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6인. PART 2

W

더블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6명의 인물들, 그들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2011년의 비전.

승효상이 재킷 위에 꽂은 포켓 치프는 에르메스. 셔츠와 재킷, 팬츠, 안경은 모두 본인의 것

승효상이 재킷 위에 꽂은 포켓 치프는 에르메스. 셔츠와 재킷, 팬츠, 안경은 모두 본인의 것

터무니 있는 삶

건축가 승효상

A – LIST
해외 언론들의 최근 코멘트를 인용하자면, 서울은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다. 그 안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평가는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데 그 역동성은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까? 서울은 기존의 자취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도시다. 키가 낮았던 동네를 밀어낸 뒤 고층 아파트를 빼곡히 꽂아 넣고, 시민들의 기억이 쌓여 있는 운동장 터에 외국 건축가의 거대 우주기지 같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착륙시키는 식이다. 지금의 한국 건축가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인 승효상은 국내 도시들이 변화하려는 욕망만을 급하게 앞세우면서 근본적인 고민은 미루려 든다고 지적한다. 뉴욕 모마에 최초로 입성한 한국 건축인 수백당, 건물 사이로 뒤쪽 동네의 풍경이 스미게 한 웰콤시티 등을 봐도 알 수 있듯, 그의 설계는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데 주력한다. 거슬리는 건 무조건 가리고 외관만 그럴듯하게 꾸미기보다는 그 땅에 이미 새겨진 흔적, 즉 터의 무늬(터무니)를 존중하는 데서부터 도시 디자인이 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승효상이 공동 총감독을 맡은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터무니 있는’ 삶을 보조하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역대 총감독은 모두 산업디자이너였다. 건축가의 시선은 전임자들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장소와 디자인에 관해 따져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장소에 대한 고려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유명 디자이너의 작업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풍경이 이름 있는 작가들의 손에 의해서만 설계되는 건 아니다. 주변의 모든 게 디자인인데 왜 이런 건 폄하하고 브랜드만 중요시할까?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장소와 디자인, 이름과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야말로 태생적으로 장소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읽는 건축가의 시선은 제품 디자이너의 것과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름의 정의를 내려준다면?
인간과 무관한 디자인은 있을 수 없다. 삶을 고양시키는 게 디자인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얼마만큼 진실되고 선하고 아름다운가를 알게 해주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요 프로젝트인 어번 폴리는 도시 곳곳에 버스승강장, 화장실 등 소규모 구조물을 짓는 사업이다. 크고 과시적인 기념비가 아니라 작고 실용적인 건물을 도시 곳곳에 게릴라처럼 흩어놓는다는 계획이 흥미롭다.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인가?
그렇다. 행사 자체만을 위한 게 아니라 도시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아이디어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실용적인 시설물을 세우기로 하고 참여 건축가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작은 건물을 짓기로 한 거고. 올해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프로젝트다. 한번에 10개씩, 한 50개 정도만 세워져도 광주의 풍경이 확연히 바뀌리라 본다.

서울에서도 도시 디자인은 중요한 화두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을 비롯한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은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도시 디자인을 재정비한다는 기본 방향은 잘 잡았다. 다만 그 방법론이 문제다. 립스틱 바르듯 겉만 장식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하지만 도시 디자인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광장, 도로, 공원과 같은 공공영역이 흐름을 갖고 이어지도록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벽화를 그리거나 벤치를 놓는 건 공공시설 디자인이지 공공영역 디자인이 아니다.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체적인 형태가 아니라 정책과 철학 면에서 서울이 모델로 삼을 만하다 싶은 외국 도시가 있나?
서양 도시의 대부분을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서울을 제일 좋아한다. 아사리판이긴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 다이내믹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서구 도시는 너무 안정적이라 우리 같은 사람은 답답할 때도 많다.

좋게 생각하면 다이내믹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연속성을 찾아볼 수 없는 도시다. 환경의 변화가 기존 풍경을 완전히 갈아엎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맞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게 자연 생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문화 생태가 훨씬 중요한데 아무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옛 건물을 싹 허물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건 문화 생태를 말살하는 행위다. 터무니는 ‘터에 새겨진무늬’를 일컫는 단어다. 원래의 무늬를 지운 뒤 아파트를 짓고사는 건 ‘터무니 없는’ 삶인 셈이다.

