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피난처, 베트남 ‘리젠트 푸꾸옥’ 리조트

W

지난해 베트남 푸꾸옥섬에 문을 연 ‘리젠트 푸꾸옥’에선 누구나 자신 속의 고요를 발견하게 된다.

패밀리 풀에서 바라다본 석양.

베트남 남서부 끄트머리, 푸꾸옥섬에 자리한 리조트 ‘리젠트 푸꾸옥’에서 보낸 날들은 몇 가지 장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거다. 해먹에 기댄 무릎 위로 쌓여가는 몽키 바나나 껍질, 전통 모자 ‘논라’를 쓴 하우스키퍼가 건네는 아침인사, 수평선과 맞닿은 인피니티 풀장에서 코코넛 음료를 홀짝이며 바라본 노을, 버기에 탑승해 빼곡한 빌라를 가로지를 때 느낀 더운 바람. 지상의 낙원이란 말은 낡은 광고 전단지에나 등장하거나 이미 오래전 윌리엄 모리스의 시에 박제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보낸 며칠은 낙원이라는 말 이외로 표현하기엔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리젠트 푸꾸옥은 IHG 호텔&리조트의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인 ‘리젠트 호텔&리조트’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인 리조트다. 지난해 문을 열고 투숙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이곳의 첫인상은 ‘고요한 사원’. 푸른 봉우리만 99개, 크고 작은 섬 28개, 오염되지 않은 해변이 무려 20개가 자리한 푸꾸옥에서도 고즈넉하기로 유명한 섬의 서쪽 해안에 둥지를 틀었다. 울창한 야자수 무리가 리조트를 끌어안고 있고 곡선과 사선, 직선이 어우러진 건축물에는 왜인지 명상적 기운이 깃든 듯도 했다. 이곳 특유의 ‘젠’한 분위기는 총 176개의 스위트, 126개의 빌라에서도 이어진다. 무성한 열대 나뭇잎들이 통창 너머로 춤을 추는 ‘테라스 풀빌라’, 석호를 끼고 있어 아침이면 뱃사공의 유유자적한 노젓기를 엿볼 수 있는 ‘라군 풀빌라’ 등 객실은 저마다의 분위기를 품고 있어 투숙객은 많은 선택지 앞에서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리조트는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 ‘블링크 디자인 그룹’의 손길을 거쳐 디자인됐는데, 이들이 심미적이고 완성도 있는 하드웨어를 통해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를 제시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4개의 베드룸을 갖춘 비치 풀빌라 객실.

푸꾸옥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이면 단숨에 닿는 거리에 위치한 리조트는 주변으로 로컬 시장, 식당가가 다양하게 있지만, 그보다 리조트 내에 6개의 레스토랑 및 바가 있어 부러 리조트 밖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색다른 미식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라이브 키친이 있어 종일 역동적 분위기가 가득했던 ‘라이스 마켓’에선 베트남 및 중식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해변가 바투에 위치한 ‘오션 클럽’에선 현지 및 지중해 요리가 서브된다. 바다를 향해 낸, 오션 클럽의 야외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허브 향 가득한 칵테일을 홀짝이면 휴양지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이 충족되는 듯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이곳 다이닝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재패니즈 프렌치 퓨전 레스토랑 ‘오쿠’에서는 세계 각지에 둥지를 튼 미쉐린 레스토랑 ‘노부’ 출신의 셰프 앤디 후인의 창의적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제철 별미로 구성한 ‘시즈널 메뉴’도 좋지만, 레스토랑 중앙의 큼지막한 오마카세 아틀리에에 앉아 ‘오마카세 디너’를 맛보시길. 재패니즈, 프렌치 퀴진이 그리는 절묘한 교집합은 오모카세 디너에서 더욱 화르르 피어오른다. 이 밖에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 ‘제이드’, 탄탄한 진 라인업을 갖춘 ‘푸 바’ 등도 리조트에 자리한다.

다채로운 베트남 및 중식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라이스 마켓.

세레니티 호를 타고 푸꾸옥섬을 항해하는 수상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리젠트 푸꾸옥을 혀끝으로 한껏 즐긴 후 이곳의 웰니스 프로그램까지 체험하고 나면, 어쩐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완벽히 맞춰진다는 느낌이 든다. 스파 시설 ‘더 스파’에는 고감도, 고주파, 고에너지 세가지 가치에 뿌리를 둔 다양한 트리트먼트가 준비되어 있는데 이곳의 시그너처 ‘알파 쿼츠 샌드 코쿤 테라피’가 특히 유명하다. 따뜻한 석영 모래가 채워진 침대에 몸을 누이고 마사지를 받다 보면 여행으로 지친 몸도 금세 풀리기 마련. 한편 비스포크 뷰티 케어의 선구자로 알려진 바스티엔 곤잘레스의 ‘페디:매니:큐어 스튜디오’, 리셋 명상 스튜디오, 루프 톱 요가 파빌리온 등을 갖추고 있으며, 머무는 동안 상주하는 웰니스 코치의 맞춤형 웰니스 일정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수상 액티비티도 있다. 푸꾸옥의 카타마란인 ‘세레니티’ 호를 타고 푸꾸옥섬을 항해하는 것. 안 토이 군도를 탐험할 수 있는 해안 크루즈와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며 바다 위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크루즈’, 하프데이와 풀데이 중 선택 가능한 ‘프라이빗 크루즈’까지 다양한 시간대와 다이닝 옵션을 갖춘 크루즈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가득 찬 행복과 빈틈없는 행복이 다를 때, 리젠트 푸꾸옥에서 보내며 느낀 감정은 후자에 가까웠다. 단순히 럭셔리의 최첨단에 서 있는 시설을 경험하는 것도 특별했지만, 실은 그보다 섬세한 큐레이션 서비스와 지난해 오픈한 리조트답지 않은 숙련된 호스파틸리티를 느낄 때 만족감은 배가됐다. 이를 테면 빼곡한 버틀러 서비스 리스트에서 객실에 깜짝 나타난 도마뱀을 대신 잡아준다는 문장을 발견하거나, 매일 저녁 침대맡에 둔 유리 케이스에 서로 다른 맛의 초콜릿이 담겨 있다거나, 투숙 이튿날 조식당을 찾았을 때 “어제 뷔페 근처에 앉았으니, 오늘은 야외 테라스에 앉는 게 어떨까요?”라며 친절히 말 걸며 여행객의 사소한 면면을 기억해줄 때.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여행을 완성해주는 것이 아닐까. 리젠트 푸꾸옥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Haven of Calm’이라는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고요의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답게 이곳에 당도한 누구든 자신 속의 고요를 찾을 수 있을 거다.

리젠트 푸꾸옥 +84 297388 0000, PHUQUOC.REGENTHOTELS.COM

피처 에디터
전여울
사진
COURTESY OF REGENT PHUQUOC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