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의 오리지널리티

이예진

회색 슈트와 아메리칸 스포츠웨어를 트위스트한 개척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

회색 슈트와 아메리칸 스포츠웨어를 트위스트한 개척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 브랜드 론칭 20주년을 맞아 서울에 온 그는 런던, 도쿄, 상하이, 뉴욕을 순회하며 선보이는 아카이브 피스 전시와 북 사인회, 아티스트 토크 등으로 꽉 채운 2박 3일을 보냈다. 20주년 기념 컬렉션 촬영을 함께한 더블유 코리아와의 랑데부!

왼쪽부터 | 조안이 입은 니트 톱과 니트 카디건, 주름 스커트, 헥터 백, 박현재가 입은 톤온톤 배색의 슈트, 박서희가 입은 테이핑 방식 회색 슈트와 김호용이 입은 회색 슈트는 모두 Thom Browne 제품.

디자이너 톰 브라운을 설명하는 단어를 나열해본다. 회색 톤, 유니폼, 슈트와 턱시도, 스포츠웨어, 클래식 테일러링, 미국 스토리···. 196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패션업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2003년 맞춤복 부티크를 오픈하고 그레이 슈트 5벌을 만들며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옷이 지금은 전 세계 40여 개국, 300개 이상의 백화점에서 팔리며 세계적으로 이름난 브랜드가 된 것이다. 톰 브라운의 옷은 전통적인 프로포션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발목에서 단을 접어 올린 짧은 바지, 입고 재단한 듯 딱 맞는 사이즈, 짤막하게 크롭트된 재킷은 현대적인 슈트의 새로운 방향이 되었다. 스트리트 패션이 활기를 띠던 시절의 사진이나 피티 워모 박람회에 온 멋쟁이 신사들은 모두 톰 브라운의 그레이 슈트를 입고 있었다. 정밀한 테일러링에 기반한 젊고 신선한 미국식 감성이 유럽의 세련된 신사들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조안이 입은 타탄체크 스커트 슈트와 회색 타이츠, 옥스퍼드 슈즈는 Thom Browne 제품.
테이핑 장식 네이비 재킷, 창립 연도인 ‘2003’ 숫자를 새긴 주름 스커트와 백, 독특한 프레임의 선글라스, 회색 타이츠와 옥스퍼드 슈즈는 Thom Browne 제품.
김호용이 입은 ‘2003’ 자수가 새겨진 베이스볼 점퍼와 니트 후디, 팬츠, 조안이 입은 스웨터와 ‘2003’ 에디션인 니트 트레이닝 팬츠는 모두 Thom Browne 제품.

2005년, 뉴욕 패션위크로 남성복 레디투웨어 컬렉션에 데뷔한 후 곧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했고, 파리를 오가며 쇼를 선보이던 그는 론칭 20년 만에 파리 쿠튀르 위크에 이름을 올려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동안 쿠튀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준비해왔어요. 첫 쿠튀르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 파리에서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컬렉션과 작업을 쿠튀르에 녹이고 싶었는데, 아이디어의 본질을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로 선보일까 깊이 고민했습니다.” 팔레 가르니에의 객석을 채운 회색 양복 차림의 사람 모형 2,000여 개와 기차역 플랫폼을 형상화한 종, 여러 개의 트렁크 등으로 꾸민 쿠튀르 데뷔 무대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첫 쿠튀르 컬렉션의 설렘을 보여주듯 이 이야기꾼의 모험은 평소 컬렉션보다 긴 30여 분간 계속됐다. 20여 년 동안 바뀌지 않은 톰 브라운의 미학, 클래식 그레이 슈트에서 비롯한다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저에게 획일성은 진정한 개성과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톰의 세계는 런웨이뿐만 아니라 아동복, 액세서리, 신발, 스포츠웨어, 향수, 테크까지 드넓은 분야로 확장 중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붉은색, 흰색, 네이비색 그로그랭 테이핑 장식이 특징인 코트와 ‘2003’ 주름 스커트, 회색 타이츠와 옥스퍼드 슈즈는 Thom Browne 제품.
톤온톤 배색의 재킷과 팬츠, 흰색 셔츠와 타이, 핀, 행커치프, 아이웨어는 Thom Browne 제품.

오늘 모델들과 촬영한 옷들은 브랜드 창립 연도인 2003년을 강조한 익스클루시브로 선보이는 기념 에디션이다. 남성과 여성 컬렉션에 배치한 ‘2003’ 자수, 스포츠팀 유니폼 모티프와 크로셰 크로스 스티치로 아메리칸 스포츠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는 인생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4-Bar 디자인도 옛날 바시티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고, 톰 브라운의 리본 역시 오래전 수영 대회 메달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한국에서 늘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간다는 그는 이번 더블유와의 촬영이 한국에서 진행한 멋진 촬영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했다.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한 아티스트 토크, 10 꼬르소 꼬모에서 펼친 아카이브 전시, 북 사인회 등의 20주년 기념 이벤트가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지금 브랜드 론칭 30주년이 되는 해를 그려볼 수 있을까. “30주년이라…. 40주년, 50주년이 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Creativity)’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고 오리지널 비전을 지켜가는 것. 저에겐 세월보다 이걸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자신의 그레이 슈트를 가장 멋지게 입는 디자이너 톰 브라운.
테이핑 장식 검정 슈트와 회색 주름 스커트, 옥스퍼드 슈즈는 Thom Browne 제품.
2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선보인 아이웨어와 흰색 옥스퍼드 셔츠, 타이, 울 재킷은 Thom Browne 제품.
포토그래퍼
김신애
모델
김호용, 박서희, 박현재, 조안
헤어
조미연
메이크업
황희정
어시턴트
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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