한국은 도시 경관도, 건축 자체도 빼곡한 곳이다. 그런데 승효상 건축의 핵심은 채우기보다는 비워낼 것을 강조하는 ‘빈자의 미학’이다. 수백당, 수졸당, 웰콤시티 등의 주요 작업만 봐도 마당과 같은 빈 공간이 구조물만큼이나 중요하다. 한편으론 마당이 있는 ‘가난한 집’이라는 게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서울에서 마당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니까.
마당이라는 게 꼭 물리적 형상만 뜻하진 않는다. 어떤 의미에선 정신적 가치를 상징할 수도 있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 물리적으로 마당을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워낼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건물의 형식을 단순화할 수도 있다. 작을수록 나누고, 좁을수록 비워내는 게 훨씬 풍족해지는 방법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을까?
소재의 선택과 활용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사무실 내부를 가리키며)여기에는 장식이 하나도 없다. 이런 게 비워낸다는 뜻이다. 주변을 다 채워놓으면 상상이 끼어들지 못한다. 이렇게 허술하고 여지가 있어야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붉게 녹이 스는 내후성강판이나 거친 느낌의 노출 콘크리트를 한국 건축에 도입한 장본인이다. 소재 선택에까지 건축가의 철학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를 뒤따른 다른 건물들에선 ‘가난한’ 소재들이 본래의 맥락을 떠나 그저 그럴듯하고 보기 좋은 재료로 소비되는 눈치다.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이 설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각자의 생각이 유니크한 거고, 곱씹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거겠지. 방법론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진실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다른 화법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능한 한 비워낸 뒤 최소의 기능만을 취한 건축은 종종 불편할 수도 있다. 집이 편안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지나치게 편하면 사람들이 생각을 안 하게 된다. 집은 가장 기초적인 발상 기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집이 더 좋은 집이 될 수 있다.

건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유독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나?
무덤, 즉 죽은 사람을 위한 건축에 관심이 많다. 영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해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화마을 묘역을 설계했다. 죽은 자를 위한 건축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장묘 문화는 좀 우습다. 사람들이 무덤과 가까이하는 걸 싫어한다. 사실 외국의 묘역들은 굉장히 아름답고 쉽게 닿을 만한 곳에 위치한다. 우리는 왜 그게 안 될까? 그런 게 가까이 없으니까 도시가 상스러워진다. 죽은 자와 함께 있어야 삶이 경건해지는 법이다. 삶에 대해 늘 반추하게 되고 함부로 자신을 격하시키지 못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이방인으로 사는 거다. 건축가는 스스로 추방된 삶을 살아야한다. 누군가의 삶을 조직시켜주는 것이 건축이므로 이 일을 하려면 타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필수다. 그래서 건축가는 늘 스스로를 타자화, 객관화시켜야 한다.

신정수가 입은 셔츠는 빈폴 X 밴드 오브 브라더스, 스프라이프 니트는 라코스테. 안경은 톰 포드 by 세원 I.T.C. 헌팅캡은 캉골.

신정수가 입은 셔츠는 빈폴 X 밴드 오브 브라더스, 스프라이프 니트는 라코스테. 안경은 톰 포드 by 세원 I.T.C. 헌팅캡은 캉골.

우리 같이 놀아요

MBC<놀러와> PD 신정수

A – LIST
시청률이라는 무자비한 왕을 섬기는 방송계에선 프로그램이 예사로 단명한다. 8년째 방송을 이어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놀러와>는 드문 예외로 꼽을 만하다. 노래하는 괴짜, 신의 목소리를 지닌 성우, 부산 사나이 등 주제별로 출연진을
구성하는 기획 섭외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붙든 덕분이다. 3년 전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신정수 PD와 스태프들은 섹시 댄스와 사생활
폭로만이 심야 예능의 정답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놀러와>는 웃기거나 울려달라며 초대손님에게 윽박지르는 법이 없다. 그저 서로를 잘 알고,
나눌 것들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앉힌 뒤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청한다. 이 예의 바른 프로그램에는 심장을 뒤흔들 강한 이야기도, 세상을 바꾸는 퀴즈와 수다도 없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다른 방송에선 미처 꺼내지 못했던 깊고 솔직한 이야기라면 월요일 밤 11시에 MBC로 놀러 와야만 들을 수 있다.

매주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게스트들을 모으는, 이른바 기획섭외를 시도해 프로그램의 성격을 확실히 차별화했다. 이 포맷을 고집하도록 확신을 준 에피소드가 있었나?
기획 섭외는 내가 <놀러와> 팀으로 옮겨와서 5개월쯤 지난 뒤, 즉 2008년 가을부터 시작했다. 그전부터 취미, 혈액형 등 공통 분모가 있는 사람들을 모으면 특별한 화학 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아이디어 회의 중에 곧잘 나눴다. 그러다 힙합퍼 특집을 시도해봤는데 이게 꽤 재미있는 거다. 굳이 사생활을 파헤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켜보다 영화 <앤티크> 출연진을 섭외했는데 다들 모델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더라. 그래서 아예 장윤주, 송경아 등을 동원해 모델 특집을 만들었다. 준비하면서 제작진도 즐거웠고 무엇보다 결과물이 굉장히 좋았다. 그때 힘들더라도 밀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기엔 모델 특집처럼 작품 홍보 시기를 고른 게스트와 그외의 게스트를 섞는 절충적인 방식을 취했다. 요즘은 순수한 기획 섭외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진 느낌이다.
홍보 목적의 출연은 많이 줄었다. 그런 의도로 나와봤자 시청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연예인들도 이젠 잘 안다. 그냥 편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잘 아는 사람들을 모아두면 분명 대화에 시너지가 붙는다. 그런데 한편으론 출연진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빠져들 우려도 있다.
기획 섭외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큰 몫을 해주는 게 진행자들이다. 출연진과 시청자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

