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고 싶어’라는 말 뒤에 숨은 심리

최수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일도, 관계도, 책임도 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모든 것이 버거운 날이 있다

@galinarkhi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주변 연락도 끊고,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모두 내려놓고 싶다고요. 그 순간엔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심지어 나 자신마저 버겁게 느껴지죠. 하지만 실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을 몇 날 며칠 반복하면서도 결국 다시 출근하고, 연락을 받고, 똑같은 일상을 이어갑니다. 우리가 진정 벗어나고 싶은 건 뭘까요? 회사 혹은 관계 자체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일까요.

번아웃에 가려진 진짜 마음

@kozhuhovska

번아웃 상태가 되면,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피로하게 느낍니다.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부모라면 육아를, 학생이라면 공부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죠. 무엇이 힘든지 가려낼 여력도 없이, “이 모든 게 싫다”라는 식으로 판단이 단순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엔 우리의 의사결정 메커니즘도 한몫 합니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백 번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립니다. 무엇을 먹을지, 누구에게 답장할지, 어떤 일을 먼저 처리할지 등 아침부터 밤까지 삶의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죠.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이런 결정 하나하나가 에너지 소모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다수의 의사결정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신적 피로가 쌓일수록 노력이 필요한 선택 자체를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나하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우니, 차라리 다 그만두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느끼는 번아웃 속에는 꽤 구체적인 이유가 숨겨져있고, 그것만 찾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세히 보면 별거 아닌 것들

@riccardagreco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마음도, 긴 휴가 뒤엔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뒤 다시 돌아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은 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일’을 그만두고 싶은 게 아니라 ‘야근’을 그만하고 싶은 거고, ‘사람’을 만나기 싫은 게 아니라 나를 지치게 하는 ‘누군가’를 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죠. 모든 책임을 버리고 싶다기보다,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감정이 세게 올라올 때는, 정확히 ‘무엇’이 나를 지치게 하는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상태를 잘 이해해야, 그에 꼭 맞는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힘든 감정을 뭉뚱그리거나, 지친 상태를 핑계 삼아 모든 걸 내려놓지 마세요. 구체적인 원인을 찾을수록, 번아웃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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