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걸그룹 스타일리스트들과의 대화

이예지

4세대 걸그룹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를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최유미, 김혜수, 서가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는 공고해진 케이팝의 위상. 그중 4세대 걸그룹 뉴진스, 르세라핌, 아이브를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최유미, 김혜수, 서가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티스트, 엔터테인먼트, 대중, 거대 팬덤과 첨예하게 호흡하며 무대 뒤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손끝에서 케이팝 뮤지션들의 화려한 모습이 피어난다.

르세라핌 스타일리스트, 김혜수 (@style_syou)

4세대 걸그룹 중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 그룹으로 꼽히는 르세라핌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김혜수는 스트리트적이고 트렌디한 패션을 절제된 감각으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르세라핌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세계관과 어울리는 성실함과 겸손함, 편안함이 매력적인 그녀다.

<W Korea> 활동이 끝났다고. 정말 바빴을 텐데 축하한다.

김혜수 이틀 전에 활동이 끝났다. 정말 오랜만에 푹 잤다. 6월 한 달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하반기 월드 투어 등의 활동 준비를 할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로 입문하게 된 계기와 그간의 커리어가 궁금하다.

대학 졸업 후 친구 추천으로 우연한 기회에 이하정 실장을 만나게 됐다. 그녀와 10년 정도 함께 일하며, 짧지만 레드벨벳, 가장 길게 방탄소년단을 함께 했다. 일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이하정 실장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오래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쏘스뮤직에서 새로운 걸그룹에 대한 제안을 주셨고, 르세라핌을 담당하게 됐다.

따지고 보니, 르세라핌이 데뷔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더라. 시작부터 함께하셨으니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걸그룹은 처음이라 걱정과 긴장이 정말 컸다. 첫 촬영이 개인 트레일러 촬영이었는데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아 비주얼팀과 밤새 논의하고 수정했던 기억이 난다. 멤버들을 알아가는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편하고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는 비주얼팀의 도움이 컸다.

쏘스뮤직이 걸그룹 전문 레이블이라고 하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졌다.

김성현 CD를 필두로 한 비주얼팀과 함께 작업한다. 많은 회사를 경험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떤 비주얼팀보다 협조적이고 도움을 많이 준다. 고마움이 크다.

최근에 르세라핌이 루이 비통 쇼에 참석하지 않았나. 특히 애프터 파티 의상이 상큼했던 기억이 난다.

쇼 의상은 평소에 입지 않는 스타일이라 재미있었고, 본사분들과 직접 소통했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요즘 멤버들 미모가 물이 정말 오른 것 같다. 각자 캐릭터는 어떤가?

다들 패션에 관심이 많다. 각자 캐릭터도 다른데, 우선 사쿠라 씨가 정말 겸손하고 프로페셔널하다. 채원씨는 전형적인 노력파. 될 때까지 연습해서 해내고 마는 스타일이다. 윤진 씨는 쿨걸 그 자체, 카즈하 씨는 순수함이 매력적이고, 은채 씨는 정말 사랑스러운 막내다. 이런 캐릭터가 패션에 반영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단체 비주얼 합이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제 르세라핌이 컴백하면 비주얼적으로 무척 기대된다. ‘ANTIFRAGILE’부터 스타일이 확고히 자리 잡은 것 같다 .

‘ANTIFRAGILE’이 가장 좋아하는 작업이긴하다. 멤버들에 맞게 설정된 개인 의상과 단체 군무 착장도 각기 다른 느낌으로 작업해 재밌었다. 아무래도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이다 보니 예쁜 모습보다는 건강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말 그대로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이다 보니 의상 준비가 보통이 아니겠다.

맞다. 르세라핌은 무대 착장을 맞추면, 옷을 입고 처음부터 끝까지 미리 안무를 해본다. 보통은 고난도 동작 정도만 해보는 편인데, 르세라핌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착장을 사전 테스트했다. 그래서 사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슈즈 같은 것도 제약이 많다. 더 좋은 브랜드 슈즈를 신길 수도 있지만, 안무에 편한 슈즈를 우선해야 한다. 스타일리스트로선 아쉬울 수도 있지만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한다.

이번 신곡 ‘Unforgiven’에서는 카우보이 무드가 엿보인다. 콘셉트 포토가 정말 다양하게 나오기도 했다.

