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에디터의 왁싱 리얼 후기.
왁싱은 여자의 전유물? ‘댓츠 노노.’ 언젠가부터 남자들도 적극적으로 ‘왁밍아웃’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해볼까?’ 고민 중이라면 <더블유 코리아> 남녀 에디터의 리얼한 간증부터 들어보시길.
왁싱하는 여자
체험 기회가 꽤 많았지만 약간의 두려움과 거부감에 거절하고 미룬 게 어언 몇 년. 남들의 이야기만으로 이 은밀한 브라질리언 왁싱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첫 경험이기에 왁싱 숍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했다. 개인별로 시술 공간은 구분되어 있는지, 1인 샤워실이 마련되어 있는지부터 왁스의 종류와 원산지, 시술 직후 애프터케어 프로그램까지 꼼꼼히 따졌다.
그렇게 결정한 왁싱 숍에 도착해 관리사와 함께 기존 시술 유무와 피부 민감도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룸에 들어갔다. 간단한 샤워를 마친 뒤 하의를 탈의하고 침대에 누워 벨을 누르자 ‘똑똑’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왁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 안의 온도가 괜찮은지 묻고는 바로 소시지처럼 생긴 쿠션을 양쪽 다리 바깥에 대곤 개구리자세(양발을 붙이고 무릎을 구부려 다리를 벌리는 형태)를 취하라 말했다. 민망함이 느껴지려는 찰나, 화장솜에 미네랄 오일이 들어 있지 않은 칼렌듈라 오일을 묻혀 시술 부위 를 촉촉하게 한 뒤 ‘따뜻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본격적인 시술이 시작되었다. 주변 잔털을 제거하는 초반 작업 땐 ‘어라,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 었는데, ‘헬게이트’라 불리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양 손은 알아서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고, 스스로도 이 아픔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성한 웃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왁스를 떼어낼 때마다 후끈한 피부를 진정시켜주는 쿨링 기계를 대줬고, 너무 아픈 부위는 마치 남자들이 운동하다 중요 부위를 맞아 엎드렸을 때 엉덩이를 쳐주듯 허벅지를 톡톡 때려 통증을 분산시켜주었다(신기하게도 실제 아픔이 덜해지는 느낌).
자, 이제는 엉덩이로 넘어가볼까? 스스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뒤쪽 털을 제모할 때는 더 민망하다. 두 무릎을 모아 가슴 쪽으로 가져다 대고 팔로 종아리를 감싸는 자세라니! 그러나 앞과 마찬가지로 부끄럼을 느끼기도 전에 아픔이 다가왔다. 다행히 앞에서의 통증이 너무 컸던 터라, 뒤쪽 시술할 땐 비교적 견딜 만하더라. 문제는 바로 뒤에 이어진 족집게 타임. 마치 피부과에서 압출할 뾰루지를 찾듯 Y존에 조명과 얼굴을 아주 가까이 대고 족집게로 미처 떨어져나가지 않은 털을 하나하나 뽑아내는데, 아프다기보다는 묘하게 기분 나쁜 통증이 지속 되었다. 그렇게 고난의 시간이 끝나고, 시술 부위에 시원한 모델링 팩을 5분 정도 붙였다. 처음엔 차가웠던 모델링 팩이 5분이 지나니 피부 속 후끈한 열감을 흡수해 뜨뜻해져 신기할 따름.
그렇게 팩까지 마무리하자 관리사가 결과물(?)을 확인하고 옷 입고 나오라며 거울을 건네곤 자리를 비웠다. 뽀얀 핑크빛 속살을 기대하며 들이민 거울 속엔 전혀 예상 밖의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고, 여자들이 왜 Y존 화이트닝을 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나의 첫 왁싱은 끝이 났다. 후기 속 말들처럼 ‘소변이 갈피를 못 잡고 중구난방으로 튄다’, ‘속옷에 묻는 분비물의 양이 많아진다’, ‘축지법이라도 터득한 듯 걸음걸이가 가벼워진다’까진 모르겠으나 속옷을 입을 때나 꽉 끼는 바지를 입을 때 확실히 더 가볍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샤워할 때의 촉감이 묘하긴 하지만 이건 차차 적응되지 싶다. 제모 중 가장 ‘윗길’이라는 브라질리언 왁싱. 지금도 주저하고 있다면 일단 한번 경험해보길 권하고 싶다. 30분간의 아픔만 견디고 나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가 펼쳐질 테니. – 김선영 (더블유 뷰티 에디터)
왁싱하는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지는 4년쯤 됐다. 자의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더블유>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뷰티 에디터 선배의 반강제(?) 권유로 체험기를 써야 했고, 남자 에디터인 내가 당첨된 것이다.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다. 약간의 고통과 수치스러움이 반복된 생애 첫 기억…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매년 주기적으로 왁싱을 받고 있다. 우선, 왁싱은 숍마다 사용하는 왁스의 종류나 쿨링 프로세스도 다르고 관리사마다 스킬도 달라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나 역시 4년간 같은 곳을 다니다 얼마 전 다른 곳을 가봤는데, 신기할 정도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종류의 왁스 중 통증이 덜하고 미백 효과가 있는 라이콘 핑키니 왁스를 선택해 시술을 받았는데, 지금껏 받은 시술 중 통증이 가장 덜했다. 쿨링 후엔 브라질리언 전용 마스크팩을 이용해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켰고, 상처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통증을 줄여주는 PDT 기계 관리도 추가로 받았다. 미경험자의 가장 큰 걱정거리 세 가지는 왁싱 받을 때의 민망함과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의 정도, 목욕탕에서 ‘쯧쯧쯧’ 소리가 나는 듯한 타인의 시선일 것이다.
우선, 민망함은 답이 없다. 그저 엉덩이 주사 놓는 간호사나 비뇨기과 의사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게 가장 편할 듯. 그들 역시 프로기에 별생각 안 한다. 둘째, 아픔의 정도는 왁스의 종류와 관리사의 기술에 따라 좌우되지만, 상상만큼의 아픔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왁스일수록 통증과 시술 후 트러블이 덜하기 때문에, 왁싱을 받기 전 어떤 왁스를 사용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 길. 마지막으로 타인의 시선은 정말 아무 문제가 안 된다. 시술 직후, 마치 유아기 때로 돌아간 듯한 모습은 여전히 낯설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다. 왁싱을 받고 나면 오히려 안 받은 사람들의 무성한 털이 더 불편해 보이고 눈길을 사로잡아서, 오히려 그들이 나의 시선을 걱정해야 한다.
왁싱을 받으며 슬쩍 남자 손님 비율을 물으니, 요즘엔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다고 했다. 왁싱이 많이 보편화돼 남녀 커플로 오는 경우도 많고, 남자의 경우 미리 얘기하면 남자 관리사에게 시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외부 세력(?)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받게 된 건 나의 의지였다. 단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청결이다. 첫 경험 후 ‘한 번도 안 받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받은 사람은 없겠구나’라고 느낄 만큼 시각적으로나 실생활에 있어 정말 깔.끔.하고 만족스럽다. 뭐니 뭐니 해도 깨끗한 게 최고다. – 정환욱 (더블유 패션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김선영
- 포토그래퍼
-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