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패션계 듀오들. 그들에게 묻고 들은 ‘더블 파워’의 진면목!

1 루이지이앙고 포트레잇

파워풀하고 감도 있는 사진으로 유명한 포토그래퍼 듀오, 루이지 무레누(좌)와 이앙고 헨치(우).

더블유 코리아와 보그 재팬, 아이디 매거진 등의 커버를 수놓은 그들의 인상적인 사진을 기억하는지. 전설적인 헤어 아티스트 출신의 루이지 무레누(Luigi Murenu)와 사진계의 신선한 젊은 피인 이앙고 헨치(Iango Henzi)가 만나 창조한 사진은 우리들의 뇌리에 글램한 시절에 대한 향수와 감정을 극대화하는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킨다.

<W Korea> 더블유 코리아와 함께 톱모델 라라 스톤, 칼리 클로스, 지지 하디드의 커버를 찍기도 했다. 그 이미지에서는 당신들만의 제스처 같은 게 느껴진다. 글래머러스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매우 강렬한 매력 말이다. 당신들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Luigi & Iango 우린 여성들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 좋아한다. 스타일과 매력을 지닌다면 평범한 이미지 이상의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녀를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니라, 최고의 상태가 드러나길 원하는 것이다. 가장 완벽한 앵글을 찾아내 피사체의 개성이나 에센스가 흥미롭게 표현되길 바란다. 여기서 피사체의 진정한 캐릭터나 감정을 잃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블유 코리아 외에 수많은 메이저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고 있다. 최근 마돈나를 촬영한 여러 매거진의 커버들도 인상적으로 보았다. 에디토리얼 촬영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캐릭터, 조명, 분위기, 텍스처 등을 탐구하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그 탐구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일은 경이로운 기쁨이다. 가능하면 감정을 극대화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데, 우린 항상 강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점은 피사체, 그리고 우린 피사체를 둘러싼 스토리를 전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오미 캠벨, 존 갈리아노, 리카르도 티시 등 패션계의 전설적인 인물들과 친분을 맺고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자극과 영감을 받을 것 같다. 예술적이고 열정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친한 지인 혹은 뮤즈가 있다면 누구인가? 그리고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어떤 흥미로운 생각을 나누는가?
거리의 사람들, 영화, 책 등 영감은 도처에 있다. 수많은 뮤즈들이 있어서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다.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길 좋아하고, 그 누구든지 우리의 뮤즈가 된다. 마돈나는 늘 경이로운 뮤즈였다. 스타일과 비전이 워낙 강렬하면서 풍부하고, 그녀가 지금껏 이뤄놓은 세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듀오 포토그래퍼로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 당시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가 우릴 소개해주었는데, 단번에 서로 통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협업이 이뤄졌고,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할지라도 끝은 늘 동일한 관점을 지녀왔다. 그건 마치 아름다운 심포니와도 같았다.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듀오로 사진 작업을 시작했고, 함께한 첫 작업은 ID 매거진인데, 결과는 완벽하게 만족스러워서 서로 작업이 계속되길 바랐다.

전설적인 헤어 아티스트로도 유명했던 루이지 무레노 당신이 듀오 사진가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난 늘 전진하고 확장되기를 원했다. 지난 30여 년간 헤어 작업에 몰두하다가 어느 순간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넓은 공간에서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커리어를 찾아냈다.

패션 사진에 있어 헤어 작업과 사진 작업이 통하는 점이 있다면? 그리고 결국 사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린 열정을 공유해왔고, 서로에게 자극을 주면서 작업을 끌어올려왔다. 수많은 창의적인 자극이 서로의 도전 정신을 일깨워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카메라를 바톤 터치하듯 주고받으며 촬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네즈 피노트와 같은 다른 듀오 포토그래퍼는 각자의 카메라를 지닌 채, 서로 다른 앵글에서 동시에 모델을 포착하기도 하더라. 당신들만의 방식을 갖는 이유가 있다면?
동일한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기꺼이 공유하는 이유는 초점이 흩어지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두 대의 카메라는 피사체에게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 우선 피사체가 카메라의 중심이기를 원했고, 또 다른 초점을 사용해 이를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의 카메라로 협업하는 것이 더 독특하고 통일감 있는 이미지를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으로 사진을 선택할 때,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는가?
언제나 이미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최종 선택에 있어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촬영 시작 전부터 비전을 갖고 많은 의견을 나누면, 촬영과 편집 과정이 훨씬 매끄러워진다.

