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더블유 7월호 화보&인터뷰 풀 스토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청춘의 다른 순간 [박지훈]

2021-06-21T12:27:56+00:002021.06.22|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조명 속에 빛나는 스타를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그 면모가 다르듯, 지금 눈앞에서 들여다본 박지훈은 기억 속의 박지훈과 조금 다르다. 

하얀 셔츠와 넥타이는 발렌티노, 검정 슬랙스는 프라다, 로퍼는 쥬세페 자노티 제품.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던 때 몇 살이었나?

박지훈 열아홉 살. 지금은 스물셋이다.

 

오늘 당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목소리도, 얼굴의 느낌도, 워너원 시절의 박지훈과 너무 달라서. 열아홉 살 때도 변성기는 이미 지났을 시점 아닌가?

변성기라는 게 언제 왔는지, 왔다 갔는지 그런 걸 잘 모르겠다. 물론 그때 영상을 보면 내가 봐도 참 어려 보인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박지훈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상남자’라고 하더라. 실제 당신이 그때의 이미지처럼 마냥 귀염둥이는 아니라는 걸 팬들은 이미 다 아는 듯하다.

그렇다.

 

성격이 어떤 편인가?

좀 조용하다. 가까운 친구들과 있을 때는 물론 편안하게 잘 즐기는데, 누군가를 쉽게 사귀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는 곧 방영될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준이와 비슷한 데가 있지.

 

그럼 워너원에서 애교를 담당하고, 윙크를 곧잘 하던 몇 년 전의 박지훈은 어떤 이유로 그런 모습을 띠게 된 걸까? 당신이 파악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쪽을 택한 것인가?

용기를 내고 결심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당시에는 그게 나만의 이미지였던 셈이다. 정말 귀여운 이미지였지. 거기서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변하는 걸 느꼈다. 사람이 언제까지 귀여울 수만은 없잖아. 지금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팬도 있고, ‘그래도 박지훈은 여전히 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는 팬도 있다.

 

<프로듀스 101>을 하던 즈음의 영상을 지금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힘들었겠구나’ 그리고 ‘열심히 했구나’. 마침 최근에 과거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게 보인다. 나를 더 보여줘야겠다는 의지가 눈빛에 담겨 있는 듯했다.

하얀 슬리브리스 톱과 가죽 재킷은 셀린느, 데님 팬츠는 준지, 슬립온은 발렌티노 제품.

2019년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 방영되는 동안 당신이 아역배우 생활도 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사실 그 드라마는 성인이 된 후의 첫 작품인 거고, 어린 시절의 현장 경험치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 안에 남아 있지 않을까 했다.

기억나는 건 많지 않다. 어릴 때 이미 연기를 해봐서 도움이 됐다고 할 만한 점은 없는데, 이거 하나는 있더라.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거. 카메라에 익숙한 편인가 보다. ‘카메라가 날 찍고 있네?’, ‘날 찍고 있을 때 뭔가를 더 해야 해!’라고 의식하거나 긴장하지 않는다.

 

여덟 살에 <주몽>에서 소금장수 아들로 생애 첫 드라마 연기를 했고, 다음 해 <왕과 나>에서는 무려 거세당하는 장면을 소화했다. 거세라는 개념을 몰랐을 텐데 그런 열연을 해냈나?

배웠지(웃음). 어렴풋이 기억난다.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나이였지만, ‘내시가 되는 아이’라는 상황에 대해 뭘 알아야 나도 연기할 수 있으니까. 거세당하는 순간 제작진이 내 앞에서 포도 주스를 뿌렸다. 피를 대신하는 포도 주스를 맞은 기억이 나네.

 

그때는 ‘큐’ 사인 떨어지면 바로 눈물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언젠가 말했는데.

누르면 나오는 눈물 버튼이 있었다. 아마 아이였으니까 그 상황이 조금 무섭기도 하고, 압박감이 들어서 그렇게 눈물이 잘 나왔을 수도 있다.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는 이자벨 마랑, 로퍼는 쥬세페 자노티 제품, 검정 코팅 진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KBS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웹툰 원작의 청춘물이다. 웹툰에서는 ‘네가 혼자 일어날 순 있겠지만, 그래도 내 손 잡고 일어나는 게 더 빠를걸’ ‘나한테 의지해. 의존은 안 돼’ 같은 재밌는 대사들이 나오더라. 주인공 여준은 ‘금수저’라는 설정인데, 어떤 캐릭터인가?

주변에 늘 사람이 많아 보이고 인기도 많지만, 사실은 진정한 친구가 없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있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려 한다. 그 이야기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는데,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사람들과 있을 때는 쾌활하고 잘 즐기다가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어둡고 깊이 웅크리고. 기본적으로는 여러 사람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자신이 맡은 그 인물을 생각하면 좀 짠한가?

그렇지, 짠하다. 감독님과 얘길 하면서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 팬들 앞에서는 늘 웃는 모습으로 서 있지만, 내가 항상 웃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어떤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니까.

