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이래” 관계를 망치는 무책임한 대화의 심리

최수

격이면 다야?

자고로 관계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행동을 무작정 이해받고 싶어 한다면, 관계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바뀔 생각이 없다는

@alacarte_podcast

“난 원래 이래”라는 말이 맥 빠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표현이 등장하는 순간, 대화와 설득의 대상이 ‘행동’에서 ‘성격’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성격은 고유한 개인의 영역이라, 우리가 함부로 침범하거나 간섭하기 어렵죠. 원래 직설적인 사람이라서 말을 세게 했다,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이라서 신경을 못 썼다, 원래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겐 성격은 바꾸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보다 성향을 이유로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더 이상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할 때 자주 나오는 핑계죠.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사람의 성향을 고정된 특성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고정 마인드셋’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인식이 변화나 조정을 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Carol Dweck, Mindset, 2006). 결국 “난 원래 이래”라는 말은 자기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동을 바꾸지 않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람과 잘 대화하고 싶다면

@aboutyou

자신의 성향을 탓하는 사람에게 “성격 좀 바꿔봐”라고 말하는 건 큰효과가 없습니다. 자아를 공격받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향 자체는 인정하되, 그다음에 행동과 책임을 분리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그런 성향인 건 이해해.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이어가는 방식이죠. 성격 논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시 대화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nelelud

대화의 키워드를 ‘성격’과 분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난 원래 연락을 잘 안 해”라는 말이 나오면, 성격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중요한 이야기에서만큼은, 빠르게 답을 주고받는 게 맞다고 생각해”처럼 관계에서 필요한 기준을 말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관계 연구로 유명한 존 가트맨(John Gottman)의 연구에서도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성격을 비판하기보다 구체적인 행동과 관계 기준을 공유할 때 관계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John Gottman, The Seven Principles for Making Marriage Work, 1999).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의 성격으로 탓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성향 설명이 아니라 변화 의지가 없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설득이 아닌 본질적인 관계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변하지 않은 사람을 붙들고 이어갈 수 있는 관계인지, 과감히 끊어내야 할 순간인지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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