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를 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 내 안에 나만 아는 작은 변화가 생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양질의 다큐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자나깨나 다큐 생각만 하는 에디터가 볼만한 패션 다큐 다섯 편을 꼽았다.
마놀로 블라닉: 도마뱀에게 구두를 지어준 소년
구두 장인 마놀로 블라닉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가 천국이라 일컫는 카나리아 제도에서의 어린 시절, 리한나와의 슈즈 협업, 다이애나 비의 웨딩 슈즈를 만든 사연,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단순한 구두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 마놀로 블라닉의 모습에 감동하게 될 것.
드리스 반 노튼: 드리스 컬렉션
디자이너의 삶은 어떨지 궁금하다면 이 다큐를 추천한다. 파리와 앤트워프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드리스 반 노튼이 어떻게 자신의 패션 철학과 감정을 표출하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엿볼 수 있다. 모든 말이 주옥같았지만 “저는 패션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건 매우 공허한 단어예요. 6개월이 지나면 끝나버리는 말이라, 좀 더 시간을 초월한 단어로 부르고 싶어요”라는 말은 깊은 감동을 준다. 그의 반려견 해리와 늘 함께하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덤이다.
아이리스 아펠: 아이리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멋쟁이 할머니 아이리스 아펠. 중국 묘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평생을 모아온 목걸이나 팔찌를 주렁주렁 걸치고 다니는 그녀. 멋진 것과 추한 것, 싼 것과 세련된 것 등 다양한 것의 조합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 할머니의 존재가 당대의 패션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4달러짜리 반지를 사는 그녀를 보면 행복은 별게 아니라는 기분도 든다.
프랑카 소차니: 혁신의 데스크 소차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프랑카 소차니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30년간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며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녀를 그의 아들이 관찰자 시점으로 기록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 그녀는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사진에 늘 추가하는 것은 ‘꿈’이라고 말한다. 꿈을 꾸는 것은 공짜고, 꿈은 거창해야 한다고.
조앤 디디온: 조앤 디디온의 초상
패션지 에디터이자, 저널리스트 조앤 디디온의 다큐멘터리. 다큐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만 징징대고, 너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것이 어떻겠니?”라는 이야기와 함께 시작된다. 캘리포니아의 소녀가 뉴욕으로 건너가 잡지 에디터가 된 이야기, 뉴욕이 음악과 영화로 보고 들은 모습과 같지 않았다는 실망감, 조앤 디디온의 아파트에 모여 산 히피 친구들 이야기 등 격동의 60년대를 목격한 그녀의 삶이 회고 속에 잔잔하게 흘러간다. 마치 잘 쓴 책 한 권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패션 에디터
-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