패션 사진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퀄리티 높은 세련되고 개성 강한 미학을 위해, 모든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길 원한다.

듀오 사진가로서 바라는 점은?
작업이 언제까지나 흥미진진하길! 그리고 경계와 틀이 너무 많은 세상 속에서 항상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길 바란다.

뉴욕 패션계에서 각광받는 신진 포토그래퍼 듀오로 떠오른 숀&셍. 본명은 숨긴 채, 오직 숀&셍이라는 듀오 이름만으로 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뉴욕 패션계에서 각광받는 신진 포토그래퍼 듀오로 떠오른 숀&셍. 본명은 숨긴 채, 오직 숀&셍이라는 듀오 이름만으로 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요즘의 듀오 포토그래퍼 중 가장 각광받는 뉴 네임, 바로 숀 앤 셍의 사진엔 드라마가 있다. 섹시함을 넘어 문화적인 혼합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숀(Sean)과 셍(Seng). 이들에게 패션 사진은 단순히 무엇을 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것까지 통용된다.

<W Korea> 듀오로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떤 요인이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Sean & Seng 우리가 처음 만난 건, 2000년대 초 런던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반 친구와 팀을 이루어 작업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서로의 작품을 존중하고 있던 터라 함께 작업하길 원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했다. 처음엔 셍이 사진 쪽을 맡고, 숀이 스타일을 맡는 분담 형태였지만 지금은 둘 다 이미지를 만드는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옷을 넘어 세트, 야외촬영, 모델 등 사진의 많은 요소에 영감을 주고받는다.

듀오 포토그래퍼로서의 장점은?
누군가와 함께 일하면 자연스레 모든 촬영을 존중하게 된다. 그만큼 신중해지기도 하고. 또 전 세계를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거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수많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를 함께 분석할 동료가 있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숀 앤 셍 사진만의 독창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딘가 저 먼 곳을 여행하는 느낌, 주류 섹시즘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을 좋아한다. 숀은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셍은 말레이시아에서 자랐기에 우리에겐 문화적 믹스가 기본이다. 특정 문화라는 배경에 덜 구애받기 때문에 더 다양하게 세계적인 관점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영감을 주는 건 무엇인지, 또 이 영감을 서로 어떻게 공유하는지 궁금하다.
종종 오래된 사진, 가족의 초상 사진, 빈티지 옷, 그리고 영화 등을 살펴보다가 영감을 얻는다. 학생들, 할머니, 도시의 소년 등 어느 누구라도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유일하게 장시간 떨어져 있을 때는 독서할 때다. 읽은 책을 두고 토론을 벌이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길 좋아한다. 물론 여행도 빠뜨릴 수 없고!

사진에서 두 사람이 표현하길 원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패션은 단지 ‘무엇을 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굉장히 지루해질 테니까. 우리는 패션 사진을 통해 내가 사랑하고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것을 표현한다. 기존 작업들과의 차별점을 꼽으라면 ‘자연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의 범위를 넓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사실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경이롭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사람들로부터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POP 매거진 작업, 앨런 존스(Allen Jones) 부클릿, 옴므+ 몽골리아(Homme+ Mongolia) 여행 및 캐스팅 스토리 등을 들 수 있다.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오늘날 직면하는 도전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지?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느끼는지?
지루함, 반복, 상업주의, 소비주의 등. 모두가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파생된 도전들이다. 인스타그램 세대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면서 사진을 더 빠르고 흥미로운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때론 낯설고 기이한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을 표현하든지, 사진은 순수한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식은 달라졌을지라도, 필름과 자연광을 이용하고 직접 인화를 하던 그때의 근원적인 미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좋아하는 패션계의 아이콘을 꼽는다면?
우리가 늘 좋아하는, 항상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이사벨라 블로.(Isabella Blow)!

아퀼라노 리몬디와 페이를 이끌며 이탤리언 패션의 다채로운 멋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듀오, 토마소 아퀼라노(좌)와 로베르토 리몬디(우).

아퀼라노 리몬디와 페이를 이끌며 이탤리언 패션의 다채로운 멋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듀오, 토마소 아퀼라노(좌)와 로베르토 리몬디(우).

자신들의 성을 딴 디자이너 브랜드 아퀼라노. 리몬디의 듀오이자 또 다른 이탤리언 브랜드 페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로베르토 리몬디(Roberto Rimondi)와 토마소 아퀼라노(Tommaso Aquilano). 서로 너무 다르지만 지극히 편안한 조합이라는 그들은 오늘도 그들답게, 차분히 변화하며 전진해간다.

