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출범한 미국판 <더블유> 매거진이 패션과 출판 업계의 격변을 함께한 지 반세기가 흘렀다. <더블유>는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다루고 어떻게 표현했나? 지금도 패션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창작자와 에디터가 기억에 남는 커버와 화보를 말한다.
잠시 미국판 <더블유> 매거진의 자화자찬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지난 50년은 패션과 출판 업계에 격변의 시기였고, <더블유>는 ‘화려하고 대담한 스토리텔링’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굳건히 지켜냈다. 미국 <더블유>는 1972년 존 B. 페어차일드(John B. Fairchild)가 <우먼스 웨어 데일리(Women’s Wear Daily)>라는 뉴스 페이퍼에서 파생된 매거진을 창간하며 출발했다. 포스터 같은 느낌의 커다란 판형에 화려한 사람들의 일상과 즐거움을 담은 독특한 매거진, <더블유>는 그들이 무엇을 입고 어디에 가는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등등을 다뤘다. 그러면서도 여느 경쟁 매거진과 달리 누구에게도 아첨하는 어조를 띠지 않았다. <더블유>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패션에 풍자적인 느낌을 담아내려고 과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최악의 패셔니스타(Fashion Victims)’나 어떤 것이 유행하고 시대에 뒤처졌는지를 자비 없이 정리해놓은 ‘인 앤 아웃(In & Out)’처럼 통렬한 칼럼을 통해서였다. 1980년대 이르러 <더블유>는 아직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돈이 너무 많아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무리, 일명 ‘누벨 소사이어티’라는 악명 높은 부류를 소개하거나 비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션계에는 그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된 아름다운 여성들이 출현했다. 신디, 린다, 크리스티, 케이트, 나오미 등이 그들이다. 이 슈퍼모델들은 어퍼이스트 사이드의 상류층이나 패션 매거진 지면에 소개되는 멋쟁이 신흥 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더블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대범한 사진가와 화보 작업을 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준 것은 물론이다. 슈퍼모델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정점을 찍었다면, 2000년대 초반을 지배한 건 셀러브리티 숭배 현상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이 현상은 심화되었다. 이 트렌드에 대해, 미국 <더블유> 역시 <더블유>만의 변화구를 던졌다. 매년 특별호에 당대의 이슈 가운데에 선 주요 배우들을 소개하고, 업계를 이끄는 창의적 감독들을 초대해 영화 스틸컷을 창조하듯이 포토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귀한 창작자들의 창조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깨달았다. 또 하나, 우리 사회에 전에 없던 큰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영역, 바로 ‘현대미술’이 있다. 과거에는 아티스트가 거의 본인만의 세계에 갇혀 작업했다면, 오늘날 이들은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협업을 펼치고, 종종 사회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작업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더블유>는 어느 매체보다 활발하게 아티스트와 함께 다양한 작업을 펼쳤다. 그렇게 매거진의 50년이 흘러왔다. 반세기 역사에서 추출한 커버 작업과 화보 이미지를 살펴보면 <더블유>가 사회, 패션, 슈퍼모델, 할리우드, 디자인, 예술 등등 전방위에 걸쳐 모색해온 것들이 어느 정도 감지될 것이다. 그 모든 분야가 바로 이 매거진을 구성하는 요소다. 그리고 이제 소개할 화보 이미지와 더불어 더 많은 이미지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10월에 리졸리 출판사에서 출간한 두툼한 단행본 <Fifty Years, Fifty Stories>에 담겼다.
