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 셔츠 어떤데, 24 FW 헬무트 랭 컬렉션

명수진

Helmut lang 2024 F/W 컬렉션

지난 시즌, 헬무트 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피터 도의 두 번째 헬무트 랭 컬렉션이 2024 FW 시즌 뉴욕 패션위크를 열었다. 오프닝 컬렉션의 상징성은 물론이고 1990년대 헬무트 랭이 주도했던 미니멀리즘이 다시 유행하고 있기에 헬무트 랭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첫 시즌, 헬무트 랭의 아카이브를 충실히 구현하는데 집중했던 피터 도가 이번에는 어떻게 컬렉션을 풀어갈지도 관전 포인트!
컬렉션의 주제는 보호 대 투영(Protection vs Projection)’.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등 지구촌에 갈등이 끊임없이 진행 중인 현시점, 피터 도는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 옷을 입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장소는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저축 은행(Williamsburg Saving Bank). 19세기 말에 지어진 아르 데코 건물의 돔 아래에 하얀 커튼과 거대한 조명이 설치됐다. 90년대 헬무트 랭의 뮤즈였던 모델 커스틴 오웬(Kirsten Owen)이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버블랩 소재의 셔츠와 팬츠를 입고 오프닝을 장식했다. ‘보호 대 투영’이라는 컬렉션의 주제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버블랩 스타일은 헬무트 랭이 03년 SS 시즌 남성복 컬렉션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스타일을 오마주한 것으로 실제로는 실크 소재로 정교하게 제작한 것이다. 버블랩 소재는 화이트에 이어 헬무트 랭을 상징하는 오렌지, 블랙 컬러로 연이어 등장했다. 본디지 디테일, 대담한 컷 아웃 아이템을 더해서 90년대 미니멀리즘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피터 도는 이번 시즌에도 헬무트 랭의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했다. 예를 들면, 93년 SS 시즌에 선보였던 벨크로 방탄조끼를 재해석해서 베스트, 재킷 등으로 선보였고, 03년 SS 시즌에 선보인 오렌지 탱크 톱과 프린트를 재해석한 아이템도 선보였다. 방수포 장바구니를 연상케 하는 체크 아이템 역시 03년 SS 시즌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것(‘차이나타운 백 플래이드(Chinatown Bag Plaid)’ 체크는 헬무트 랭이 사용한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줬다. 2013년 포비 필로(Phoebe Philo)가 셀린 컬렉션을 통해서도 오마주한 바 있다).
이처럼 피터 도는 헬무트 랭의 아카이브를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아이코닉 한 디테일도 반영했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펑키한 지퍼 디테일을 재킷, 스커트, 니트 등에 넣었고, 주머니와 스트링 디테일을 대거 사용한 유틀리티 스타일, 기능성 패딩 코트, 블랙 바이어스 컷과 부드러운 웜 그레이 컬러 등으로 좀 더 넓어진 피터 도의 입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채로운 액세서리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목베개처럼 스타일링한 넥 필로우 (Neck Pillow) 백이 시선을 끌었고, 지퍼를 장식한 벨트 색, HL 로고 벨트, 니트 바라클라바 등이 스타일링의 재미를 더했다. 과거 헬무트 랭이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델의 개성을 일관되게 통제했다면, 피터 도의 헬무트 랭은 다양한 개성, 연령, 인종의 모델을 등장시킨 것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영상
Courtesy of Helmut 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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