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유가 만난 이 배우들 가운데 오스카를 거머쥔 이도, 트로피와 인연이 닿지 않은 이도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멋진 건 뛰어난 연기를 펼쳐서이기도 하지만, 비루하게 멈춰 있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를 기꺼이 꿈꾸고 더 나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에마 스톤 <라라 랜드>, 여우주연상 수상
“제 원래 이름은 에밀리 스톤이에요. 그런데 제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을 때 이미 다른 배우가 그 이름을 쓰고 있는 거예요. 다른 이름을 생각해내야만 했죠. 열여섯 살짜리에게 새로운 이름을 고르는 일은 무척 흥미로운 탐색이었어요. 그때 전 이렇게 말했죠, ‘난 라일리 스톤이 되겠어!’ 그래서 6개월 가까이 저는 라일리로 불렸답니다. <말콤 인 더 미들>에 단역을 맡게 되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라일리! 라일리! 라일리! 세트장으로 와, 라일리!’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그들이 누구한테 말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난 라일리가 될 수 없겠구나. 그래서 전 에마가 되었죠. 하지만 에밀리가 그리워요. 다시 그녀를 찾고 싶어요.”
케이시 애플렉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남우주연상 수상
“나를 울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했어요. 요즘은 모든 영화가 절 울게 해요. 그게 별로예요. 내가 눈물을 흘릴 만한 나만의 것이 있단 말이에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아파트 마룻바닥에 앉아 흑백 티비로 <엘리펀트 맨>을 본 게 기억나요. 주인공인 엘리펀트 맨이 ‘나는 짐승이 아니야’라고 외쳤을 때 나는 흐느끼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눈물을 흘릴 만한 장면이죠. 그 영화는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 제 마음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운 것이죠.”
루스 네가 <러빙>
“밀드레드 러빙 역의 오디션에서 전 배역 속으로 사라져야 했어요. 오디션 때문에 따로 의상을 준비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서머 드레스를 입었어요. 밀드레드 러빙 같은 모습으로 문을 들어선다면 깊은 인상을 줄 거라 생각했죠. 1년이 지난 후 제가 배역을 따냈다는 걸 알았어요. 칸 프리미어에서 저는 영화제 계단을 풀 메이크업으로 올랐지만 내려올 때는 마스카라가 마구 번진 채였죠. 몹시도 감격적인 경험이었어요. 어서 코를 풀어야 드레스를 더럽히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앤드루 가필드 <핵소 고지>, <사일런스>
“<사일런스>에서 신부를 연기하는 대부분의 과정은 기도였어요. 기도를 해본 적이 없던 저로서는 제 자신보다 위대한 힘과의 관계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어요. 그걸 신이라 해도 좋고, 사랑이라 해도 좋아요,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세요. 제게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거죠. 그리고 전 우리가 늘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신성한 것과 연결되기를 갈망하고 숭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는 거죠. 불행히도 지금의 문화는 우리가 거짓되고 무의미한 것을 숭배하도록 몰아가고 있어요. 저는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 갈망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지에 대해 1년간 탐색했지요.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영원의 틈새를 봅니다. 우리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아이폰에서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느냐의 문제겠죠.”
나오미 해리스 <문라이트>
“나는 드라마틱한 아이였어요.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울게 만들려 애쓰던 어린애였죠. 다른 억양을 연습하기도 했구요. 상상 속의 세계에 살고 있던 셈인데, 동반자는 주로 마이클 잭슨이었죠. 그가 나를 구해주는 설정으로요! 마이클과 결혼하는 그림을 그려서 그의 팬 클럽에 보내기도 했어요. 교문 앞에서 마이클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더 행복한 세상으로 훌쩍 데려가는 미래를 꿈꾸곤 했죠. 아마 내 자신을 피터 팬과 같은 인물이라고 상상했고, 마이클이야말로 그런 존재를 대변했던 것 같아요. 그는 내 남자였어요.”
메허샬레 하쉬바즈 엘리 <문라이트>, 남우조연상 수상
“<문라이트>에서 내가 연기한 후안의 죽음은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그가 어떻게 혹은 왜 죽는지 결코 알 수 없죠. 내 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 때 돌아가셨어요. 4천8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살았지만 우리는 아주 친밀했죠. 돌아가신 직후에는 아버지가 그립지 않았어요. 애도를 경험하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죠. <문라이트>에서 후안의 경우도 같아요. 조용히 사라지지만 당신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거예요.”
데브 파텔 <라이언>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배역을 맡았을 때 나는 열일곱 살이었어요. 첫 상영 때 학교 신발을 신고, 엄마와 함께 런던의 중심가에서 산 끔찍한 슈트를 입은 채 레드카펫을 밟았죠. 저와 함께 연기한 프리다 핀토는 정말 아름답고 화려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핀토와 함께 얘를 걷게 할 수는 없어! 그림을 완전 망쳐버릴 거라구!’ 그러더니 저에게 새 슈트를 갖다 주고, 보기 좋게 꾸며주더군요. <귀여운 여인>의 한 장면 같았죠.”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CRAIG MCDEAN
- 글
- Lynn Hirsch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