나 재킷 때문. 재킷의 가격은 5천만원대로 3천만원에 달하는 착수금을 내야 구입할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 공식 석상에서 너무 고가의 옷을 입은 것이 아니냐며 논란이 됐다.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던 멜라니아는 ‘패션 외교’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방문할 땐 돌체&가바나의 제품을 입고, 프랑스를 방문할 땐 디올의 레드 스커트를, 독일을 방문할 땐 질 샌더를 입는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룩을 충분히 고민해 고른다는 말이다. 대통령 혹은 대통령의 부인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입으면 난리가 나는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에 더욱 재미있다. 참고로 일본과 우리나라 방문 때는 해당 국가 디자이너의 옷을 입지 않았다. 스타일리시한 퍼스트 레이디의 등장,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패션계에 좀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에디터
정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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