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존스의 미래주의 드레스, 24 SS 펜디 오트 쿠튀르

명수진

Fendi 2024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펜디 24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 마지막 날, 파리의 브롱냐르 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렸다. 펜디와 협업을 꾸준히 이어온 리히터(Max Richter)의 감독 하에 <인간들이란(All Human Beings>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고, 티끌 하나 없이 크롬으로 뒤덮은 런웨이에서 군더더기 없는 블랙 드레스가 오프닝을 열었다. 블랙 드레스는 상자라는 뜻을 가진 ‘라 스카톨라(La Scatola)’ 실루엣으로 이름처럼 직선의 담백한 선이 특징이며 거의 평평하게 보이는 실루엣이 모던한 분위기를 더했다. 미니멀한 블랙 드레스는 소재와 실루엣에 좀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펜디의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의 넘치는 자신감도 엿볼 수 있게 했다. 킴 존스는 24 SS 펜디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구상하기 위해 칼 라거펠트가 이끌던 시절의 펜디 아카이브를 살펴보았고 그 안에서 미래적인 미니멀리즘을 발견하여 이번 오트 쿠튀르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이 스타워즈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펜디는 로마 본사 모피 소재 연구소에서 이어온 실험과 도전을 새로운 소재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펜디는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모피 같은 글래머러스한 질감과 양감을 만들어냈다. 화이트와 파스텔컬러의 실크 가자르(Gazar)는 거의 투명해 보일 정도로 가볍고 풍성했다. 모피의 빈자리는 촘촘한 실크 프린지와 밤하늘의 별처럼 무한대로 사용한 메탈 스팽글이 채웠고, 부드러운 비쿠냐(vicuña), 캐시미어, 슈퍼키드 모헤어, 럭셔리한 악어가죽과 아스트라칸 소재도 출격했다. 모던한 블랙 칼럼 드레스 중앙에 대담하게 자리한 보디 형태의 트롱푀이유 패턴은 실크 프린지 혹은 라인스톤으로 표면 질감을 만들어냈다. 시폰 그러데이션 드레스에는 크고 작은 여러 사이즈 크리스털을 장식해 극지방의 오로라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소재는 기하학적 커팅, 모던한 테일러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SF영화에서 종종 묘사되는 것처럼 매듭으로 묶은 듯한 방도(bandeau) 형태의 원초적 상의, 차이나 칼라 재킷, 몸에 꼭 끼는 치파오 드레스 등 동양적인 영감도 가미되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가 디자인한 ‘싱귤러 비전(Singular Vision)’ 고글이 우아한 드레스에 믹스 매치됐다. 18k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만든 오트 쿠튀르 버전의 스포트 고글의 가격은 약 50,000 유로.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는 다이아몬드 고글과 어울리는 이어커프와 이어링을 함께 선보였다. 이 밖에도 18k 화이트 골드 하드웨어에 화이트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 버클을 장식한 미니 바게트 백, 프린지를 치렁치렁하게 늘여 트린 마이크로 미니 백, 메탈 스팽글을 빼곡하게 넣은 시그니처 바게트 백, 실버 악어 가죽 펌프스 등 오트 쿠튀르 버전의 펜디 액세서리도 눈여겨볼 것!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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