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녀들을 꿈꾸게 하는 슈슈통의 25FW

김민지

10주년을 맞은 슈슈통(SHUSHU/TONG)이 2025 F/W 프레젠테이션의 무대로 서울의 10 꼬르소 꼬모를 선택했다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 ‘Identical Twins’에서 출발한 이번 시즌은, 외형은 비슷하지만 정체성은 각기 다른 두 소녀를 통해 브랜드가 늘 이야기해온 ‘드림 걸’의 서사를 확장한다. 리우슈 레이(Liushu Lei)와 유통 지앙(Yutong Jiang)은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며, 아시아 디자이너 브랜드의 목소리를 세계 무대에서 더욱 선명히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소녀들을 꿈꾸게 하는 슈슈통의 두 디렉터와 나눈 짧은 이야기.

<W Korea> 2025 F/W 프레젠테이션을 한국에서 연 이유는 무엇인가?
유통 지앙(통통) 상하이 매장에서 한국 고객을 자주 만난다. 온라인에서도 성원이 이어지고 있고, 한국 판매 실적도 늘 좋았다. 해외에서 특별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면 당연히 한국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10 꼬르소 꼬모는 오래전부터 흠모해온 공간이라 이번 협업은 꿈같았다.

브랜드를 만든 지 10년, 두 사람은 어떻게 역할을 나누는가?
리우슈 레이(슈슈) 나는 메인 컬렉션 디자인을 맡고, 브랜딩과 마케팅, PR을 함께하고 있다.
통통 나는 비즈니스와 생산 운영의 전반을 관리하고, 단독 캡슐 컬렉션 디자인을 한다. 의견이 다르면 상대의 관점을 먼저 듣는다. 다행히 미적 감각이나 큰 전략에서는 합이 잘 맞아서 늘 중간 지점을 찾는다.

이번 시즌 컬렉션의 주제와 영감은 어디서 출발했는가?
슈슈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 ‘Identical Twins’이다. 아버스의 작품은 언제나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 내면의 심연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두 소녀가 겉모습은 거의 같지만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대비에서 소녀들이 성장하며 감정을 어떻게 비추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상상했다.

이번 시즌의 주인공인 ‘드림 걸’은 어떤 모습인가?
슈슈 두 소녀다. 성격은 다르지만 둘 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나란히 걸으며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성장해간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슈슈 마지막 룩인 58번은 원래 자수가 없었다. 초록색 플로럴 패브릭 자체가 화려했기 때문에 스팽글을 더하면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리 쇼룸에서 마지막 순간 전면 스팽글 자수를 하기로 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시즌 가장 마음에 드는 룩 중 하나가 됐다. 통통 3번과 44번 룩에는 크로스 스티치 비딩을 썼는데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파리 출국 이틀 전까지 완성도를 높이고 구조를 조정했다. 이 기법을 워낙 좋아해서 포기하기 싫었는데 끝까지 밀어붙여서 완성해 뿌듯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 팝업 공간을 위한 아이디어도 인상적이다.
슈슈 팝업 공간은 2025 F/W 런웨이 세트를 그대로 옮겨왔다. 복고적인 감성을 담기 위해 오래된 벽지를 주요 비주얼 요소로 썼고, 시즌 액세서리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인형 설치물도 함께 선보였다. 고무줄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소녀 시절의 수공예 기억을 상징한다. 이 공간에서 슈슈통의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지금 그리는 ‘드림 걸’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슈슈 우리는 그 ‘드림 걸’을 ‘슈슈통 걸’이라고 부른다. 섬세함, 반전, 자유로움 같은 감정적 본질은 그대로지만 표현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매 시즌의 컬렉션은 그녀의 서사를 탐구해 펼쳐 보이는 새로운 장이다.

지난 10년 동안 디자인 철학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통통 기법, 소재, 컬러 조합에서 훨씬 대담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는지?
통통 감정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믿는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연약함, 혼란, 결단력 같은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할은 이런 감정을 디자인으로 보존하고 표현하는 거다.

캠페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
슈슈 런웨이를 통해 이야기를 구축하고 감정 톤을 잡아둔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캠페인은 그 서사를 정적인 이미지나 영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시즌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지만 슈슈통 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2025 F/W는 두 여성의 정서적 유대와 성장 과정을 다뤘다. 슈슈통 걸은 대담하고, 유쾌하고, 낭만적인 존재다.

슈슈통의 상하이 매장이 한국인 관광 필수 방문지가 된 것 같다.
통통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한국 내 판매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상하이 매장이 이렇게 많은 한국 고객에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고 싶다.

글로벌 셀럽들의 주목이 디자인 방향에도 영향을 주는가?
슈슈 우리는 늘 진심으로 좋아하는 디자인을 한다. 셀럽들의 선택은 감사하지만, 결국 우리의 미학적 방향성과 진정성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통통 우리는 아직 젊고 독립적인 브랜드다. 하지만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과 고유한 관점이 아시아 디자이너들의 목소리에 더 많은 관심과 이해를 불러오길 기대한다.

‘House Nowhere’와 에스파 닝닝과의 협업 또한 화제였다.
슈슈 1년 전 HOUSE NOWHERE 팀과 처음 연락을 주고받았고, 첫 제안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협업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들의 창의성과 실행력은 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통통 한국엔 정말 훌륭한 창작자들이 많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지만 다양한 교류와 협업에 열려있다.

한국을 방문하면 주로 찾는 장소나 즐겨 가는 공간은 어디인가?
슈슈 서울에 오면 강남의 멀티브랜드 스토어에 꼭 들른다. 서울은 리테일 문화가 훌륭한 도시다.
통통 나는 전시회를 즐긴다. 패션 팝업이든 아트 전시든 언제나 많은 영감을 준다.

새롭게 펼쳐질 앞으로의 10년도 궁금하다. 패션을 넘어 확장하고 싶은 영역은 무엇인가?
슈슈 언젠가 향수를 만들고 싶다. 향은 지극히 내밀한 감각적 경험이라 패션과도 잘 어우러질 수 있다.

이번 한국 프레젠테이션을 찾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슈슈 슈슈통에 보내준 큰 사랑에 감사한다. 한국 친구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깊이 느끼고 있다. 통통 이번 프레젠테이션이 우리 세계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더 많은 만남의 기회를 기대한다 .

사진
SHUSHU/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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