<W Korea> 서로 성향이 매우 다르다고 들었는데 듀오로서 함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Aquilano.Rimondi 우리는 이탤리언 패션 하우스인 막스마라에서 함께 일하며 서로를 알게 되었다. 남부 출신인 토마소가 조금 더 여유롭고 열정적이며 인간적이라면, 북부 출신인 로베르토는 이성적인 편이며 신속하게 기승전결에 집중하는 편이다. 사실 우리 둘은 목표가 동일하지도 않았고, 흥미를 느끼는 게 비슷하지도 않았다. 둘은 참 다른데 편하고 좋았다. 가끔은 설명이 불가능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 그런 것 중 하나가 우리 둘의 ‘조합’이었다.

그간 당신 듀오가 함께한 시간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로베르토의 가족은 전쟁과 같은 숱한 시련을 겪으며 강하게 생존해왔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인가, 열심히 살아남는 법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누구나 각자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듯이 아퀼라노 리몬디라는 우리만의 독립 레이블을 알맞게 진화시키고 새롭게 재해석하고 제시하는 몫은 브랜드 디렉팅을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중요한 의무다. 이런 믿음은 지안프랑코 페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도전할 때도, 또 지금처럼 페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의 디렉팅을 맡게 되었을 때도 매번 중요한 모토가 되었다. 한편 창작을 하는 우리에겐 그 모든 변신과 도전이 커다란 즐거움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통해 새롭게 정의되는 아퀼라노 리몬디를 접하는 건 정말 매력적인 과정이다. 특히 페이의 실용적이며 모던한 여성상으로 완성되고 있는 최근의 우리는 최상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어 많이 행복하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 또한 중요한 가치다라는 말을 했다. 최고에 도달하기 직전까지는 다양한 시도와 변신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즐기는 중이고 열심히 고민하며 행복하게 일하고 도전하는 중이다. 브랜드의 가치인 사토리얼, 매스큘린, 클래식(Sartorial, Masculine, Classic)이라는 기본은 튼튼하지만 여전히 아퀼라노 리몬디의 ‘그녀’를 완성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 ‘과정’이 바로 아퀼라노 리몬디일지도. 우리는 스포티브한 순간의 그녀에 집중하기도 하고, 갈라 파티에서의 드레시한 그녀를 떠올리기도 하며, 도발적인 그녀가 필요하기도 하다.

아퀼라노 리몬디의 인스타 공식 계정의 프로필을 보면 “We are believers in maximalism!”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당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맥시멀리즘의 이상향은 어떤 것인가?
‘장식된 미니멀리즘(Decorated Minimalism)’이다. 여기서 장식이라고 하면 나비를 달고 자수를 놓고 하는 등 의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실루엣 변형을 통해 그 스커트를 입는 여성 자체를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섬세하고 작지만 강력한 파워를 가진 장식 말이다. 클래식한 스커트의 기본인 직선적인 실루엣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장식보다 10배쯤은 더 강력한 집중과 정성을 거친 ‘작은 변화’를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작은 장식이야말로 진짜 맥시멀리즘이라 믿는다.

당신들이 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단박에 훌륭한 책이라 여겨지고 읽고 싶지만 정작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어렵지만 읽으면 마음의 안위와 지성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책이 있지 않나. 그런 개념적인 편안함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패션의 가치다. 의상을 입었을 때 몸이 느끼는 착용감의 안위가 아니라 그 순간 느끼고 싶은 감정적 편안함에 어필하는 패션, 강한 자존감에 적절하게 녹아나는 지적이고 개념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패션을 꿈꾼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이상과 욕망을 이해하는 섬세함이 우선이어야 될 듯싶다.
그렇다. 지금 패션 산업은 큰 혼돈 속에 있다. 너무나 다양한 비주얼 임팩트가 제공되는 요즘이라 매번 다른 얼굴을 한 여성을 볼 수 있다. 그런 혼란이 아닌, 다양한 트렌드나 다른 색깔의 패션을 개개인의 스타일에 잘 녹여내게 돕고 싶다. 본인의 개성을 드러낼 줄 아는 여성의 다양한 선택 중 하나로 말이다. 아퀼라노 리몬디의 셔츠에 캘빈 클라인 진을 입고 마르니 재킷을 입었다고 그녀가 그 브랜드의 일부가 되는 게 아니라 그녀가 그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더하고 표현하는 최종 언어가 되는 것이다.

