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의 여느 갤러리와는 매우 다른 이곳. 디자이너 지춘희가 새롭게 일군 갤러리G 에는 디자이너의 삶이 채집한 격조 높은 미적 취향이 녹아 있다. 나아가 꿈을 이룬 사람만이 아는 여유와 즐거움, 그 꿈의 소통까지도.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다 보니 어느새 핀율의 가구와 박승순 작가의 페인팅, 그리고 미스지콜렉션의 옷이 한데 어우러졌다는 디자이너 지춘희. 항상 꿈꿔온 갤러리 공간을 미스지콜렉션 사옥 1층에 오픈한 그녀의 모습은 살짝 상기된 즐거움으로 가득해 보였다. 6월 15일, 전시 오프닝을 앞둔 갤러리 G는 디자이너가 늘 염원한 ‘색’의 영혼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곳에는 박승순 작가의 추상을 주제로 한 페인팅과 조각 작품 20여 점, 형태의 아름다움과 감각적인 색이 특징인 핀율의 가구, 그리고 미스지콜렉션 서머 에디션이 하나둘 자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짝이는 색색의 스톤 목걸이와 함께 걸린 강렬한 프린트의 의상은 박승순 작가의 회화 작품과 함께 호흡한 결과물. 패션을 넘어 아트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공간 안에 핀율의 가구와 디자이너 지춘희의 의상, 그리고 박승순 작가의 작품이 서로 통하는 순간! 경계를 넘어선 신선하고 절묘한 ‘진짜 그림’을 목도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 미스지콜렉션 1층 ‘갤러리 G’에서.
<W Korea> 최근 선글라스 라인을 론칭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갤러리 오픈이다. 정작 하고픈 꿈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춘희 최근까지 사회적으로 매우 시끄럽고 즐거울 일 없이 지루한 나날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을 더는 미루지 말고 하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여러 명의 작가를 둘러보던 중 박승순 작가의 작품을 보고 그 색감과 소재의 깊이에 매료되었다. 오랫동안 파리에서 활동한 인물이라 다소 생소할 수는 있지만 보석 같은 인물을 찾아낸 것 같다. 그러던 중 내가 좋아하는 우아한 형태와 곡선미를 지닌, 매혹적인 색상의 핀율 의자 등을 함께 조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라는 시즌 특성상,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분위기에도 중점을 뒀다.
박승순 작가의 페인팅을 응용한 미스지콜렉션의 의상 역시 눈에 띈다.
화려한 색감과 가벼운 소재를 바탕으로 올여름에 바로 입을 수 있는 룩을 구상해봤다. 여행지에서도 매우 잘 어울릴 의상과 액세서리 말이다.
그림과 가구, 여기에 옷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삼위일체를 이루는 모습이 매우 신선하다. 특히 가구가 곁들여져 3차원의 공간감을 연출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다 보니 그 가운데 통일감이 생겼다. 취향이 맞아떨어진 느낌이랄까. 좋아하는 것, 그리고 좋은 것에는 서로 통하는 요소가 있다. 박승순 작가 역시 이러한 접근을 매우 즐겁게 받아들였다. 호기심을 느끼며 스튜디오를 방문해 서로를 알아가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서로 기분 좋게 작품을 만들고, 또 어떤 새로운 화합이 이뤄질까에 대한 설렘도 나눴다. 이런 마음이 통해서 이번 전시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또 누구나 전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옴으로써 미스지콜렉션 건물 안에 공공의 아트를 위한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진 셈이기도 하다.
다음 전시를 위한 아이디어도 이미 진행 중인가?
조명부터 그릇까지,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을 순차적으로 수집해 소개할 예정이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을 이루며 그 기본적인 구성을 디렉팅하고 싶다. 사실 다음에 다룰 주인공은 그릇이다. 해외에 나가서 조금 더 많은 그릇을 모을 예정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흰 그릇이 아닌 ‘색’을 입은 그릇이라는 점이다.
갤러리 G에는 그 어떤 경계나 한계도 없어 보인다.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모든 대상은 보는 것을 넘어 바로 판매로 이어진다. 이처럼 아트와 패션과 상업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런데 원래 그들 사이에는 경계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아가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방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고 그릇에 담긴 밥을 먹고 또 의자에서 쉬는 순간 순간처럼… 갤러리 G가 우리 삶의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이길 바란다.
- 에디터
- 박연경
- 포토그래퍼
- LEE CHANG 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