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2026 FW 컬렉션
“패션은 애벌레와 나비 모두를 닮았다. 애벌레만큼 편안한 것은 없고, 나비만큼 사랑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없다.”
– 코코 샤넬
샤넬 쇼가 열리는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를 채운 것은 형형색색의 조명이 비치는 대형 크레인과 공사 현장의 소음이었다. 이는 마티유 블라지가 건설 중인 샤넬의 미래를 상징하는 듯했다. BGM으로 튼 세자리아 에보라(Cesária Evora)의 ‘쁘띠 페이(Petit Pays)’ 선율이 공사 소음과 기묘하게 뒤섞여 흘러나오는 가운데, 샤넬 26 FW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아꼈던 애벌레와 나비의 은유를 현대적인 워크웨어와 이브닝 웨어로 재해석했다. 남성복 요소를 접목해 여성에게 실용성을 부여하고 활동의 자유를 선언했던 코코 샤넬처럼, 이번 컬렉션은 낮과 밤, 기능과 허구라는 상반된 가치들을 수용하며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닝을 연 모델 스테파니 카발리(Stephanie Cavalli)의 골지 니트 수트는 이번 컬렉션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지퍼 디테일이 가미된 리브 니트는 유연하고 실용적이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클래식을 비트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운드투스 패턴의 봄버 재킷과 소매를 무심하게 걷어 올린 롱 블레이저, 오버사이즈 럼버잭 셔츠는 활동성을 강조한 데이웨어였다. 이런 데이웨어는 192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와 페이크 스커트와 매치되었는데, 특히 엉덩이 아래로 극단적으로 내려온 낮은 허리선의 벨트 디테일이 압권이었다. 이는 마치 새깅(Sagging) 스타일 같은 힙한 감성을 주입하며 샤넬의 클래식한 드롭 웨이스트 실루엣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트는 예상치 못한 소재를 통해 화려한 밤의 나비로 탈바꿈했다. 트롱프뢰유 기법을 활용해 트위드 위에 레이어링한 튤 드레스는 환상적인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실리콘, 루렉스 등을 정교하게 직조한 트위드 수트들은 샤넬의 새로운 개성을 드러냈다. 트위드 소재의 실험적 변용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즌 샤넬은 트위드 원단의 겉면을 의도적으로 마모, 침식시켜 번아웃 가공을 하거나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에서 영감을 받아, 멀리서 보면 트위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고무 처리된 페인트를 흩뿌려 질감을 만든 ‘착시 트위드’까지 선보였다.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은 역설이다’라고 언급하며, 하우스의 가장 강력한 상징인 트위드를 파괴함으로써 오히려 그 본질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건했다. 이브닝 섹션에서 등장한 시퀸 드레스는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며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고, 솜사탕 같은 레이스가 장식된 슬립 드레스는 날아갈 듯 가벼우면서도 도발적이었다.
액세서리와 슈즈 역시 마티유 블라지의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였다.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더블 플랩 백은 기존 플랩 백을 두 개 합친 듯한 착시효과를 더해 시각적 유희를 선사했고, 체인에 달린 작은 황금빛 에그 장식과 크루아상을 닮은 반달 모양 클러치는 스타일링에 위트를 더했다. 슈즈 라인은 오픈 토 뮬부터 미니멀한 스트랩 슬링백까지 관능적인 실루엣이 주를 이뤘다. 특히, 샤넬의 아이코닉한 캡 토 부츠는 피부처럼 얇게 밀착되는 세컨드 스킨 스타일의 부츠로 재탄생해 시선을 끌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저스트 댄스(Just Dance)’가 울려 퍼지는 흥겨운 피날레 속에서 마티유 블라지가 이끄는 새로운 샤넬에 대한 기대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여성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 그리고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선택할 자유를 주고 싶다’는 마티유 블라지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낮과 밤의 스타일링 사이 어디든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선택권을 제안하고,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변치 않는 미학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증명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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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CHAN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