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이탈리아 럭셔리 아우터웨어 브랜드 ‘마벨(MARBELL)’이 무이와(MUE) 함께 특별한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마벨을 입는 이들이 스스로를 마음껏 표현하며 자유를 느끼길 바랍니다.”브랜드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지아 벨로티(Marzia Bellotti)는 이렇게 마벨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브랜드 크리스조이(Khrisjoy)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녀는 올해, 새로운 비전을 담은 프로젝트로 아우터웨어 브랜드 마벨을 창립했다. 2025 F/W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르지아는 “마벨은 곧 나 자신”이라고 소개하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쳤다. 그녀의 확신에 찬 어투와 자유로운 에너지는 단숨에 주변을 마벨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W Korea> 올해 본인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은 브랜드 ‘마벨(MARBELL)’을 새롭게 론칭했다.
마르지아 벨로티(Marzia Belloti) 마벨은 내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짓게 되었다. 이름 그대로 내 자신을 온전히 담고 있는 브랜드이다. 브랜드의 핵심은 아우터웨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마벨의 DNA를 담은 다른 카테고리의 아이템도 선보이고 있다.
크리스조이의 공동 창립자에서 독립 브랜드 마벨을 시작하기까지, 창작자로서 어떤 전환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에게 ‘크리에이터’란 언제나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는 사람, 즉 시도하고 실수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해왔다. 하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그렇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크리스조이를 운영하던 시기에는 창작의 본질보다는 상업적 관점이 점차 우선시되었는데, 이 시기에 여러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 답이 마벨이었다.
아우터웨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은 마르지아 벨로티의 시그너처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 아우터웨어는 어떤 의미인가?
10년 넘게 디자인하며 지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더 성숙해지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나만의 가치관이 뚜렷이 생겼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빠르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온전히 자각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이 내 아우터웨어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에게 아우터웨어는 단순히 따뜻하기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니라, 내 생각과 그 변화의 과정을 담아낸 ‘공감하는 아우터웨어(empathetic outerwear)’이다.
이번에 선보인 2025 F/W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람’은 언제나 내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사람들에서 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을 관찰하고, 작은 디테일을 포착하며, 누군가의 상징적인 아이템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이번 컬렉션 또한 사람에서 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각 아이템에 여성의 이름을 붙인 점이 인상적이다.
맞다.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여정이 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케이트 모스(Kate Moss), 미케일라 시프린(Mikaela Shiffrin)까지. 이들은 모두 유명하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오늘의 자신이 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왔다. 그들의 서사를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내 시선으로 풀어낸 컬렉션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마벨의 2025 F/W 컬렉션을 보면 아우터웨어가 룩 전체를 완성하는 중심 요소로 보인다. 디자인할 때 특히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
정확하다. 나에게 아우터웨어란 우선 쿨하고 패셔너블해야 한다. 코트나 재킷은 모든 옷의 맨 위에 입는 아이템이기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이다. 실용적인 측면도 항상 생각하지만, 실용성을 위해 미적인 요소를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솔직히 말해 ‘내가 입고 싶은 옷인가?’이다. (웃음) 피드백이 어떻든, 결국 내 취향과 감각을 담는 일을 가장 중요시한다.
모든 제품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된다고 들었다. 이탈리아 메이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탈리아 공장을 방문하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작업장 안의 공기를 느끼고, 장인의 손끝에서 옷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집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이탈리아 사람이어서도 있지만, 이런 친밀함은 오직 이탈리아에서만 느낄 수 있기에 ‘이탈리아 메이드’를 고집한다.
데님, 니트 등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도 빠질 수 없다. 소재를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소재 선택은 많은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상치 못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원래의 질감 위 특별한 질감을 더해주는 가공 방식을 시도하며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결국 패션이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벨의 아이템은 디테일과 색감에서 창조적 시도가 돋보인다. 동시에 비즈니스적인 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세상은 넓기 때문에 내 취향을 함께할 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웃음)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 과감한 레이어링을 실험하는 태도, 획일화되지 않으려는 자세, 그리고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마벨을 입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자신을 잘 알고 강한 개성을 지닌 여성, 자신이 입는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

개인적인 관심사도 궁금하다. 최근 깊이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스타일링 하는 것. 관심사라기보다 내 삶의 일부에 가깝다. 하나의 옷도 어떤 방식으로 매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고, 아예 다른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실험하고 즐기는 일이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다.
마벨의 앞으로 계획은?
브랜드의 주가 되는 아우터웨어 라인을 확장하면서, 카테고리를 확장해 우리의 스타일링을 더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