비주얼팀이 콘셉트를 갖고 오면 함께 의논하는 식이다. 카우보이 무드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나 . ‘Unforgiven’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좀 더 강하고 당당한 카우보이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황야의 무법자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웨스턴 무드에 스트리트적 요소를 섞었고, 특히 벨트 레이어링으로 재밌게 풀어보고 싶었다.

후속곡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도 진짜 좋아하는 곡이다. 스타일링도 쿨한 그런지함이 멋졌다.

금기를 깬 여성들에 대한 곡이지 않나. 같은 논조로 바지를 입는 것이 금기시된 1950년대 탄생한 혁명적인
옷, 르스모킹 슈트도 후보 중 하나였는데, 비주얼 논의 과정에서 샤넬식의 로킹한 이미지를 여름에 어울리게 푸는 것으로 발전했다. 안무 영상을 봤는데, 바지통이 커야 멋있을 것 같았다. 쇼츠, 오버올 등을 섞어서 변주를 줬고, 바지는 찢고 피어싱을 더했다. 늘 그렇듯 뮤비 현장은 리폼으로 난리법석이다(웃음).

말처럼 아이돌 무대에 리폼이나 제작은 필수이지 않나.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연세대 축제를 위해 파란색 연세대 과잠과 티셔츠 등을 리폼해서 무대의상을 만들었는데 정말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 기억에 남는다. 비주얼팀의 아이디어였다. 또 2022년 MMA 멜론 뮤직어워즈 시상식 무대의상을 꼽을 수 있다. 카즈하 씨와 채원 씨의 톱은 실제 벨트를 활용해서 리폼했고, 윤진 씨은 가죽 스커트를 톱으로 만들었는데, 버클도 무겁고 스커트 가죽은 두꺼워서 팀원들과 손바느질하느라 엄청 애먹었다. 힘들었던 만큼 무대도 멋있게 나온 거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정말 걸그룹 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스타일리스트들의 작업 중 좋았던 것을 물어봐도 될까?

뉴진스의 쿠키. 충격적으로 모던하고 예뻤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살짝 추측해보긴 했는데, 당신의 스타일 아이콘은 누구인가?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다. 그녀의 스타일은 편안한 가운데 자유로운 믹스매치, 시크함과 러블리함을 오가는 점이 좋다. 개인적으로 셀린느식 무심한 프렌치 시크를 사랑한다. 스타일링을 위해서 눈여겨보고 있는 브랜드는 Knwls, 귀여운 Praying이다.

김혜수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적당함. 뭐든 과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과하지 않게 적당하게 조율한 조화로움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오늘 인터뷰 즐거웠다. 마지막 목표를 말해줄 수 있나?

한 번쯤 아이돌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다.

LE SSERAFIM

뉴진스 스타일리스트, 최유미 (@choiyumi___)

연이은 촬영으로 간신히 대화를 나눈 최유미는 알고 보니 케이팝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였다. 과연 전형적이지 않은 뉴진스의 스타일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향적이고 조심스러운 그녀의 성격 가운데 과감하고 신선한 뉴진스의 스타일이 탄생한 것을 보면, 내면에 자리한 아티스틱한 힘이 큰 사람처럼 여겨졌다. 촬영을 앞둔 최유미에게 질문을 차근차근 던졌다.

<W Korea> 인터뷰에 응해주어 고맙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사람 중 한 명이다.
최유미 반갑다(웃음).

하루 루틴이 보통 어떻게 되나? 계속해서 나오는 뉴진스의 결과물을 보면 촬영이 어느 정도 쏟아질지 가늠도 안 된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의상 사입, 시안과 브랜드 서치의 연속이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라고 보면 된
다.

우리는 하니의 밀라노 구찌 쇼 팔로잉으로 만났는데, 번호가 예전 에픽하이 스타일리스트로 저장되어 있어 반가웠다. 그간 어떻게 지내신 건가?

