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상민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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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민이 카메라 앞에 선 지 3년째 되는 날. tvN <슈룹>으로 첫 장편 드라마 데뷔를 치른 그는 스스로에게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카디건과 팬츠는 생로랑 제품.

<W Korea> 어, 생각보다 키가….

문상민 더 크죠? 하하하.

프로필상으로는 190cm라고 되어 있던데 체감상 더 큰 것 같아요.

주변에서 농담처럼 물어봐요. “너 190cm 아니잖아. 솔직히 2m 넘지?” 얼마 전에 병원에서 쟀어요. 정확하게 190.5cm 나왔습니다(웃음).

언제 많이 자랐어요?

중고등학생 때.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어요. 그때는 성장통 때문에 무릎이 아파서 밤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잘 정도였어요. 제가 대식가거든요. 어마어마하게 먹어요. 학창 시절에는 몸무게가 90kg이 넘었고요. 그때는 조금 뚱뚱한 편이었어요. 그게 다 키로 간 거죠.

얼마나 잘 먹는지 궁금한데요. 주 종목이 뭐예요?

저는 탄수화물파예요. 고깃집에 가면 고기를 양껏 먹고 된장찌개에 공깃밥, 후식으로 물냉면까지 먹어요. 감자탕, 닭갈비를 먹고는 무조건 볶음밥으로 마무리하고요. 먹는 양이 많으니까 옛날에는 ‘두끼 떡볶이’나 ‘엉터리 생고기’ 같은 무한리필집도 많이 갔어요.

그래서 성장기 때 잘 먹어야 한다고 하나 봐요. 어때요? 지금도 연기하면서 성장통을 겪는 중인가요?

데뷔한 지 3년이 됐어요. 3년 내내 성장통을 앓은 거 같아요. 이번 tvN <슈룹>을 촬영하며 가장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엄청난 선배님들과 함께했잖아요. 선배님들과 합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배움이고 성장이죠.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주시고 원 포인트 레슨도 많이 해주셨어요. 대치동 입시학원에서 집중 과외를 받은 느낌이에요(웃음).

시청자로서 봐도 ‘역시 김혜수구나’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오죽했을까요.

김혜수 선배님은 <슈룹>의 ‘화령’이라는 인물 그 자체였어요. 현장에서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세심하게 챙기셨어요. 보통 새벽 촬영을 하면 간단하게 김밥이나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촬영 막바지에는 혜수 선배님이 쌀국수, 치킨, 바비큐 등의 밥차를 계속 불러주셨어요. 그것도 아침, 점심, 저녁, 야식까지 하루에 4번씩요. 매번 다짐했어요. ‘나중에 선배님 같은 위치에 간다면 이렇게 스태프를 챙겨야겠다’라고. 그만큼 느낀 게 많아요.

데님 재킷과 팬츠, 반팔 셔츠, 프린팅 니트는 모두 루이 비통 제품.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주연을 맡았고,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을 거쳐 <슈룹>에서 첫 TV 드라마이자 첫 사극에 도전했어요. 문상민이라는 배우를 각인시켜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을 듯해요.

부담감은 물론이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이 컸어요. 작품을 치밀하게 분석했고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집요하게 봤어요. 그래서 그때 대본을 보면 밑줄도 잔뜩 쳐져 있고 메모도 빼곡해요. 그만큼 불안했던 거겠죠.

누군가 ‘<슈룹>은 김혜수가 끌고 문상민이 밀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아니죠. 선배님이 끌고 제가 끌려갔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요. 저는 질질 끌려갔는데 멀리서 보면 그게 미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웃음).

극 중 성남대군은 무예에 능한 인물로 나오죠. 넓은 들판을 말을 타고 거침없이 달리는 첫 등장이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동물을 무서워해요. 심지어 말은 더 무섭더라고요. 왠지 뒷발차기를 할 것 같고. 말도 기싸움을 해요. 제가 긴장하면 이 친구도 알아요. 지지 않으려고 윽박지르고 호통도 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기억나요. 이름이 쿠키와 에쿠스였는데 좀 미웠어요.

말과 기싸움을 한다니 신기하네요.

말이 성질을 부린다고 하죠. “흥!”, “킁!” 거리면서 고개를 계속 돌리면서 박차고 나가려고 해요. 자기가 힘으로 이긴다는 걸 아는 거죠. 그럴 때는 고삐를 한 번 세게 확! 당겨야 한대요. 말을 잘 타려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저는 당근, 각설탕을 주면서 친해졌어요. 그러니까 이 친구도 마음을 열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1시간이 최대라서 그사이에 촬영을 마쳐야 했어요.

액션신을 촬영하다가 장도에 얼굴을 맞고 왼쪽 눈 밑이 3cm 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봉합수술까지 했어요.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액션이 성남대군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웬만한 액션은 제가 직접 하고 싶어서 액션스쿨도 열심히 다녔는데 그날은 순간적으로 합이 잘 안 맞아서 작은 사고가 일어났어요. 지금은 잘 아물었습니다. 상처가 난 부분은 CG 처리해서 지웠어요.

셔츠와 탱크톱, 타이, 팬츠는 모두 드리스 반 노튼 제품.

<슈룹>은 세자가 되기 위해 ‘세자 택현’이라는 경합을 벌인다는 내용이죠. 실제로는 어때요? 실전에 강한 편인가요? <슈룹> 오디션 때는 주변이 술렁이는 소리도 못 들었을 정도로 긴장했다면서요.

경쟁에서는 강한 편이에요. 스타트는 좋아요. 뒷심이 부족해서 그렇지. 배우로서 단점이 될 수 있기에 책 한 권을 보더라도 끝까지 읽으려고 해요. 작은 것부터 하나씩 고치고 있어요. 예전에는 긴장도 많이 했는데 제가 간절하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너무 간절하면 될 것도 그르치는 경우가 있죠.