이태리에서 지금은 찾기 어려운 독립 디자이너 레이블로서 당신들의 비전이 궁금하다.
솔직히 독립 브랜드로서 경영과 창조적인 영역을 동시에 책임진다는 건 단순히 힘들다거나 어렵다라는 표현으론 충분하지 않다. 큰 용기와 신념, 그리고 끈기를 가져야만 하는 일이다. 반면에 변화, 기회, 가능성, 도전은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2017 F/W 시즌 쇼의 영감 혹은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자면?
우선 페이는 여러 시즌에 걸쳐 다양하게 발전시킨 스타일을 조금 더 뚜렷하게 정립하고 안정화시키는 시즌이었다. 기존의 메인 아이덴티티인 스포티브&엑티브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80년대식의 파워풀하고 섹시한 태도와 에너지를 더하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보디컨셔스를 살린 페미닌한 실루엣의 아이템을 활용했다. 반면 아퀼라노 리몬디 쇼는 조금 더 엄격하고 정통성 있는 지적인 컬렉션이 되도록 노력했다. 오랜 지인이 그런 얘기를 했다. 얼핏 쇼에서 보면 클래식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직접 착용하면 왠지 모르게 시선을 받는 ‘다름’이 느껴진다고. 그런 결과를 위해 이번 시즌도 노력했다.

두 브랜드의 쇼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매우 바빴을 것 같다. 쇼가 끝나고 난 뒤, 보통의 일상은 어떻게 채워지는가?
언젠가 토마소는 로베르토의 ‘가방까지 챙겨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일상의 행복이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여전하다. 로베르토가 원하는 자잘한 것들을 담다 보면 하루가 끝날 때면 아주 큰 가방을 짊어져야 하곤 한다. 매일 새벽 6시 해가 뜨기 시작하는 창가에서 애견인 우고의 그루밍을 해주고 로베르토를 위한 차 끓이기, 나를 위한 에스프레소 등 반복되는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태리인에게 가장 성스럽고 사적인 순간인 저녁 식사를 함께 즐긴다.

2008년 9월에 당신들의 이름을 딴 아퀼라노 리몬디 하우스를 론칭했으니 곧 10년이 되어간다.
와우, 믿지 않겠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와 로베르토가 함께한 지도 20년이 된다는 얘기다. 고맙다. 뭔가 기념할 만한 방법을 계획해봐야겠다.

서로에게 한 마디씩 마음속의 이야기를 건넨다면?
토마소는 너무 착하고 여리다. 그래서 자꾸 마음 아픈 일을 당하곤 한다. 이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로베르토가 계속 꿈을 꾸고 살았으면 좋겠다. 현실감은 조금만이어도 된다. 멀리서는 그가 이성적이고 철저하다고들 하지만 나만 아는 그는 순수하고 로맨틱하다. 항상 지금처럼이면 좋겠다.

뉴욕 패션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의 디자이너 듀오인 셰인 가비어(좌)와 크리스 피터스(우).

뉴욕 패션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의 디자이너 듀오인 셰인 가비어(좌)와 크리스 피터스(우).

음악적인 영감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답게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의 디자이너 듀오 셰인 가비어(Shane Gabier)와 크리스 피터스(Chris Peters). 나아가 뉴욕 패션 신에서 개성 넘치는 신선한 반란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이들에게 뉴욕과 음악은 언제나 큰 영감을 안겨준다.

<W Korea> 브랜드명인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Creatures Of The Wind)’의 숨은 의미가 궁금하다.
Creatures of The Wind 1957년 조니 마티스가 영화곡으로 작곡했던 ‘Wild is the Wind’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노래는 니나 시몬, 캣 파워,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조지 마이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뮤지션이 리메이크했다. 매번 느낌이 다른데, 다들 개성적이고 굉장히 감정적이서 좋다. 우린 이 개념을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데 응용하길 원했다.

처음으로 공동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시카고에서 처음 만났다. 시카고 예술 대학에서 둘 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고, 만나자마자 마음이 잘 맞아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몇 달 만에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를 만들 수 있었다. 첫 단추는 프로젝트에 기초한 것이었지만, 그 이후 우린 모든 걸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하는 과정에선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 논의를 하나? 또 어려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항상 얼굴을 맞댈 필요는 없지만, 컬렉션마다 커다란 도전이기 때문에 둘 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공간과 합의점이 필요하다. 수많은 대화와 집중이 필요하고, 최종 샘플을 결정하기 전에 각 아이템도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 덕분에 끊임없이 많은 걸 얘기하며 어느 것 하나 진지하게 고려치 않는 것이 없다. 모든 건 더 나은 것, 더 효율적인 결정을 위한 과정이다.