원래는 패션과 상관없는 미대생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하상백 디자이너 팀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가 샤이니 스타일링을 전담하고 있었다. 2008년경, 컬렉션 디자인팀에서 샤이니 스타일링 팀으로 옮겨갈 기회가 있었고, 그렇게 시작한 일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하상백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샤이니를 디렉팅한 것이 민희진 프로듀서다. 그때 만남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연이 이어지고 있어 감사하고 신기하다. 후에 2011년쯤 YG 지은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일을 시작했고, 빅뱅, 에픽하이등 남자 뮤지션 위주로 많은 경험을 했다. 독립 후 가장 오래 작업한 아티스트가 에픽하이다. 좋은 추억이 많은 팀이다. 그리고 2020년부터 희진 님 밑에서 뉴진스 스타일 디렉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 케이팝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분과 일한 거다. 그 경험은 당신 안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나?

희진 님은 나를 항상 믿어주는 감사한 분이다. 스타일 디렉터로 역할을 제안해준 것은 물론, 그녀의 많은 조언과 적절한 디렉션 덕분에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은 님은 빅뱅 같은 당대 아이돌을 담당하셨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 실무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뉴진스 멤버들의 첫인상은 어땠나?

이하이 등을 맡아 스타일링한 적은 있었지만, 걸그룹 스타일링은 처음이라 긴장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 희진 님께 걸그룹 스타일링 경험이 별로 없어 걱정스럽다고 했더니, 오히려 안 해봤기 때문에 재밌는 게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뉴진스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순수하고 귀여운 친구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 대표님이 한 인터뷰에서 유미 님을 이렇게 언급했다. “원래 잘하는 사람들은 방향성만 잘 잡아주고 도닥여주면 알아서 잘한다. 어도어 스타일리스트 최유미 님도 그런 유형이다.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일치하고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이해하기 때문에 수월하다.” 서로 어떤 취향이 같고,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고,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스타일이나 취향 면에서 희진 님과 통하는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작할 때도 ‘쿨한 거 해보자’라고 하셨고 나도 그에 동의했다.

뉴진스 스타일에 대해 서치하다가 ‘비주류지만 근본력 넘치는’이라고 평가한 코멘트를 봤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취향이 궁금하다.

패션 취향은 아주 폭넓다. 주류, 비주류 가리지 않고 슈프림이나 솔로이스트 등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의 브랜드를 모두 좋아한다. 스타일리스트는 여러 가지 콘셉트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런 폭넓은 취향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영화, 드라마, 스릴러 등도 많이 보는 편이다. 특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그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꾸준히 다시 본다. 다들 그냥 틀어놓고 할 일을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하나씩 있지 않나.

팬들의 리액션이나 반응은 살피는 편인가? 피드백 중 가장 인상적인 게 있었다면?

따로 살펴볼 시간이 정말 없긴 한데, 눈에 보이면 댓글을 보긴 한다. 호평도 있고, 혹평도 있다. 스타일리스트는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니, 좋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멤버가 패션쇼에 참석했고, 특히 하니는 구찌 캠페인 촬영을 진행했다. 럭셔리 하우스와 일하는 경험은 어땠나?

지난 시즌 처음으로 구찌와 루이 비통 쇼를 직관했는데, 직접 본 쇼는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다. 스타일 디렉터로서 감회가 남달랐다.

멤버들 나이가 다들 어려서 패션에 어떤 식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체로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각자 활동을 하면서 점점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 같다.

히트 아이템이 정말 많다. 특히 버니 백, 버니 모자 등. 이제 버니는 그냥 찾아두는 건가 싶었다.

그렇다기보단, 뉴진스의 상징이 토끼이기도 하고, 올해 토끼의 해라 올 초에 패션 브랜드들이 토끼 아이템을 정말 많이 선보였다. ‘OMG’를 처음 들었을 때, 박시한 팬츠에 귀여운 가방, 모자를 매치하면 귀여울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이템도 찾기 쉬워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한 곡의 스타일링은 무엇인가?

‘쿠키’다. 개인적으로 고프코어 룩을 좋아하는데, 테크웨어와 스쿨룩을 믹스하면 어떨까 했다. 한국 디자이너 혜인서(Hyein Seo)와 협업 한 작업인데, 좋아하던 디자이너기도 하고 반응도 좋아서 의미가 크다.

스타일링도 신박한 종류가 많다고 생각했다. 액세서리를 스타일링하는 위치나 독특한 브랜드도 서슴없이 사용한달까. 평소 과감한 스타일링을 즐기나? 요즘 관심 갖는 브랜드도 궁금하다.

