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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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젊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복합문화공간 ‘상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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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경동시장에 가면 일단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규모가 꽤 커서 한 번에 다 둘러보기 힘들다는 것, 평일 한낮에도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는 것. 가게마다 빈틈없이 늘어선 갖가지 농산물과 물가에 무지한 이도 감탄할 저렴한 가격표를 보면, 연중 행사로만 해보는 요리라는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이곳에 청년들이 터를 잡고 일을 벌였다. 재래시장을 다양한 세대가 드나드는 장소로 활성화하고자 하나둘 모인 사람들이 꾀하고 있는 일은 이른바 상생 프로젝트. 넓은 공간과 탁 트인 옥상을 갖췄지만 한동안 방치된 건물 입구에 ‘상생장’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이곳에서 젊은 상인들이 시장의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팔면 어떨까? 날마다 바로 근처 상회들에서 공수한 재료를 쓰고, 음식을 맛본 사람이 돌아가는 길에 장을 볼 수 있도록 상회 이름도 밝히고 말이다. 이런 공간을 기획한 이는 도심 속에서 캠핑과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아웃도어 키친’의 디렉터 나영규다. 그는 장 보던 이들이 앉아 쉴 곳 하나 마땅치 않은 경동시장에 누구든 올라와 쉬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일자리가 늘어나 이곳이 또 다른 활기를 띠길 바란다.

상생장은 푸드코트일 뿐만 아니라 타투 아티스트 노보나 정크하우스의 작업물이 걸리기도 하는 전시장, 사람들이 쉬고 노는 사랑방, 이벤트를 위해 대여할 수 있는 곳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할 공간이자 ‘서로 공존하는 장터’의 정신을 담은 베이스 캠프가 될 것이다. 10월 21일 그랜드 오픈하면, 치킨집, 서대문에서 유명한 한옥집 김치찜, 이산호 셰프의 중식집, 생과일 주스 카페 ‘즙’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발 빠르게 이곳을 눈여겨본 어떤 이는 여기서 소규모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예약을 잡았다고. 서촌 통인시장이 엽전을 이용하는 문화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었다면, 경동시장엔 젊은이들이 아예 터를 잡고 기존 상인들과 함께 하는 셈이다. 누군가에겐 낯설기만 한 제기동의 바람이 어디까지 불어올까?

에디터
권은경
포토그래퍼
PARK J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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