시청자와의 접점을 놓쳤던, 시행착오로 꼽을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제일 힘들었던 건 강산에, 이상은, 하치, 바비킴 등이 출연한 보헤미안 특집. 우리가 아는 세상과는 너무 먼, 진짜 보헤미안들이라 그들만의 웃음코드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해볼 만한 시도였고, 이후 <놀러와>가 자리 잡는 데 양분이 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웃기려는 강박이 크게 읽히지 않는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일부러 안 웃기는 건 아니다. 나도 진행자도 모두 웃기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토크쇼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화의 기승전결을 따르려 하다 보니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처럼 웃음이 자주 터지진 않는다.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놀러와>의 특성상 다른 프로그램의 빠른 호흡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토크쇼는 크게 웃기고, 흥건하게 울리려고 한다. <놀러와>의 차분한 화법은 그 가운데서 유독 도드라진다.
진행자부터 작가, 연출자까지 다들 자극적인 걸 싫어한다. 드라마틱한 삶만이 관심받을 만한 건 아니니까. 소소한 재미도 소품처럼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여건만 된다면 큰 웃음과 감동도 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놀러와>의 시스템에선 힘들지 않나 싶다. 지금의 분위기가 우리의 정서다.

<놀러와>는 출연자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애정이며 고민을 담담하게 털어놓을 때 가장 뭉클해진다. 다른 방송에서 연예인으로 소비되던 이들이 이곳에선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출연진에게 예의를 지키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건데 하다 보니 그쪽이 더 재미있었다. 한 분야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열심히 일해온 사람이라면 큰 걸 이뤘든 그렇지 못했든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올 때 아주 큰 재미는 아니더라도 울림이 생긴다.

게스트들이 스튜디오에 들러 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는다면?
정선희가 출연한 에피소드에서 김제동이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방송을 준비하면서 솔직히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온갖 기사와 악성 댓글 보면서도 스스로 흔들리지 않았던 건 정선희는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제동이 출연해서 그 이야기를 해줬다. <굿윌헌팅> 대사를 인용해서“ It’s Not Your Fault”라고 계속 되뇌는데 그게 그 방송을 통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쎄시봉 특집 때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 세 분이 나눈 죽음에 대한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송창식 씨가 본인은 철들자마자 염할 것 같다고 하자, 윤형주 씨가 자기보다 먼저 죽지 말라고 하고, 또 자긴 장사 지내달라며 조영남 씨가 끼어들고. 60대 중반이니 우리보다 죽음에 훨씬 가까이 간 분들이다. 그 나잇대의 친구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일 거다.

나이도 있고, 경험도 풍부한 게스트가 출연한 에피소드들이 주로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놀러와>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사실은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토크쇼가 살아온 이야기를 청하는 자리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나이가 있으신 분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그분들 위주로 가면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금세 다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깊은 울림 때문에 <놀러와>를 좋아한다는 시청자들도 언제 싫증을 낼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돌도 종종 섭외해야 하는 거고. 그렇지만 소녀시대가 나오든 쎄시봉 멤버들이 나오든 <놀러와>만의 시각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
은 갖고 있다. 소녀시대가 <강심장>이나 <해피투게더>에서 한 이야기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거다. 이들이 출연한 신년특집을 ‘지금은 효녀시대’란 콘셉트로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울엄마 특집에서 김영옥은 <놀러와>이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면서 섭외도 예전보다 수월해지지 않았나?
좀 더 쉬워지긴 했다. 제작진에 대한 연예인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가학적인 질문이 없고 깊은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신뢰가 형성된 것 같다.

놓쳐서 아쉬운 게스트는 없나? 쎄시봉 특집 후 <무릎팍도사>에 이장희가 출연했을 때는 좀 안타까워했을 것 같은데.
우리도 그전부터 접촉을 했는데 결국 <무릎팍도사>를 선택하셨다. 우리는 <무릎팍도사>에 선수를 빼앗긴 경우가 꽤 된다. 추신수, 이대호 등을 모아 야구 선수 특집도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포기했다. 차범근, 허정무 등 감독 특집도 욕심이 나고. 그리고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조용필, 김창완, 서태지, 이미자 이렇게 네 분은 항상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린다.

기획 섭외의‘ 약발’은 올해 여름까지일 것 같다는 말을 한 인터뷰에서 했다. 그 이후를 위한 복안을 준비 중이라는 뜻으로도 들렸다.
기획 섭외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것만으론 안 될 거라는 의미다. 제작진은 늘 앞날에 대한 대비를 한다. 시청자들이 언제 싫증을 낼까가 가장 두려우니까.

이 프로그램을 지휘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전과 비교할 때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에 바뀐 부분이 있나?
3년씩 하다 보니 다녀간 게스트를 또 초대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은 비즈니스라 해도 서로 진심을 다해 소통하면 그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이후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다. 연출진에 대한 믿음, 잘 맞는 상대와 어울리고 싶은 바람이 시청률이나 출연료보다 게스트들을 더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이 바닥이 냉정하다지만 지속 가능한 인간관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김범경
스탭
스타일리스트/김한슬, 스타일리스트/강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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