정석적으로 하기보다 색다른 위치에 스타일링하는 것이 더 예뻐 보인다. 요즘에는 마수(MASU)라는 일본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다.

뉴진스는 음악이 원체 좋기도 하고, 단기간에 크게 성공한 그룹이다. 멤버들이 어려서기도 하지만 케이팝의 패러다임을 바꾼 그룹이라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그룹 같은 느낌이 있다. 이런 그룹을 담당하면서 정말 짜릿했던, 최유미의 순간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런 인터뷰 자체가 처음이라 신기하고 새롭다. 뉴진스가 좋은 반응을 얻을 때마다 뿌듯한 건 당연지사고. 지난번 패션위크에 참석했을 때, 우연히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가 뉴진스를 알고 있었다.(“그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맞다. 평소 너무 좋아하던 디자이너인데, 스페셜 피스, 오더도 주저 말고 연락을 달라고 해서 신기했다. 먼저 연락이 오거나, 미팅 요청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꽤 있는데, 뉴진스의 힘을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패션 업계 사람들이 먼저 좋아해주는 거니까 이 점이야말로 짜릿한 것 같다.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끈기가 정말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것, 꾸준함, 배우려는 자세 같은 것 말이다. 예전에 하상백 디자이너가 “너는 곤조(근성)는 있어”라고 해줬던 말을 기억한다. 난 처음부터 잘된 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묵묵하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 좋은 기회가 온 게 아닐까.

최유미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를 정해놓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미 이뤄가고 있는 것 같다.

NEWJEANS

아이브 스타일리스트, 서가영 (@s.stylist_official)

밝고 화려한 아이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주인공은 바로 서가영이다. 패션 에디터로 시작해 광고 디렉터 등을 거쳐 현재 수많은 케이팝 그룹을 담당하기까지, 스타일리스트의 덕목은 끈기라 말하며 지금도 담담하게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있다.

<W Korea> 아이브 활동이 마무리되어 이제 좀 스케줄이 잠잠해졌을 것 같다. 어떻
게 지내셨나?

서가영 오늘도 촬영을 하고 왔다. 최근에 담당하고 있는 아티스트 컴백이 겹쳐서 올 들어 가장 바쁜 시간이다. 그래도 일복 터진 거라 생각하며, 긍정적인 일개미로 즐겁게 임하려 한다.

스타일리스트로 입문하게 된 계기,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쎄씨, 키키, 유행통신의 패션 에디터로 업계 일을 시작했다. 에디터를 그만둔 후 브랜드 광고 디렉터로 7년 남짓 일 하다 우연한 기회로 스타일링을 하게 되었다.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를 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내가 아직도 신기할 뿐이다. 몬스타엑스가 내 첫 아티스트였고, 현재는 아이브, 아이콘, 슈퍼주니어, 정세운, 몬스타엑스 아이엠, 포맨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다.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대부분 스타쉽 소속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처럼 협업하는 비주얼팀이 있나? 노상윤 감독이 ‘LOVE DIVE’부터 지금까지 비주얼 디렉터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 그와는 뮤직비디오, 앨범 재킷 정도를 함께 논의하고 진행한다. 소수의 열정적이고 젊은 크루들이다. 그 덕분에 다른 스타일리스트들도 투입되면서 분업이 더욱 체계화 됐는데, 이런 점이 나에게 긍정적이다. 아이브 무대 의상은 내가 전적으로 진행하고, 보통 세세한 것은 A&R팀과 상의를 많이 한다.

노상윤 감독은 아이돌 비주얼 장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알고있다.

회사 소속이 아니라 외부 인력이 이런 롤을 담당하는 건 유례 없는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타쉽 서현
주 부사장이 ‘LOVE DIVE’부터 기용한 인재다. 처음에 나에게 아이브 스타일링 제안을 준 것도 그녀였다.

기존에 남자 스타일링을 많이 하셨으니 부담도 되셨겠다.

맞다. 원래 여자 그룹을 할 생각이 없었다. 서현주 부사장에게도 ‘너무 큰 모험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팀원들이 나를 설득했다. 어찌 됐건 처음 제안을 준 그녀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최근 케이팝 전체적으로 여자 아이돌이 강세인데,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했나?

