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다양한 나나

우영현

설마, 아직도 나나를 애프터스쿨과 오렌지캬라멜의 멤버로만 기억한다면 섭섭하다. 다음 장면들만 눈여겨봐도 생각이 달라질 거다.

굿와이프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국내 최초의 미드 리메이크작으로 큰 주목을 받은 법정 수사극 <굿와이프>가 공개된 후 ‘나나의 발견’, ‘나나의 반전’이라는 반응이 숱하게 쏟아졌다. 원작의 인기 캐릭터 역에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물론 컸지만, 단 1회 만에 볼멘소리는 쏙 들어갔다. 나나가 연기한 로펌의 만능 조사원 김단은 결혼 이후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김혜경(전도연)의 조력자. 나나는 전도연과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을 펼쳐 보이며 기분 좋은 반전 드라마를 썼고, <굿와이프>가 ‘연기 구멍’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데 있어서도 제 몫을 충분히 했다. 극 초반 김단과 김혜경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그 중 백미다. 나나는 밀리는 기색 없이 전도연과 밀도 있게 대사를 주고받는데, 전도연에게 먼저 갔던 눈길이 나나에게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저스티스

당시 주목할 만한 신예 장기용과 호흡을 맞춘 <킬잇>에 이어 나나는 <저스티스>의 포스터에도 메인으로 등장했다. 무게감을 얹은 포스터 분위기에서 짐작되듯 <저스티스>는 의문의 여배우 연쇄 실종 사건을 추적해 부패한 권력의 흑막을 파헤치는 묵직한 장르물이다. 나나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로 분해 손현주, 최진혁과 단단한 균형을 이뤄 극을 끌고 간다. 드라마는 초반부의 강렬한 인상이 무색하게 지지부진한 ‘고구마 전개’와 허술한 결말로 흠집이 나긴 했지만, 한층 더 짙어진 연기 농도를 선보인 나나는 이 드라마의 뜻깊은 수확이었다. 특히 뜨거워지기 쉬운 장면에서 절제된 표정과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서서히 끓는점을 높이는 나나의 연기에는 열연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나나가 판타지 같은 외모를 세밀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도 딱 이때였다.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

나나가 코믹물에 출사표를 던졌다. 취업 대신 ‘1년 90일 출근하고 연봉 5천 먹는 구의원’이 되려고 선거에 출마한 ‘민원왕’ 취준생의 좌충우돌 사건을 그린 드라마에서 나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른바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선을 다해 유쾌하게 망가지며 코믹 연기를 했다. 드라마는 다소 과장스러운 설정도 있고 웃음을 겨냥한 모든 장면에 다 수긍할 수 없겠지만, 나나의 이미지 변신은 퍽 자연스럽다. 시치미 뚝 떼고 이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데, 아주 놀라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나무랄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민망한 시청률 성적표를 남기며 나나의 도전은 화제성을 얻지 못했다. 어쩌면 최근작 <글리치>에서 열연한 캐릭터와 가장 맞닿아 있는 모습이지 아닐까 싶다. <글리치>를 재밌게 봤다면 이 작품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우영현
사진
넷플릭스
영상
tvN drama, KBS Drama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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