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방랑자 vol.2 – LONDON

민혜진

바야흐로 새로운 계절을 목도한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경험하고 느낀 그 모든 것들! 뉴욕, 런던, 밀란, 파리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며 2019 S/S 시즌을 향해 내달린 에디터들의 ‘실전 패션위크 다이어리’가 펼쳐진다.

디자이너라 불러주세요

알렉사 청이 이번 시즌에는 프런트로 셀렙이 아닌 디자이너로 패션위크에 참석했다. 2017년 론칭한 본인의 브랜드 ‘알렉사 청’으로 런던 패션위크 신고식을 치른 것. 쇼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알렉사는 “사실 좀 긴장했는데, 많은 친구가 찾아와 축하를 해주니 잘 마친 것 같아요”라고 데뷔 소감을 남겼다.

런던-4 마리카트란주 (2)

10번째 생일

10년 전 마리 카트란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선보인 나팔 모양의 트롬프 드레스와 트롱프뢰유 기법의 신선함이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마리 카트란주는 여태 그녀를 상징해온 것들을 하이브리드형으로 섞었다. 우표, 지폐, 자수 배지, 정원, 아트 오브젝트 등이 사용된 인쇄 크리스털 드레스와 갑옷 같은 옷은 쿠튀르에 가까웠으며, 말할 수 없이 호화로웠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OST를 작곡한 반젤리스의 미발표 음악이 쇼장에 흘렀고, 런웨이를 마친 모델들이 크게 원을 그리자 그 뒤로 아카이브 피스가 자리해 즐거운 기념비적 사건의 근사한 마침표를 찍었다.

좋아하는 것끼리 만남

런던의 각광받는 신진 브랜드 어 콜드 월과 스포츠 선글라스 브랜드 오클리의 협업이 닉 나이트의 쇼 스튜디오가 후원하는 콘셉추얼 멀티숍 머신 에이에서 공개되었다. 좋아하는 것끼리의 만남은 더욱 기대되기 마련. 론칭을 기념해 컬렉션 프리 쇼핑은 물론 디자이너 새뮤얼 로스의 포스터 사인회도 준비되었다. ACW 로고를 새긴 선글라스는 이미 품절이었고, 팬들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서 그 인기를 입증했다.

런던-3 jw앤더슨

내 원체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J.W. 앤더슨 쇼장에 자리마다 놓인 책 <Your Picture / Our Future>는 지난 2018 S/S 캠페인을 목적으로 한 사진 공모를 통해 모인 신진 사진가 50명의 작업을 편집한 것으로 새롭고 독보적인 시선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유수의 디자인 스튜디오 엠/엠 파리스(M/M Paris)가 아트 디렉션을 맡았으며, 쇼 직후 1,000부만 소량 판매된 희귀본. 아름답고 무용해서 더 마음을 흔든 이 책은 런던 패션위크를 기념할 뜻깊은 선물로 기억될 것!

런던-8 푸시버튼 (3)

푸시 런던

쇼 스케줄에서 반가운 이름을 만났다. 바로 한국의 푸시버튼! “중고 신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첫 쇼를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용감했는데,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더 고민되는 것이 많았어요. 그런데 쇼가 끝나고 나니 걱정이 모두 사라지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소감을 전한 디자이너 박승건. 현지의 많은 이들이 그만의 유머러스한 디자인에 빠졌고, K-Fashion의 파워를 입증했다.

티시의 킹덤

런던 패션위크 초미의 관심사, 리카르도 티시의 버버리가 드디어 공개됐다. 리파인드, 릴랙스드, 이브닝 3개의 라인으로 나눠진 134개 룩에 티시는 트렌치코트, 체크 패턴 등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동시대적 코드들을 조화롭게 녹여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티시의 디렉팅은 쇼뿐만 아니라 새 단장을 마친 리젠트 스트리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커튼과 두꺼운 카펫을 깔아 과거 극장으로 쓰인 건물의 역사를 살리고, 그 속에 아티스트 그레이엄 허드슨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 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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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로의 학생들

오롯이 영국패션협회의 것이 된 신진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 ‘뉴 젠(Gen)’에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리처드 퀸의 쇼. 지난 시즌 모두를 놀라게 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참석 대신 이번 시즌에는 그의 고등학교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학생들이 깜작 게스트로 등장했다. 영국 정부의 미술 교육 지원 자금 삭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이벤트로 여느 셀레브리티보다 프레스의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불렀고, 화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분, 1초가 아쉬워

쇼 직전, 백스테이지의 시계는 몇 배속으로 흐른다. 모자, 얼굴 전체를 뒤덮는 튤 장식, 커다란 리본까지 장식적인 요소가 많은 에르뎀의 백스테이지에서는 더더욱! 3명의 스태프가 한 모델에게 붙어 있는 건 예사고, 남자 스태프가 고개를 숙여 드레스 속으로 들어가 슈즈를 점검하기까지. 쇼 시간이 촉박한데 민망함이 무엇이랴! 그런데 모두가 전쟁터 같은 이 공간에서 여유롭게 장난까지 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한국인 모델 신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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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마켓

지난 시즌 부엌 쇼장을 차린 몰리 고다드가 이번 시즌에는 우리를 시장으로 초대했다. 구석구석 과일 상자가 쌓여 있고, 관객들의 자리에는 천막이 설치됐다. 이 재치 넘치는 공간을 만든 이는 바로 몰리의 엄마이자 세트 스타일리스트인 사라 에드워즈. 런웨이에는 모델들이 양배추를 들고 등장, 모녀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에디터
이예지, 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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