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20 세대의 시집 구매량이 폭증한 이유

박은아

단순히 장원영 효과일까?

한국 시집 시장에 1020세대가 큰 손이 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예스 24의 10년간 시집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1020세대의 시집 구매량이 전년 대비 51.9% 증가했습니다. 기존 시집 주류 구매 층인 50대의 구매 비율은 여전히 부동의 1위이지만 젊은 세대에서 시집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긍정적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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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포엣 코어(Poet Core)’ 트렌드와 더불어 ‘공유’의 용이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SNS 환경에서는 긴 글보다 단 한 문장이 더 강하게 작동하죠. 시는 그 구조 자체로 이미 최적화된 콘텐츠입니다. 인상적인 한 줄은 이미지처럼 소비되고, 동시에 개인의 감정을 대변하는 언어로 기능합니다. 결국 시는 읽는 텍스트를 넘어, ‘공유되는 감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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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이 공유한 시 구절이 화제가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단순히 시를 읽었다는 사실보다, ‘공유할 수 있는 문장’을 선택했다는 점이 지금의 감각과 맞닿아 있죠. 시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백을 남깁니다. 그 여백에 각자의 감정을 채워 넣는 방식이 오히려 더 깊은 몰입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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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가 시집을 선호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명상 효과도 있습니다. 명상이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비율은 높지 않죠.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고,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해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시집은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한 편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분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예상보다 깊습니다.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뷔가 SNS에서 공유한 조말선 시인의 시집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짧고 여운이 긴 문장들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하나의 ‘짧은 명상’처럼 기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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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로로도 민음사 유튜브 채널에서 시집 두 권을 추천한 바 있습니다. <불온한 검은 피>와 <숲의 소실점을 향해>가 그 주인공이죠. 추천 이후 해당 시집들의 판매량은 400% 이상 증가하며, 시집이 1020 세대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소비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는데요. 명상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에게, 시집만큼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마음 관리 도구’는 드물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죠. 올봄에는 시집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정돈해 보세요. 머리 맡에 두는 시집 한 권이 낭만적인 봄 밤을 만들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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