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걸
겨울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손끝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는다”라는 말이죠. 상큼 달콤한 귤을 하나둘 까먹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을 표현한 말인데요. 사실 이 문장에는 무서운 사실이 숨겨져 있었으니, 귤이 우리 피부를 ‘진짜’ 노랗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들어는 봤나, 카로틴 혈장
귤에는 비타민 못지않게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합니다. 이는 귤뿐만 아니라 당근, 호박, 고구마 등 주황빛의 색을 띠는 식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의 일종입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할 시, 우리 몸에서 비타민으로 변해 흡수되지만, 적정량 이상을 섭취하게 될 경우 몸에 남아 축적되는 특징을 가졌죠. 지용성 색소인 베타카로틴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손바닥, 발바닥, 코끝 등 지방이 많은 부위의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이유입니다. 보통 귤 한 개에는 약 100~200μg의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는데요. 개인의 체질과 대사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10개 이상의 귤을 며칠간 연속으로 섭취하면, 베타카로틴으로 인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카로틴 혈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체내 대사 기능이 성인보다 느리기 때문에 더 적은 양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죠.
귤 외에도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의외의 식품들이 있습니다. 녹색 잎 중에서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 축에 속하는 시금치는 100G당 약 5,600μg의 베타카로틴이 들어있습니다. 슈퍼푸드로 알려진 케일 역시 베타카로틴 함량이 100g당 9,200μg로 아주 높은 편이죠. 두 식품 모두 조리하게 되면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적피망, 망고, 파파야 등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으로 꼽힙니다.
괜찮아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혹여나 피부색이 변했다 해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카로틴 혈증은, 베타카로딘이 함유된 식품 섭취만 줄여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거든요. 특별한 치료 없이도 몇 주 내에 피부색이 회복 된다고 알려진 만큼, 섣부른 걱정은 넣어두셔도 됩니다. 마음이 조급하다면 물을 충분히 마셔서 체내 대사 속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카로틴 혈증은 간 질환으로 인해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과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황달은 피부 뿐 아니라 눈의 공막도 노랗게 변하지만, 베타카로틴은 피부에만 영향을 주거든요. 같은 이유로, 피부뿐 아니라 눈의 흰자위까지 노란빛으로 변했다면 다른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간질환이나 당뇨병, 갑상샘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적당량 먹으면, 겨울의 보배
다소 우려스러운 내용을 전했지만, 사실 카로틴 혈증은 귤이 강력한 건강 효능을 가진 식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제거든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피부 건강을 탄력 있게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노화 방지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또한 귤은 하루 권장량의 50% 이상에 달하는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감기 예방뿐 아니라 피부의 콜라젠 생성을 촉진해 피부 톤을 밝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카로틴 혈증이 피부를 노랗게 만들 순 있지만, 적당량 섭취하면 피부 건강만큼은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귤 속 식이섬유는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귤의 껍질에 있는 하얀 섬유질에는 펙틴이 풍부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데 유용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귤 하나의 평균 칼로리는 150kcal 내외이므로 식단에 신경 쓰는 다이어터라면 성인 기준 하루 2~3개의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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