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전주에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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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52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총 262편의 영화 가운데 다섯 편을 추렸다.

<불가능한 사랑>

<렛 더 션사인 인>(2017)의 시나리오를 쓴 크리스틴 앙고의 소설을 영화화했으며, <여자가 사랑할 때>(2009), <썸머타임: 아름다운 계절>(2015) 등에서 여성의 사랑과 욕망 등을 밀도 높게 그려온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의 영화다. 1950년대 말, 프랑스 샤토루에 사는 평범한 라셀(버지니아 에피라)은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란 필리프(니엘스 슈나이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라셀은 필리프와의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그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을 홀로 기른다. 여주인공의 섬세한 감성과 격정을 포착한 햇빛 찬란한 멜로 드라마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마이애미에 사는 흑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문라이트>(2016)로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한 배리 젠킨스 감독의 차기작이다. 할렘가의 여성 티시(키키 레인)는 만삭의 상태로 약혼자 포니(스테판 제임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여성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희망을 잃지 않는 연인의 낭만적인 사랑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초점을 맞추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겪을 수밖에 없는 인종차별 등의 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흑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젠킨스의 문제 의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신의 은총으로>

위험천만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영 앤 뷰티풀>(2013), <두 개의 사랑>(2017) 등에서 성 정체성 및 욕망에 관한 이슈를 건드려왔다. 알렉상드르(멜빌 푸포)는 우연히 어린 시절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신부가 여전히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를 멈추게 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면서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한다.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스포트라이트>(2015)를 연상시키는 영화로, 피해자 입장에서 진지하게 접근하면서 사회에서 금기시된 터부를 공격한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의 마지막 영화>

지난 3월 타계한 아녜스 바르다 감독(1928~2019)을 추모하는 의미의 상영작이자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다. 아티스트 JR과 함께한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로 국내에 친숙해진 바르다는 1955년 데뷔작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꾸준히 영상 작업을 해왔다. ‘누벨바그의 대모’로 불렸던 그녀는 행동하는 여성 영화인의 상징이었다. 이 영화 역시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으며, 시네-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와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녜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를 사랑하는 법을 일깨우고 떠났다.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전주영화제 특별전에서는 스웨덴의 거장, 로이 앤더슨의 전작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선 <유, 더 리빙>(2007)이 영화광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바 있다. 만약 전작 중에 딱 한 편만 골라야 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201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두 명의 세일즈맨이 다양한 인간을 만나는 이야기로, 죽음에 대한 우화로 시작해 전쟁, 자본주의의 억압 등을 담아낸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하게 영화 속 인물들은 무표정하고 어둡고 침체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앤더슨의 영화 속에서 희극과 비극은 동전의 양면처럼 교차한다.

전종혁(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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