 

그런 말 하면 ‘박지훈, 집에서는 혼자 허무함 느껴’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가 날 수도 있으니 매니지먼트에서 안 좋아하겠지.

나 말고도 그런 감정 느끼는 이들이 있을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몇천 명, 몇만 명이 응원해주는 무대에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얼마나 적막한가? 그 고요함에 둘러싸인 느낌이 준이라는 인물의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최근 두 달여 동안 60회 차 가까이 찍었다고 들었다. 어떤 경험이었나?

연기의 디테일을 익히는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얼굴 근육을 쓰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든가. 화가 나는 연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생기는 근육의 미세한 떨림 같은 걸 느꼈다. 막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다음 대사가 뭔지도 잊어버릴 만큼 흥분하는 경험도 했는데, 그런 순간의 감정을 계속 기억하고 싶다.

 

작년에는 웹드라마 <연애혁명>에 더보이즈의 영훈과 함께 출연했다. 거기서 박지훈은 ‘강아지 같은 남자’를 보여줬지. 또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은 학교에 있는 것처럼 분위기가 즐거울 것 같더라.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코미디이고, <연애혁명>은 코미디가 잘 살아 있는 웹툰이다. 감독님도, 나도 그 작품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어떤 배우를 보면서 연기에 감탄하나?

가수나 배우 선배님들 여럿이 내 마음속에 있지만, 콕 집어 말할 만한 대상은 자주 달라진다. 나부터 변화를 겪기 때문에 그에 따라 롤모델도 바뀌는 거다. 지금 떠오르는 분은 조진웅, 조정석 선배님이다. 연기를 한다기보다 정말 그 사람처럼 보이는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들의 작품을 반복해서 본다거나 연기 방식을 눈여겨보기도 하나?

한 작품에 빠지면 그것만 한동안 반복해서 본다. 영화 <형>은 아주 여러 번 봤는데, 조정석 선배님의 연기는 단지 대본을 숙지해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자기 것’이 있다. 대단하다, 정말.

체크 셔츠는 셀린느, 안에 입은 검정 티셔츠는 오피신제네랄 제품.

어릴 때 연기를 해봤으니 가수 준비를 할 때부터 언젠가 다시 연기도 하면서 두 길을 병행할 생각이었나?

아니다. 내가 아이돌을 꿈꾸기 시작한 계기는 중 2 때 춤 영상을 보고 거기에 빠져들면서부터다. 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연기를 원하는 감정은 한동안 죽어 있었다. 아이돌의 길에 열중하다가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라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

 

가수 하면서 공연할 때와 연기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

연기는 글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여주는 거고, 가수는 무대를 꾸미면서 일종의 연기를 하는 셈이지만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두 경우가 아주 다르다. 가수 박지훈에게는 긍정적인 느낌이 크다. 내 팬클럽 이름이 ‘메이’인데, ‘Mayday’라는 곡에서도 그랬듯 긍정적인 뜻과 사랑스러운 가사를 자주 쓴다. 연기와 가수 생활 모두 아주 재밌다. 서로 다른 맛의 재미라고 할 수 있지.

 

워너원 이후 2019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솔로는 체질에 맞던가?

처음에는 힘든 점이 있었다. 많은 멤버들과 웃고 떠들며 지내다가 혼자 하려니….

 

표정이 갑자기 바뀌는 걸 보니 그때 허전함이 컸던 모양이다.

‘아, 나 혼자서는 못하겠어’ 같은 힘듦이 아니라 함께하는 존재들이 있다가 없으니까 그로 인한 힘듦이었다. 한동안 가족보다도 오래 붙어 있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뭘 해도 자꾸 생각이 날 수밖에.

데님 재킷과 팬츠는 디올 제품, 첼시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솔로 활동을 하며 무대 올라가기 전에 하는 다짐이나 생각은 없나?

그냥 기다리는 그 순간을 즐기다가 빨리 무대 올라가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아까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무대를 앞두고도 긴장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게 장점이면서 단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경각심이 없달까?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천성인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성격 때문인지.

 

하지만 <프로듀스 101>을 치르는 동안에는 긴장을 좀 했겠지? 그건 경쟁이었고, 살아남아야 하는 문제였으니까.

음… 나는 그때도 ‘내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몇 등까지는 하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뛰어든 게 아니고, 준비된 만큼, 내 기량만큼 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니까 역시 긴장되는 도전은 아니었지.

 

어떤 20대는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기를 쓴다. 웬만해서 긴장하지 않는 박지훈은 드라마에서든 무대에서든 당신이 보여주는 그 모습이 당신의 베스트라고 보면 될까? 이번 드라마를 지켜보겠다.

나는 음반을 냈다고 해서 어느 정도는 팔렸으면 좋겠다거나 어떤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목표를 두지 않는다. 그건 팬들에게 부담 주는 일 같다. 드라마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까 뭔가를 하든, 반응이나 평가에 연연할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잘해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그걸 보여줄 때는 즐기면 되는 거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있나? <연애혁명>의 공주영은 귀여웠지만,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여준은 귀엽지만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