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소음을 제거한 패션, 24 FW 프로엔자 스쿨러 컬렉션

명수진

PROENZA SCHOULER 2024 F/W 컬렉션

조용한 럭셔리의 시대는 끝났을까? 프로엔자 스쿨러는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럭셔리의 시대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설득했다. 듀오 디자이너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즈는 맨해튼의 첼시 팩토리에서 세상의 불순물이나 소음을 완전히 걷어내고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달리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듀오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이 여태껏 가장 많은 블랙을 사용한 컬렉션이라고 고백했다. 그들의 말처럼 블랙 피 코트와 블랙 저지 드레스로 시작한 컬렉션은 한동안 내내 블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컬렉션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부드러운 크림 아이보리와 순수한 화이트를 더했고 이 밖에도 파스텔 피치, 도브 그레이 컬러를 변주하고, 때때로 레드, 골드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하여 어느 때보다 균형 잡힌 컬러 팔레트를 보여줬다.
키 아이템은 코트. 보일드 울 소재를 사용한 피 코트와 더블 페이스 울 코트는 XXL 사이즈의 대담한 후드 디테일을 더하거나 스누드 스타일링으로 새롭게 연출됐다. 그 자체로도 훌륭해서 불황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새로운 코트를 쇼핑할 필요 충분한 명분을 제공했고, 여기에 부드러운 바이어스컷의 크레이프 저지 드레스나 셔츠가 코트와 상반된 매력을 뽐내며 미니멀리즘 옷장의 세계관을 견고하고 차근하게 확장해가는 느낌이었다. 블랙에 화이트로 데님 디테일을 그린 트롱푀이유 팬츠도 우아한 위트를 더했다. SF 적인 원피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메시 소재를 겹겹이 레이어링 한 네트 원피스, 부클레 울로 만든 프린지 블랭킷 드레스, 퍼 소재를 활용한 튜브톱과 코트, 나파 레더 소재의 필드 재킷 등 풍부한 소재 질감의 변화를 준 것도 흥미로웠다. 가늘고 긴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스리버튼 재킷과 매니시한 팬츠, 단추를 끝까지 잠근 단정한 셔츠의 조화는 90년대 헬무트 랭을 떠오르게 했고, 우아한 숄과 로우웨이스트 스커트와 이를 거대한 안전핀으로 고정한 위트는 여성들이 열광하는 포비 필로 스타일에 비견할만했다. 스타일리스트 카밀라 니커슨(Camilla Nickerson)의 절제된 스타일링과 모던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앨리스 콜트레인(Alice Coltrane) 사운드트랙도 멋진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나.
패션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내면의 본능에 따라 작업했다’는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즈. 컬렉션 전날까지 최대한 군더더기를 덜어냈다는 그들의 컬렉션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미니멀리즘을 떠올릴 때 프로엔자 스쿨러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타임리스 컬렉션을 창조해냈다.

영상
Courtesy of Proenza Schou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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