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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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가 만난 이 배우들 가운데 오스카를 거머쥔 이도, 트로피와 인연이 닿지 않은 이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멋진 건 뛰어난 연기를 펼쳐서이기도 하지만, 비루하게 멈춰 있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를 기꺼이 꿈꾸고 더 나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더블유 카메라 앞에 섰다. 케이시 애플렉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루이비통, 에마 스톤이 입은 튜닉은 클로에, 레깅스는 월포드 제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더블유 카메라 앞에 섰다. 케이시 애플렉이 입은 재킷과 셔츠는 루이비통, 에마 스톤이 입은 튜닉은 클로에, 레깅스는 월포드 제품.

에마 스톤 <라라 랜드>, 여우주연상 수상
“제 원래 이름은 에밀리 스톤이에요. 그런데 제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을 때 이미 다른 배우가 그 이름을 쓰고 있는 거예요. 다른 이름을 생각해내야만 했죠. 열여섯 살짜리에게 새로운 이름을 고르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탐색이었어요. 그때 전 이렇게 말했죠, ‘난 라일리 스톤이 되겠어!’ 그래서 6개월 가까이 저는 라일리로 불렸답니다. <말콤 인 더 미들>에 단역을 맡게 되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라일리! 라일리! 라일리! 세트장으로 와, 라일리!’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그들이 누구한테 말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난 라일리가 될 수 없겠구나. 그래서 전 에마가 되었죠. 하지만 에밀리가 그리워요. 다시 그녀를 찾고 싶어요.”

스웨터는 소니아 리키엘, 브리프는 코만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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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애플렉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남우주연상 수상
“나를 울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했어요. 요즘은 모든 영화가 절 울게 해요. 그게 별로예요. 내가 눈물을 흘릴 만한 나만의 것이 있단 말이에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아파트 마룻바닥에 앉아 흑백 티비로 <엘리펀트 맨>을 본 게 기억나요. 주인공인 엘리펀트 맨이 ‘나는 짐승이 아니야’라고 외쳤을 때 나는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눈물을 흘릴 만한 장면이죠. 그 영화는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 제 마음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운 것이죠.”

팬츠는 루이 비통, 양말은 폴케, 모델이 입은 스웨터는 알렉산더 왕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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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네가 <러빙>
“밀드레드 러빙 역의 오디션에서 전 배역 속으로 사라져야 했어요. 오디션 때문에 따로 의상을 준비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서머 드레스를 입었어요. 밀드레드 러빙 같은 모습으로 문을 들어선다면 깊은 인상을 줄 거라 생각했죠. 1년이 지난 후 제가 배역을 따냈다는 걸 알았어요. 칸 프리미어에서 저는 영화제 계단을 풀 메이크업으로 올랐지만 내려올 때는 마스카라가 마구 번진 채였죠. 몹시도 감격적인 경험이었어요. 어서 코를 풀어야 드레스를 더럽히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 제품.

톱과 스커트는 프라다 제품.

앤드루 가필드 <핵소 고지>, <사일런스>
“<사일런스>에서 신부를 연기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기도였어요. 기도를 해본 적이 없던 저로서는 제 자신보다 위대한 힘과의 관계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어요. 그걸 신이라 해도 좋고, 사랑이라 해도 좋아요,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세요. 제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거죠. 그리고 전 우리가 늘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신성한 것과 연결되기를 갈망하고 숭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는 거죠. 불행히도 지금의 문화는 우리가 거짓되고 무의미한 것을 숭배하도록 몰아가고 있어요. 저는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갈망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지에 대해 1년간 탐색했지요.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영원의 틈새를 봅니다. 우리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아이폰에서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느냐의 문제겠죠.”

재킷과 팬츠는 알렉산더 매퀸, 셔츠는 A.P.C.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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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해리스 <문라이트>
“나는 드라마틱한 아이였어요.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울게 만들려 애쓰던 어린애였죠. 다른 억양을 연습하기도 했구요. 상상 속의 세계에 살고 있던 셈인데, 동반자는 주로 마이클 잭슨이었죠. 그가 나를 구해주는 설정으로요! 마이클과 결혼하는 그림을 그려서 그의 팬 클럽에 보내기도 했어요. 교문 앞에서 마이클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더 행복한 세상으로 훌쩍 데려가는 미래를 꿈꾸곤 했죠. 아마 내 자신을 피터 팬과 같은 인물이라고 상상했고, 마이클이야말로 그런 존재를 대변했던 것 같아요. 그는 내 남자였어요.”

코트, 스웨터, 쇼츠와 슈즈는 모두 미우미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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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허샬레 하쉬바즈 엘리 <문라이트>, 남우조연상 수상
“<문라이트>에서 내가 연기한 후안의 죽음은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그가 어떻게 혹은 왜 죽는지 결코 알 수 없죠. 내 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 때 돌아가셨어요. 4천8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살았지만 우리는 아주 친밀했죠. 돌아가신 직후에는 아버지가 그립지 않았어요. 애도를 경험하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죠. <문라이트>에서 후안의 경우도 같아요. 조용히 사라지지만 당신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거예요.”

탱크톱은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 시계는 까르띠에, 반지는 티파니 & Co.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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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 파텔 <라이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배역을 맡았을 때 나는 열일곱 살이었어요. 첫 상영 때 학교 신발을 신고, 엄마와 함께 런던의 중심가에서 산 끔찍한 슈트를 입은 채 레드카펫을 밟았죠. 저와 함께 연기한 프리다 핀토는 정말 아름답고 화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핀토와 함께 얘를 걷게 할 수는 없어! 그림을 완전 망쳐버릴 거라구!’ 그러더니 저에게 새 슈트를 갖다 주고, 보기 좋게 꾸며주더군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 같았죠.”

스웨터는 에르메스, 데님 팬츠는 프레임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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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선우
포토그래퍼
CRAIG MCDEAN
Lynn Hirsch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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