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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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만 총 13팀의 해외 아티스트 무대가 예정돼 있다. 한 달 날짜의 3분의 1 이상이 내한 공연이라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음악 좀 듣고 공연 좀 봤다는 이들이 ‘딱 하나’로 꼽은 8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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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Manson
마릴린 맨슨  114일(금) 오후 8YES24 라이브홀
“록스타는 멸망했지만 마릴린 맨슨은 건재하다(더 페이더)!” 공연이 추억이라면 마릴린 맨슨의 공연은 내게 젊고 와일드하고 거침없던 시절의 추억이다. 인더스트리얼 록이 대세이던 당시, 강렬한 쇼크 록을 선보인 그의 2003년 첫 내한 공연을 잊을 수가 없다. 맨슨은 파격의 아이콘일 뿐 아니라 공연에서 완급 조절을 잘하는 근사한 퍼포머이기도 하다. 13년 사이 체력은 떨어졌겠지만 완숙미가 더해졌을 무대는 여전히 광기 어릴 것이다. 초창기 멤버인 베이시스트 트위기 라미레즈가 다시 함께 오르는 무대라는 점도 기대된다. -김지숙(‘페스티벌 제너레이션’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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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ur Ros 시규어 로스  1122일(화) 오후 8시 잠실실내체육관
푹푹 찌는 여름보다야 스산한 겨울에 들으면 더 진국인 시규어 로스. 새 앨범 소식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투어 공지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예상 세트 리스트를 보니 기존에 발매한 앨범들에서 고루 선곡하고 있어 그들의 연대기를 한자리에서 보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2013년 투어의 무대 디자인 팀도 재합류했다는 소식. ‘Hoppipolla’도 좋지만 ‘Smaskifa’와 ‘Svefngenglar’를 다시 듣고 싶다. 올여름 프리마베라와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지 못한 한을 이날 풀 거다. -홍소희(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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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Orange
블러드 오렌지  1124일(목) 오후 730분 예스24무브홀
올해 가장 인상적인 R&B 펑크 팝 앨범을 딱 한 장 고르라면 단연 블러드 오렌지의 <Freetown Sound>다. 정치적이면서 흥겹고, 아름답다. 데브 하인스의 솔로 프로젝트인 블러드 오렌지는 그간 앨범 3장을 발표했지만 라이브 공연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그가 거주하는 미국에서조차 투어가 몇몇 도시에 한정되는데, 아시아에 오는 일이 흔치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없지만 처음 들어도 귓가에 남는 멜로디와 감각적인 리듬, 흐느적대는 퍼포먼스가 잔향을 남길 것이다. -김영혁(‘김밥레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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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 Gonzalez 호세 곤잘레스
1129일(수) 오후 730분 예스24무브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내 눈으로 보겠다며 나름 부지런히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는데도 이상하게도 호세 곤잘레스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런 그가 고맙게도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 결코 스스로 흥분하는 일 없이 보고 듣는 이의 마음에 깊고 푸른 자국을 새겨버리는 그의 음악을 직접 듣는 귀한 경험은, 올해도 분명 길고 혹독할 겨울을 기꺼이 견디게 해줄 것이다. 특히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Heartbeats’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김윤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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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TRKT 섭트랙트
1125일(금) 오후 9시 예스24무브홀
런던, 덥스텝, 엑스엑스, 토테미즘 등의 키워드를 선호하는 이들은 단연 섭트랙트를 선택해야만 하는 운명의 11월이다. FKA 트위그스, 엑스엑스에 이어 같은 영턱스 레이블 소속인 섭트랙트까지 더해지면 최근 가장 핫한 레이블에 속한 주요 아티스트들의 내한 리스트가 어느 정도 완성될 듯하다. DJ 셋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미아, 언더월드, 라디오헤드 리믹스로 이름을 알린 그다. 무엇보다 하룻밤 현실을 잊고 비트를 만끽하기에 부담 없는 티켓 가격이 참 매력적이다. -맹선호(‘미러볼뮤직’ 해외 배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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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La Tengo 요 라 텡고
1130일(목) 오후 8시 예스24무브홀
2008GMF에서는 들고 간 앨범에 사인을 받을 기회가 있어 당당하게 CD 알판의 뒷면을 내밀었다. 제임스 맥뉴가 “여기 사인하면 CD 재생이 안 될 텐데”라며 걱정하기에 같은 앨범이 하나 더 있으니 괜찮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관전 포인트는 역시 이라 카플란의 기타 플레이. 듣고 싶은 곡은 주저 없이 ‘I Heard You Looking’이다. 지난 내한 때도 맨 앞에서 몇 번을 소리쳤지만 라이브를 안 해줘 직접 들은 적이 없다. 유튜브에서 라이브 영상만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홍혁순(‘유니버설뮤직’ 가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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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ne 혼네
1118일(금) 오후 830분, 1119일(토) 오후 730분 예스24라이브홀
혼네는 현재 팝 음악의 주요 키워드인 일렉트로닉, 칠웨이브, 포스트 R&B를 이상적으로 결합한 데뷔 앨범 <Warm on a Cold Night>로 평단과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는 핫한 아티스트다. 아슬한 초겨울 공기와 닿는 감성도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너무 빨리 내한하는 것 아닌가?’라는 음악 애호가들의 우려와 달리, 티켓 오픈 20분 만에 매진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예매에 성공했다면 어깨를 으쓱해도 좋다. 추천곡은 이지 비주와 함께한 ‘Someone that Loves You
’. -이상민(SM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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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go Starr 링고 스타
115일(토) 오후 8시 잠실실내체육관
링고 스타의 내한이라니… 차라리 시이나 링고의 공연이라면 바로 예매하겠다. 하지만 링고 스타가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는 비틀스니까. 얼마 전 비틀스의 새 전기 영화 <에잇 데이즈 어 위크>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영화의 최대 매력은 꼬꼬마 시절 비틀스의 ‘비글미’를 가감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 치면 예능도 잘 소화했고, 그중 팬 조련의 대가는 바로 링고였다. 그러니 공연장으로 달려가 때늦은 조련을 당해보자. 세션으로 오는 희대의 천재 토드 룬드그렌을 볼 수 있다는 건 덤이다. -권석정(음악 전문 기자)

에디터
강경민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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