2010년 11월호 | Artwork by Barbara Kruger | Photographer Mark Seliger
“<더블유> 커버 작업을 맡는다는 건 엄청난 기회다.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 정확하게 전달될 사진, 언어, 몸, 젠더, 나르시시즘, 그리고 관음증까지, 비주얼적으로 고려해야 할 모든 게 허용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디지털 바이럴 시대에는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플랫폼, 심지어 지난 시대의 것인 T V까지도 그 도달력이 거대하니까. 그리고 킴 카다시안과 그녀의 가족과 그 외 수많은 ‘인플루언서’는 현시대의 가시성과 수입원을 장악해버렸다.” –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아티스트)
2002년 6월호 | Photographer Michael Thompson | Stylist Joe Zee
“2000년대 초반 위노나 라이더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촬영하게 되었고, ‘그 ‘프리 위노나’ 티셔츠를 입히면 어떨까’ 싶었다.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편집부 사람들이 탐탁지 않아 했지만(‘화보 촬영 의상으로 티셔츠를 택하겠다고?’ ‘위노나가 절대 입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물어나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LA에 있는 작고 특이한 잡동사니 상점에 전화해서 가능한 모든 사이즈와 컬러로 그 티셔츠를 몇 박스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위노나 라이더와의 작업은 꿈만 같았다. 그녀는 뭔가 다른 시도를 한다는 점을, 그 리스크를 무척 좋아했다. 물론 사진도 마음에 들어했고. 이 커버는 지금도 내 ‘최애’ 커버 중 하나다.” – 조 지(Joe Zee, 패션 저널리스트 겸 프로듀서, 1995년~2005년 <더블유 US> 패션 디렉터)
2005년 7월호 | Photographer Steven Klein | Stylist Michael Kaplan
“2000년대, 패션 화보 좀 본다는 사람 중 이 화보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스티븐 클라인이 담은60 페이지 분량의 ‘브란젤리나’ 커플 독점 화보는 패션계를 넘어 널리 회자되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눈이 맞은’ 영화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는 할리우드와 한국에서 2005년 6월 중순 개봉했는데, 이 화보를 찍을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공식 연애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화보 속에서 두 사람은 미래 자신들의 가정 을 암시하듯 다섯 아이들과 1960년대 미국 중산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는 아이들과 밥을 먹고 놀다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화보 제목은‘D omestic Bliss’. 당시 스티븐 클라인의 말에 따르면 브래드 피트는 한 가정 속 완벽한 커플의 개념을 탐구하고 싶어 했다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과 당대 가장 잘나가는 사진가가 연출한 대규모 화보를 언제 또 목격할 수 있을까?” – 권은경(<더블유 코리아> 피처 디렉터)
2019년 9월호 Photographer Tim Walker | Stylist Sara Moonves
“프랭크 오션의 이 사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진하게 남는 그런 이미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커버는 당시 시대상의 완벽한 반영 같았다.” –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디자이너)
2013년 12월호 | Photographer Tim Walker | Stylist Jacob K
“모델 크리스틴 맥메나미와 팀 워커의 조합은 굉장히 파워풀하다. 이 이미지를 지금 다시 봐도 처음 본 그때만큼이나 좋다. 천상의 결과물!” –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디자이너)
2004년 6월호 | Photographer Michael Thompson | Stylist Alex White
첫 임신 상태로 <더블유> 커버 모델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나 자신이 연약하다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까지만 해도 여성이 임신한 몸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니까. 그런 분위기를 사라지게 만든 인물이 리한나 같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이커버 잡지가 처음 가판대에 놓였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하나? 진심으로 조금 창피했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임신한 나를 커버 모델로 쓴다는 점에 좀 경악하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이미지를 보니 어떤가? 너무 좋다! 사진도 마음에 쏙 들고, 당시 애플이 뱃속에 있었다는 사실도 정말 좋다. 좀 복잡한 삶일 수 있지만 셀러브리티로서 대중의 시선 속에서 사는 이점 중 하나는, 인생의 여러 중요한 순간을 비주얼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 배우)
2022년 3월호 | Photographer Jack Davison | Stylist Law Roach