아이브는 데뷔 때부터 ‘영 앤 리치’ 콘셉트를 가져왔다. 통일성이 중요해서 심플한 디자인에 주얼리, 액세서리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각자의 캐릭터를 만드는 식이다.

지금 걸그룹 대전까지 와보니 ‘영 앤 리치’ 콘셉트가 아이브 스타일을 만드는 데 확실한 차별점을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혹시 다른 걸그룹 작업 중 흥미롭게 본 것이 있나?

최근 (여자)아이들의 ‘퀸카’를 재밌게 봤다. 단체 비주얼 합도 좋고, 멤버별로 개성 있게 잘 입힌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현존 걸그룹 중 가장 대중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그룹이 아이브라고 생각한다. 아이브로 또 어떤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나?

펑키한 록시크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다. 아이브가 하면 색다를 것 같다. 지금의 아이브는 힙하고 트렌디한 스타일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패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브 곡이 정말 연속해서 히트했다. 특히 최근 앨범은 곡에 따라 이미지가 확확 변한다. 모델 워킹이 큰 화제였던 ‘I Am’과 스포티하고 귀여운 ‘Kitsh’ 등.

아이브 앨범 작업은 매번 새롭고 흥미롭다. 워낙 멤버들 피지컬이 휼륭하기도 하고, 내 스스로 멤버들 비주얼에 애정이 있다. 이번 앨범도 영 앤 리치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했는데,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 같은 클래식한 록시크를 기반으로 작업했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아이브 의상을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제작이 많은 듯하다. 통일성을 위해서인가? 사실 에디터도 제작 분야는 생소하다.

맞다. 무대복은 디테일한 장식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구매보다는 제작이 완성도와 가성비가 좋다. 제작 과정에서는 원단을 고르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다. 10번 이상의 단계를 거칠 정도로. 피팅 후 수정까지 해야 모든 작업이 끝난다.

수많은 작업을 했을 텐데, 가장 챌린지였던 작업은 무엇인가?

내 경우 콘서트를 아주 좋아한다. 타이트한 시간 내에 20벌 이상의 의상을 만져야 하는 부담감은 물론이고 체력이 완전히 소진될 정도지만, 가장 스릴 넘치고 뿌듯한 기분을 안겨주기도 한다.

에디터 출신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번 인터뷰 시리즈 중 가장 선배신 듯하다. 케이팝 산업이 대형화, 글로벌화되면서 업계 일원으로 가장 체감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비주얼팀과 스타일리스트의 분업화가 생기면서 프로세스가 체계화되는 점 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패션적으로는 아무래도 럭셔리 하우스의 전방위적인 서포트 아닐까. 앰배서더 기용, 시딩 등이 정말 흔해지지 않았나.

동감한다. 그렇다면 패션에 가장 관심이 많은 멤버는 누구인가?

멤버 각자 좋아하는 결이 약간씩 다를 뿐, 패션과 뷰티 모두 관심이 많다. 자연스러운 캐주얼은 모두 좋아하는 것 같고, 지나치게 귀엽거나 로맨틱한 룩은 선호하지 않는다.

팬들의 리액션이나 반응을 살피는 편인가? 피드백 중 가장 인상적인 걸 하나 꼽는다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팬들 반응을 많이 찾아봤다. 좋은 댓글도 많지만 ‘마상’을 입을 법한 댓글도 많기에 지금은 굳이 찾아보진 않는다. 어쨌든 팬들이 싫어하는 요소는 덜어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하의가 너무 짧아요’ ‘팬츠도 입혀주세요’ ‘오버사이즈는 입히지 말아주세요’ 이런 부탁들이다.

영감을 얻는 아티스트가 있나?

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많이 참고한다. 지금은 요즘 아티스트보다 오래된 클래식한 사진 속 사람들이 입은 룩에서 신선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게 더 흥미롭다. 빈티지한 것, 클래식한 것이 내 개인적인 취향인 것 같다.

수년간 아이돌 산업에 발 담근 일원으로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아이돌이 좋아서 스타일리스트를 꿈꾼다면 그저 팬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용기보다 끈기가 중요하다.

IVE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박종원 (김혜수, 서가영)
사진
COURTSY OF ADOR, STARSHIP, SOURC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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