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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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가온 독서의 계절, 더블유 피처 에디터가 추천하는 책 네 권을 소개한다.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21세기 생존하는 최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 모르는 이 책은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의 일상 속 평범하고도 특별한 관찰을 통해 ‘무의미’의 정의를 되돌아본다. 남성을 매혹하는 여성의 허벅지, 엉덩이, 가슴과 같은 신체 부위와 달리 ‘의미 없는 구멍’에 불과한 배꼽에 숨겨진 에로틱한 면을 재발견하고, 시시콜콜한 농담이 의도치 않게 거짓말로 받아들여지는 현대 사회를 꼬집으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의미의 가치다. 하찮고 의미 없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이자 우리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늦은 밤 잠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를 SNS만큼이나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끄는 건 다름 아닌 뉴스다. 자극적인 연예 뉴스, 혈압을 상승시키는 정치 뉴스, 매일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날씨 뉴스 등 이제 뉴스는 일상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알랭 드 보통은 모든 현대인이 앓고 있는 뉴스 중독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뿐만 아니라 뉴스를 소비하는 현명한 방법, 뉴스를 만드는 사람과 접하는 사람 사이의 소통법을 탐구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디터 | 이채린

김종관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비롯한 여러 단편과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새 책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에는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과연 연애에 관한 글이지만 그 내용이 헛되게 화사하지는 않다. 한두 페이지 분량의 픽션들에 그와 연결고리를 갖는 에세이를 덧붙여 묶였는데 관능적이면서도 가차 없이 냉정한 문장들이다. 이국의 대관람차 위에서 고단한 열정에 휩싸이거나 에로틱한 게임을 하다 문득 상처를 헤집는 연인들은 지워지지 않는 얼룩 같은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는 페이지 사이에서 제임스 설터, 레이먼드 카버, 줌파 라히리의 그림자를 읽을 수도 있을 듯. 에디터 | 정준화

알렉산드라 헤민슬리 /<러닝 라이크 어 걸>달리기를 글로 배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통해 달리기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받을 수는 있다. 영국의 프리랜스 에디터인 저자 알렉산드라 헤민슬리는 누구나 달릴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인물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치 브리짓 존스처럼 실연과 과식에 자신을 방치해두었던 그녀는 어느 날 뛰기 시작하면서 한계를 뛰어넘고 자신을 잊어버리는 짜릿한 경험을 한다. 어떤 스포츠브라를 선택해야 할까 하는 실용적인 문제부터 심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정서적 과정까지 다감하고 유머러스하게 쓴, 초보 러너의 등을 떠밀어 일으키고 손을 잡고 함께 달려주는 친구 같은 책이다. 에디터 | 황선우

에디터
피쳐 에디터 / 황선우, 정준화,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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