“이 커버 화보 촬영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드니 빌뇌브가 직접 화보 디렉팅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 <듄>은 내 2022년 봄 쿠튀르 컬렉션 전체에 영감을 주었다. 언제든 자신의 작업물을 커버로 만나면 전율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듄>의 뮤즈, 내 컬렉션의 뮤즈였던 젠데이아가 모델로 나선 이 커버는 온 우주가 이 쿠튀르적인 운명을 돕는다는 기분을 안겨줄 정도였다.” – 다니엘 로즈베리(Daniel Roseberry, 스키아파렐리 아티스틱 디렉터)
2021년 4월호 | Photographer Zoë Ghertner | Stylist Allia Alliata di Montereale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요즘 잡지들을 넘겨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너무 캐주얼하군.’ 그녀에게 잡지란 ‘글래머러스’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던 1980년대의 인상을 말했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화려한 꽃무늬 벽지, 아르데코풍 가구, 응접실을 밝히는 꽃꽂이, 거기에 옷을 너무 자주 갈아입느라 지쳐 침대에서 뒹구는 여인들.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1980년대 팬시함’을 주제로 한 화보를 위해, 그녀의 영화에 등장했고 그녀의 영원한 뮤즈인 세 배우가 한자리에 모였다. 코폴라의 데뷔작 <처녀 자살 소동>의 주연 커스틴 던스트,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겨준 <썸웨어>의 엘르 패닝, 그리고 <온 더 록스>에서 함께했던 라시다 존스까지. 그렇게 화려하면서 페미닌한 커버 화보가 탄생했다.” – 전여울(<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1999년 7월호 Photographer Steven Klein | Stylist Michael Kaplan
“브래드 피트가 영화 <파이트 클럽>을 촬영하는 중 내게 전화해서는 영화 속 의상이 굉장하니 작업을 하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척 팔라닉의 소설 <파이트 클럽>을 읽어보았고, 코스튬 디자이너의 의상을 활용한 내 버전의 스토리를 창조해냈다. 이 협업을 진행할 때 브래드는 영화를 마무리 짓고 있었고, 그의 캐릭터 몰입도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본인의 캐릭터를 좀 더 리얼하게 그려내기 위해 앞니까지 깎아냈으니까!” – 스티븐 클라인(Steven Klein, 사진가)
2018년 9월호 | Photographer Shirin Neshat
“‘모든 여성 사진가들과 작업하라.’ <더블유>가 내린 미션은 처음엔 의무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자유롭고 틀을 벗어난 해방을 뜻했다. 그 합을 맞추는 작업은 또 얼마나 흥미롭고 즐거웠는지. 사진가의 명단은 무척 길었다. 시 린네샤트, 캐스 버드, 샘 테일러-존슨, 알렉스 프레이저, 리네커 데이크스트라, 재키 니커슨, 비비안 사선, 샤나 오스본, 그리고 도미니크 이세르만까지. 이들은 빙산의 일각이었지. 각자의 아이디어도 미치도록 좋았고, 나는 이 대장정에 참여할 수 있어 대단히 즐거웠다.” –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배우, ‘여성의 시선’을 주제로 한 기획의 게스트 에디터)
1982년 1월호
“<더블유>의 초기 대형 판형 시절에 시작된 ‘인 앤 아웃’ 시리즈는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았다. 주제 선정에 경계를 두지 않았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를테면 사람들, 장소, 정치, 음식, 이데올로기, 그리고 말이 되는 것 혹은 말이 안 되는 것 등등을 주제로 선택해 실컷 이야기했다. ‘바르셀로나? 좋아!’ ‘코트다쥐르? 싫어!’ ‘파스타? 아웃!’ 식이었다. 한마디로 인 앤 아웃에서는 당시 인기의 정점에 있는 아이템을 두고 가차 없이 ‘아웃’이라고 선언하는 걸 즐겼다. 그것이 누벨 소사이어티의 큰 소매나 러플이건, 크롭트 팬츠건 상관하지 않았다. 1989년 무렵에는 ‘럭셔리 패션과 값싼 패션을 매치해 스타일링하는 것’이 ‘인’이었다. 이 시리즈의 중심에는 종종 인물이 있었다. 1988년 에디션에서는 ‘자넷 잭슨을 제외한 마이클 잭슨과 잭슨 패밀리 모두, 아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확실히 아웃. 너무나 당연하게 아웃.’ 오랜 시간 연재되는 에디토리얼 기사가 그렇듯, 결국 끝이 있었다. 하지만 인 앤 아웃의 인기가 절정일 때도 이에 대한 <더블유>의 자각은 확실했다. 1988년 잡지에서 이미 ‘기억해’라며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한 바 있다. “이 인 앤 아웃 리스트는 복음처럼 전하려는 게 목적이다.” – 브리짓 폴리(Bridget Foley, 패션 저널리스트, 1989년~2010년 <더블유 US> 필자 및 이그제큐티브 에디터)
2017년 3월호 | Photographer Mert Alas & Marcus Piggott | Stylist Edward Enninful
“제니퍼 로페즈, 제시카 차스테인, 터라지 P. 헨슨, 케이트 모스. 내가 이 뛰어난 여성들 사이에 서 있던 기분이 떠오른다. 옷은 뭘 입었는지, 나이나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애티튜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지. 여성의 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기반 위에 무엇을 쌓을 것인지, 내면에서부터 빛이 나고 세상과 그것을 나누는 것에 대해. 여성들은 점점 더 서로 돕고 끌어주고 하나가 되면서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는 할 일이 많다.” – 도나텔라 베르사체(Donatella Versace, 디자이너)
