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드레싱의 정석, 24SS 생로랑 컬렉션

김자혜

Saint Laurent 2024 S/S 컬렉션

파리 패션위크 둘째 날 밤, 에펠탑이 보이는 바르소비 광장(Place De Varsovie)에 거대한 대리석 런웨이가 세워졌다. 조금씩 다른 컬러와 문양을 지닌 대리석 런웨이는 사막의 모래 언덕처럼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8년째를 맞는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패션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로 포토그래퍼 프랑코 루바텔리(Franco Rubartelli)가 촬영한 모델 베루슈카 본 렌도르프(Veruschka)의 사진으로, 그녀는 이브 생 로랑이 디자인한 사하리엔(Saharienne) 재킷을 입고 있다. 이브 생 로랑은 사파리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사하리엔 재킷을 1967년에 선보인 이후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고,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이를 데이웨어로 대담하게 재해석했다.

조명이 켜진 아름다운 에펠탑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프로듀서 세바스티앙(Sebastian)의 사운드트랙이 흘러나온 생 로랑 컬렉션은 특유의 파워풀함과 시크함이 압도적이었다. 생 로랑은 이전 시즌에 선보였던 드라마틱한 이브닝 재킷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베이지, 블랙, 화이트, 카키 컬러에 담백한 면 소재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드레스 다운’ 했다. 안토니오 바카렐로는 사실은 심플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기본으로 돌아가 생 로랑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의도를 전했다. 이브 생 로랑이 선보였던 사하리엔 재킷에서 디테일을 덜어내는 대신 아멜리아 이어하트(Amelia Earhart)와 아드리안 볼란드(Adrienne Bolland) 등 선구적인 여성 비행사들을 아이콘으로 삼아 모험정신을 더했다. 이를 위해 워크웨어 스타일로 커다란 포켓을 장착한 점프슈트, 카고 팬츠, 탱크톱, 펜슬스커트를 입고 머리에 비행사를 떠오르게 하는 검은색 가죽 보닛까지 매치했다. 1980년대 스타일의 과장된 메이크업과 볼드한 골드 이어링, 에비에이터 선글라스가 당당한 분위기를 더하며 생 로랑 스타일의 파워 드레싱 내러티브를 이어갔다. 컬렉션의 후반부에서는 반짝이는 새틴 소재의 미니 드레스가 간간이 등장했고, 와인 레드와 머스터드 옐로 컬러의 컬러가 추가됐다. 피날레를 장식한 시폰 이브닝 드레스는 우아함의 극치!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Saint Lau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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