흥분과 호기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뉴욕에서 산다는 것 자체에 커다란 흥미를 느낀다. 정말이지 굉장한 곳이다. 문화, 음악, 아트, 디자인, 음식에 이르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롭다. 올해는 이곳의 전시들을 잔뜩 둘러볼 계획이다.

2017 S/S 시즌의 컬렉션 룩들은 얼핏 캐주얼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신선한 응용과 동시대적 감각과 개성이 돋보였다. 이 컬렉션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었나?
이미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걸 정확하게 얘기했다. 런웨이 컬렉션을 보면, 전반적인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야 한다. 동시에 개별 아이템은 각각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의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빠져나와 입는 사람에 대한 개성 있는 스토리로 안착하는 것이다. 옷은 입는 사람에게 특별하게 느껴져야 하고, 이를 새롭고 독창적인 감각으로 풀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소재, 컬러, 실루엣, 디테일을 포함해 모든 걸 신중하게 고려했다.

쇼의 음악들은 아름답고 사려 깊게 느껴졌다. 특히 S/S 쇼에서는 줄리 크루즈(Julee Cruise)가 라이브 공연을 했는데, 감수성이 풍부하고 굉장히 아름다웠다. 음악에서 주로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얻나?
음악은 각 컬렉션의 출발점이다. 컬렉션 구상 단계에서는 수많은 감정과 감수성이 소요되기 때문에, 종종 말보다는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디자인하면서 늘 음악을 틀어놓는다. ‘컬렉션은 이래야 한다’는 분위기를 계속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음악은 컬렉션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다.

쇼 무대에선 최소라, 신현지, 김성희, 곽지영 등과 같은 한국 모델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어떤 매력에 끌리는가?
그녀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쇼를 위해선 다양한 캐스팅이 필요한데, 한국 모델들은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F/W 컬렉션의 영감과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가을 컬렉션의 타이틀은 ‘Be My Dream’이었다. 럭셔리와 반항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브랜드의 방향성은 알려준다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꿈과, 그 방향성을 계속 이어가길 원한다.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를 입는 여성은 모던하고 정보에 능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뿐 아니라 반항적인 젊음까지 갖고 있다.각 아이템이 특별한 개성을 전할 수 있게 초점을 맞추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옷이 있기 때문에, 각 옷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의미를 지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크리처스 오브 더 윈드’ 하면 바로 연상할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각각의 개성!

강렬한 프린트와 특유의 위트로 네오 이탤리언 패션을 이끄는 오주르 르주르의 듀오 디자이너, 미르코 폰타나(좌)와 디에고 마르케스(우).

강렬한 프린트와 특유의 위트로 네오 이탤리언 패션을 이끄는 오주르 르주르의 듀오 디자이너, 미르코 폰타나(좌)와 디에고 마르케스(우).

이탤리언 패션에서 알타 모다로 일컬어지는 장인 정신 이상으로 큰 아이덴티티를 차지하는 건 이탤리언 특유의 화려한 위트가 아닐까. 풍자와 해학을 화려한 시그너처 프린트가 담긴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표현해 각광받는 브랜드 오주르 르주르. 이 브랜드를 이끄는 듀오 디자이너인 미르코 폰타나(Mirko Fontana)와 디에고 마르케스(Diego Marquez)에겐 흥겨운 감성이 있다.

<W Korea> 2010 F/W 시즌에 오주르 르주르를 론칭한 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Au Jour Le Jour 사실 우리가 패션업계의 홍보 분야에서 일하며 얻은 든든한 네트워크 덕분이기도 했다. 특히 그 시즌은 우리가 추구한 에콜로지 페이크 퍼에 대한 패션성과 유머와 위트라는 코드가 새롭게 부상한 시점이었다. 오주르 르주르의 스타일과 꼭 부합되는 행운이 따른 거다.

듀오 디자이너로 처음 함께 일을 시작한 계기는?
첫 만남은 그리스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2009년이었고, ‘아이러니와 유머’를 모토로 하는 하이엔드 패션 레이블을 해보자는 이야기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불어로 ‘매일매일’을 뜻하는 브랜드명이 뜻하는 건?
이것은 미르코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사뮈엘 베케트의 시에서 나오는 한 구절이다. ‘그날 느낌대로 살자’ 혹은 ‘그날 느낌대로 입자’는 뜻이랄까. ‘매일매일의 감정에 충실한, 즐겁고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담은 이름이다.