2018년 2월호 | Photographer Luca Guadagnino | Stylist Sara Moonves
커버 촬영을 위해 어떤 비주얼 레퍼런스를 마음에 두었나? 쌍둥이 콘셉트였기 때문에 완전히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 느낌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촬영 중 에피소드로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캘리포니아 사막의 아름다움, 그리고 훌륭한 모델인 애드와 아보아와 리아너 판 롬파이와 작업한 경험 그 자체. 촬영 때 바람이 심하게 불긴 했지만, 그래도 패션 화보 촬영은 영화 촬영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편했다. –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영화감독)
2017년 11월호 | Photographer Cindy Sherman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연스러움을 연출한 사진’을 뜻하는 ‘플랑디드(Plandids)’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서 늘 보이는, ‘자연스러움을 계획적으로 연출한 사진들’ 말이다. 당시 나는 다친 몸을 회복하느라 누워 지냈고, 할 일이 없어 그저 폰만 쳐다보던 시기였다. 사실 난 셀피라는 개념을 정말 싫어한다. 사람들은 ‘오, 하지만, 당신은 셀피의 여제 아닌가요?’ 같은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왠지 민망하다.” – 신디 셔먼(Cindy Sherman, 아티스트)
1985년 5월호 | Photographer Anwar Hussein
“<더블유>는 늘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념해왔지만, 드러내놓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나 너무 애쓰는 티를 내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따라서 해마다 ‘최악의 패셔니스타들’을 모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마련했다. 모나코의 캐롤린 공주나 여기 다이애나비를 포함하여 가장 사랑받는 스타일 아이콘들도 매번 패션으로 추앙받을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만약 다이애나가 립스틱과 블러셔를 우주선 모양의 모자와 캔디 스트라이프 보타이에 매치하지만 않았더라면 이 창피한 리스트의 커버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크리스토퍼 베글리(Christopher Bagley, 사진가, 1997~2010년 <더블유 US> 에디터)
2022년 5월호 | Photographer Jamie Hawkesworth | Stylist Sara Moonves
“보통 나는 완전한 고요함 속에서 촬영을 하는 편인데, 라나 델 레이가 약간의 음악을 원했다. 라나는 폰으로 컨트리 음악을 틀어서 건넸고, 나는 그녀의 폰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카메라를 들었다. 덕분에 촬영 내내 바지 속에서 재미난 음악이 흘러나왔다. 라나는 완전히 자신을 놓은 채 촬영에 임해 정말 훌륭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치 깔깔대는 열네 살 소녀 같았다. 더없이 진솔했다. 꽤 오랫동안 나는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찍지 않았는데, 환한 미소를 띤 피사체를 커버로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즐거웠다.” – 제이미 호크스워스(Jamie Hawkesworth, 사진가)
2013년 5월호 | Photographer Tim Walker | Stylist Jacob K
“멕시코의 어느 산 속에 위치한 마을, 실리틀라( Xilitla)에는 초현실주의자 에드워드 제임스가 만든 정원이 있다. 우리 모두는 정원에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그 꿈결 같은 순간에는 햇빛이 지붕에 내리쬐고, 나는 눈을 감고 꽃과 여러 손에 둘러싸여 있었다. 새들이 노래하고, 벌들이 붕붕대고, 순수한 행복의 한 조각을 완전히 담아낸 장면이다. 이 사진을 보면 아직도 그 눈부심이 혀끝에 느껴지는 듯하다. 그 즐거움, 그 환상, 그 감사함.” – 틸다 스윈턴(Tilda Swinton, 배우)
2021년 10월호 | Photographer Harmony Korine | Stylist Allia Alliata di Montereale
“2021년 오리지낼리티 이슈를 기획할 때, 편집부 모두가 만장일치로 이 테마를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물은 전설적인 돌리 파튼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서 우리는 평생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촬영을 해온 그녀이니 이번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그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하모니 코린과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는 내시빌에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돌리 파튼을 늘 우상으로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그 둘이 천상의 조합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 사라 문베스(Sara Moonves, 현 <더블유 US> 편집장)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 글
- ARMAND LIMNA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