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며, 어떤 바이닐들의 끝자락을 만지작거린다.
1.라스트 포에츠 <The Last Poets>
1960년대 후반 인권 운동의 시대상을 랩의 ‘직계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큰 워드(Spoken Word) 로 목소리를 내어 은유적이면서도 날이 선 표현을 꾹꾹 눌러 담아 발표한 라스트 포에츠의 역사적인 첫 앨범이다. 당시 가장 급진적인 음악이던 프리재즈의 정신까지 녹여 냈는데, 주술적인 북소리와 격앙된 목소리만으로 만들어진 강렬하고 원초적인 그루브는 힙합 문화의 뼈대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흑인의 인권 문제에 맞서 일어서는 이후 세대에게 강렬한 에너지로 다가갔다. 물론 2020년 현재까지 이 문제적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유효하다. -이승규(디제이)
2. 펠라 쿠티 <Excuse O>
미국의 훵크와 재즈, 중·남미 아메리카의 아프로 쿠반 리듬, 나이지리아의 전통 요루바 음악까지. 블랙 뮤직의 본질에 뿌리를 내리는 펠라 쿠티의 사운드는 매우 독창적이고 다채롭다. 그 자체로 아프리칸의 이주 문화를 대표하는 사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쿠티는 놀라우리만큼 재능 있는 음악가였을 뿐만 아니라,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자행되는 부당한 착취와 억압을 지적하며 음악을 통해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인물이다. 쿠티가 주장했듯 서방 국가들은 수세기 동안 그들의 착취에 대해 무신경하거나 책임 지지 않았으며, 놀랍지 않게 서방 국가에서도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쿠티의 음악은 동시대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다. -커티스(모자이크 서울 대표)
3. 바비 라이트 <Blood Of An American B/ W Everyone Should Have His Day>
1974년 뉴욕, 바비 라이트(아부 탈립)는 낮에는 건설 노동자, 택시운전사로 일하고 밤에는 짬짬이 밴드와 함께 클럽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폭력, 빈곤 등 당시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갈등 상황으로 인해 그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본인을 둘러싼 환경이 전혀 다른 방향으 로 흘러가고 있음에 늘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바비 라이트는 음악은 세상과의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매개체라 생각하며, 긍정적인 메시지가 미래 세대에게 전파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더욱 굳게 다졌다.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밴드 멤버 한 명이 목숨을 잃은 후, 다른 한 명마저 파병되자 그는 남은 멤버인 베이시스트와 함께 듀엣으로 바이닐에 수록된 두 곡의 노래를 녹음한다. 무고한 죽음에 대한 비통함을 노래한 이 음악은 기타와 베이스, 목소리로만 이뤄진 단순함 속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뤄 큰 울림을 더한다. -권영진(다이브 레코드 대표)
- 피처 에디터
- 전여울
- 포토그래퍼
- 장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