긴 생명력을 위해서는 마켓의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매번 최적화해야 하는 숙제가 있을 듯하다.
사실 아이러니, 팝, 쿨, 유머라는 우리의 모토는 패션 코드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과 애티튜드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르코와 내가 컨템퍼러리한 감성과 민감한 안테나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젊고, 여전히 성장 중이고 발전 중이다.

듀오 디자이너로서의 작업 과정은?
우린 패션업계 전반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와 객관적인 논의와 비평 등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 등에서 공감대를 가진다. 또 학창 시절 모노폴리라는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한 것도 공통점이다. 닮은 점이 많은 둘이지만 함께 디렉팅한다는 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듀오로서의 강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업 프로세스에서 서로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있다면?
각자의 사생활을 갖고 서로 다른 자극과 경험에 적극적이지만, 메신저를 통해 우리는 24시간 연결되어 있다. 음악을 듣다가, 산책을 하다가, 친구들과 파티를 하다가도 영감을 얻는 게 있다면 빠르게 공유하고 의견 교환을 나눈다. 얘기했듯이 우리는 패션 사업에 기술적인 것보다는 콘셉추얼한 부분의 디렉팅에 익숙한 큰 그림 그리기를 한다. 지금은 운이 좋게도 프로덕션과 비즈니스를 맡는 라이선스 파트너가 있기에 창작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온전히 소재 개발, 디자인 디렉팅과 패션쇼, 이벤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등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꿈’을 제공하는 부분을 직접 맡고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패션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대처하는 당신들만의 방식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 우리 세대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소셜미디어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어필되는 내가 진정성이 있는 진짜 나와 가까운 모습일 때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솔직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입술을 비롯한 흥미로운 프린트야말로 브랜드의 시그너처다.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패션을 통해 당신들이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러니, 가벼움에 대한 존중, 과감함, 스스로의 욕망과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진정한 아이러니는 지성이 우선되어야 가능한 가치이다. 또한 스스로를 유머와 위트로 풀어낼 수 있는 강한 자신감과 개성이 있어야 할 테고… 우리의 의상을 어색하고 비성숙하며 괴상함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과감하고 섹시하며 긍정적인 매력으로 풀어내는 여성들이야말로 그에 적합한 열린 마음과 현명함이 있는 여성일 것이다.

최근 당신들이 열광한 대상은 무엇인가?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특히 요즘 오래된 미드인 <제시카 플레처(Jessica Fletcher)>의 스타일링에 미쳐 있다. 컬러나 프린트의 믹스 등이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길거리에 마주치는 평범한 이태리인들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조합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 의외로 소시민의 패션이 훌륭한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스타일의 자신감 때문인 듯하다. 피티 워모 기간에 사진 찍히기 위해 다니는 페이크 패션 피플들이 비웃음을 사기 시작한 이유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인 것이다. 보여주기 위한 옷 입기, 몸에 맞지 않는 가짜 패션은 언젠가는 그 매력을 잃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각 도시의 빈티지 마켓 방문은 빠뜨리지 않은 좋은 영감의 원천이다.

 S/S 컬렉션의 주제와 키 아이템을 소개한다면?
미국 여대생의 클럽 문화인 ‘Sororities’가 컬렉션의 기본 주제였다. 우리는 항상 여성들의 동질감, 동료 의식, 협력과 신뢰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빅토리언 스타일과 미국식 컨트리 스타일을 믹스하고, 에이프런 등 다양한 소품을 스타일링에 이용했다. 또 우리의 심벌인 시퀸 드레스 또한 중요한 아이템이다.

F/W 컬렉션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기존의 컬렉션보다 약간은 성숙한 여성이며, 로맨틱함도 더했다. 또 다양하고 새로운 자수 장식을 담은 미니 드레스, 조금은 투박하고 과감한 슈즈를 통해 힘 있는 스타일링을 선보이고자 했다. 특히 우리의 스토리텔링이 성장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벤치마킹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누구일까?
단연 미우치아 프라다다. 우리와 스타일도 다르고 세대 차이도 많은 디자이너지만, 매우 현대적이며 문화 전반과 사회의 흐름에 명민하게 반응한다. 또 견고한 스토리텔링의 힘이 드러나는 브랜드다.

당신들이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가장 못났다고 느끼는 대상을 최고의 가치로 제안하는 법을 연구하라’, ‘실수도 최상으로 다시 만들어내라.’ 바로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한 이야기다. 현명한 비전과 감각, 아이러니는 우리가 추구하는 영원한 모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