맞아요. 그래서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많거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때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자책하고 회사 사람들 볼 면목도 없고. 오디션에 떨어지면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싫었어요(웃음). 지금은 많이 내려놨어요. 오디션에 떨어지더라도 ‘내 역할이 아니구나’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아픈 만큼 성숙해졌군요. 그럼 연기자로서 본인의 장점은 뭐예요? 팬들은 넓은 어깨, 중저음의 목소리를 ‘입덕 포인트’로 꼽더라고요.

주저 없이 도전하는 거요. 이를테면 어떤 오디션에서 “사투리 가능한가요?”, “수영할 수 있어요?” 물어보면 할 수 있다고 해요. 그날부터 될 때까지 연습해요. 배영은 못해도 자유형은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학창 시절에도 그렇게 의욕적인 아이였어요?

비슷해요. 중학교 3학년 축제 때는 친구들과 걸스데이의 ‘Something’ 안무를 연습해서 어머니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그때 축제에서 1등 했어요. 그걸 누가 찍었나 봐요. 하나둘 그때 영상이 올라오더라고요.

설마 그길로 연기를 하겠다며 서울로 상경해서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건 아니죠?

정확해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Something’ 무대를 보고 예고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어요. 키가 크니 모델과를 가서 꿈을 펼쳐보라고 하셔서 지원했어요. 그때 키가 184cm 정도로 중학교 3학년 아이치고는 제법 큰 키였고,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더 클 것 같았나 봐요.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독립할 생각을 하다니 큰 결심을 했네요.

그래서인지 늘 집밥이 그리워요. 어머니가 반찬을 자주 보내주시긴 하는데 따뜻한 집밥과는 다르잖아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그 맛이 안 나고요. 그래서 배달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규카쓰랑 마제소바, 제육볶음, 쫄면, 냉면을 자주 시켜 먹어요.

자브라 패턴의 톱과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쉴 때는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 그래서 인터뷰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이렇게 촬영하고 집에 들어가면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쉴 때 70%는 침대에 누워 있는 편이에요. 누워서 휴대폰 하기, 누워서 유튜브 보기, 누워서 천장 바라보기, 그냥 누워 있기(웃음).

전기장판 틀고 귤까지 곁들이면 완벽할 텐데.

아, 전기장판은 한 번도 안 써봤어요. 저는 매트리스 위에 토퍼를 하나 더 깔아요. 그리고 침대에 놓인 펭귄 인형을 다리 사이에 끼고요. 대표님이 주신 경추베개를 베면 잠이 솔솔 오더라고요.

그럼 쉴 때는 계속 누워만 있는 거예요?

가끔 배드민턴을 치거나 혹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오늘도 촬영 끝나고 든든하게 먹고 싶은데. 혹시 근처 맛집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스튜디오에서 영동시장이 가까워요. 그 주변에 족발집이 많아요.

족발 좋다. 스태프분들이랑 함께 가기로 해서 다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이나 족발을 먹어야겠어요. 어쨌든 오늘은 육류를 먹고 싶네요(웃음).

혹시 MBTI가 뭐예요?

ESTP요.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 외향적인 편이고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요. 사실 생각이 많은데 단순한 척해요. 겉과 속이 다른, 그만큼 비겁한 면도 있는 사람이죠(웃음).

슬리브리스는 보테가 베네타, 어깨에 걸친 패딩 베스트는 마더스 파더 by Mue 제품.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요.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에서는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염세진을 연기했죠. 상민에게 크리스마스란 어떤 날인가요?

드라마 제목처럼 싫은 날 중 하나예요. ‘크리스마스 싫은 네 가지 이유’를 말할게요. 크리스마스 시기에는 항상 솔로였어요. 혼자 보내는 게 외로웠고요. 서울에서 일하고 있으니 청주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도 없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캐럴이 슬프게 들려요. 저에게 크리스마스는 알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게 하는 날이에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모두가 행복해 보여서 더 외로운 느낌인 거죠?

맞아요. 저는 스케줄을 하고 집에 가는데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모습을 볼 때 그런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와요. 항상 촬영하느라 바쁘게 지나갔던 거 같아서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친해지려고 합니다(웃음).

2023년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가 있을까요?

커피를 줄이고 싶어요. 많이 마시면 하루에 다섯 잔은 먹거든요. 건강 관리를 해야 하니까. 그리고 2023년에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어요.

커피를 정말 좋아하나 봐요.

이렇게 또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데요. 사실 고소하고 묵직한 맛의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산미 있는 커피를 즐겨야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는 산미 있는 커피도 좋아한다고 해요. 커피 맛도 잘 모르면서 한 입 마시고 “이 집 원두 잘 볶은 거 같은데? 과테말라인가?” 이렇게 허세 섞인 말도 하고요. 그냥 라테를 시키면 되는데 굳이 있어 보이고 싶어서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고요(웃음).

근엄한 성남대군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네요. 차기작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요.

무표정으로 있으면 차가울 것 같다고 하는데. 저 개그 욕심도 있고. 이렇게 말도 많아요. <슈룹> 전에 촬영한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이 공개를 앞두고 있어요. 어떤 역할인지 자세하게 말할 수 없지만 성남대군과는 정반대 이미지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오늘이 저 데뷔한 지 딱 3주년 되는 날이에요. 제 인생의 첫 화보에 첫 인터뷰예요. 그러니까 잘 써주세요. 저 괜찮은 사람이라고(웃음).

성남대군 문상민의 최근 관심사는?

맨 디지털 디렉터
최진우
포토그래퍼
김영준
박한빛누리
스타일리스트
임혜림
헤어
엄정미(Pracne)
메이크업
한슬이(P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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