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의 광고 모델이 된 베르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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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지방시의 광고 모델은 베르사체다. 응? 어딘가 이상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지방시를 이끌고 있는 리카르도 티시는 베르사체의 수장 도나텔라를 이번 시즌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하우스의 디자이너가 함께한 진짜 이유.

패션계는 정글인가, 아니면 같은 뜻을 지닌 섬세한 사람들의 공동체인가? 리카르도 티시가 속한 집단은 틀림없이 후자일 것이다.

티시는 지방시의 가을 캠페인에 도나텔라 베르사체를 초대했다. 젊은 이탤리언 쿠튀리에에게서 나온 광고 콘셉트는 마치 포드가 쉐보레를 초대한 것만큼이나 획기적이다. 독점 인터뷰에서 티시는 “광고 캠페인에서 다른 디자이너를 쓴 사람은 아마 없었을 거예요. 전 이 아이디어가 대단히 아름다운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우리 사이엔 질투나 견제가 없어요. 순수한 우정이죠. 도나텔라는 ‘갱(Gang)’의 일원이고, 가족 중 한 명이에요. 우리는 광고를 통해 우정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베르사체도 이에 동의했다. “저는 규칙을 깨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리카르도 티시는 매우 재능 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저의 절친이에요. 우리는 가족이죠. 저는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나 협업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패션을 진정한 ‘글로벌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어요.”

티시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사진가 머트와 마커스가 촬영한 흑백사진 속 베르사체는 헝클어진 금발 머리에 지방시 코트를 입고 있다. “그녀는 정말 멋져요. 디자이너가 다른 사람이 창작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름답기도 하고 벅차네요.” 리카르도 티시는 이탤리언 디자이너가 라이벌인 프랑스 하우스의 광고 모델을 하면 고객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을 과감히 무시했다. 그가 이 선택을 했을 때 LVMH 식구들은 티시가 항상 이야기해온 ‘모두가 가족’이라는 철학을 실천했다고 단번에 이해했다. “이 선택은 정말 나다워요. 물론 그녀의 성 자체가 브랜드이지만 도나텔라는 그저 사람이기도 해요. 심장이 있고, 자신만의 삶이 있는 거죠.” 처음에 티시는 베르사체에게 캠페인에 입힐 세 개의 룩을 골랐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도나텔라는 여성이고, 고객이면서, 내 스타일을 잘 아니까 스스로 골라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요. 이 사진들을 보면 그녀가 우리 프로젝트의 한 부분임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촬영 내내 함께 웃었어요. 도나텔라는 장난도 칠 줄 알고 즐길 줄도 안답니다.”

티시와 베르사체의 인연은 그가 2005년 지방시에 들어오고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저에게 꽃을 보내주고 패션계에 입성한걸 환영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예요.” 오래지 않아 카린 로이펠드가 밀라노에서 이 두 이탤리언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둘은 함께 점심을 먹었고 단번에 친해졌다. 티시는 사실 처음에는 약간 안절부절못했다고 고백했다. “엄청난 압박을 느꼈어요. 이탈리아 사람에게 베르사체란 이탈리아의 국기 같은 거라 할 수 있죠. 그녀가 정말 착하고 친절하고 모든 것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감명받았습니다.” 인터뷰 이후 두 디자이너는 자주 만나며 편하게 앉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많은 면에서 도나텔라를 존경해요.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이기도 하고요. 저는 늘 아주 강한 여성들과 함께 있는데 그녀들에겐 정말 섬세하고, 착하고, 마치 엄마 같은 면도 있음을 잘 알아요”라고 덧붙였다.

티시가 도나텔라의 오빠인 지아니 베르사체의 격려로 열심히 일했고,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갈 수 있었던 건 유명한 사실이다. “베르사체는 저의 아이콘이 되었어요. 우리의 모국 이탈리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요. 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영화를 제작합니다.” 티시는 언젠가 베르사체와 다른 프로젝트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두 명의 이탤리언 디자이너는 지방시 광고 프로젝트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양면의 동전처럼 두 개의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티시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매우 놀랐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그들의 협업을 제안하는 것에 특히 놀랐다고 한다. “안 될 게 뭐 있나요? 패션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고 따라잡기 위해서는 늘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해요. 혹시 모르죠… 언젠간.”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환욱
PHOTOS
GIVEN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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