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빛나는 시즌이 돌아왔다. 화려한 기교와 액세서리로 무장한 헤어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바로 그 시즌이다.
스타일링으로 승부하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이 그 어느 때보다 현란한 손기술을 자랑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스타일은 ‘마르셀 웨이브’, 일명 핑거 웨이브다. 20년대와 30년대에 유행한 스타일이지만 동시대적 해석으로 거듭났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는 마크 제이콥스 쇼에서 이마를 타고 넘는 촘촘한 물결 웨이브로 두상을 장식한 다음 느슨하게 풀어 내리면서 “곡선과 직선이 만난 스타일은 함께 보면 매우 낯설고 고딕스럽죠. 독특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스타일이 하드 코어적이라면 스텔라 매카트니 쇼의 헤어를 책임진 유진 슐레이만은 깊게 탄 옆 가르마와 모발의 질감을 살려 보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해석을 보여줬다. 마르셀 웨이브가 정교한 손길이 필수라면 보다 쉽게 가는 스타일링도 있다. 델포조와 제이슨 우, MSGM 쇼의 뮤즈들처럼 옆 가르마를 깊게 탄 뒤 관자놀이를 따라 살짝 웨이브를 넣거나 프로엔자 스쿨러처럼 젖은 텍스처를 더하는 거다. 브레이드 헤어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에르베 레제처럼 옆 가르마를 탄 한쪽 부분만 목덜미까지 땋은 스타일이 록 시크 무드라면, 마리 카트란주의 관자놀이 옆으로 꼬아준 스타일은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다. 몽클레르 감므 루즈처럼 터번을 두른 듯 두상 앞쪽에서 머리를 땋은 뒤 왕관처럼 테를 두르는 스타일도 파티에서라면 유니크하다.
헤어 액세서리, 조력자가 되다
그런가 하면 헤어 액세서리라는 훌륭한 조력자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형형색색의 스톤 장식을 더한 헤어핀과 헤어밴드다. 헤어핀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포인트가 되어주는데, 에르뎀과 로다테 쇼가 좋은 예다. 아래로 낮게 묶어서 틀어 올린 번헤어를 만든 뒤 두상과 번이 만나는 위치 한곳에 무심한 듯 툭 꽂아놓기만 해도 서정적이면서 신경 쓴 태가 난다. 이럴 때 메이크업은 간결한 게 좋다. 피부를 깨끗이 정돈한 뒤 입술색에 가까운 립 컬러 혹은 레드 립 하나만 해도 존재감이 드러난다. 반면 알렉산더 매퀸의 뮤즈들은 손가락으로 쓸어 올린 듯 거친 스타일링 위에 핀을 얹어 자유분방함을 더했다. 자연스럽게 풀어 내린 헤어스타일이라면 돌체&가바나의 뮤즈처럼 주얼 장식의 헤어밴드로 로맨틱한 무드를 더하거나 앤 드뮐미스터나 베르사체 쇼처럼 가느다란 검정 밴드를 이용해 중성적인 무드를 연출할 수도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장식은 바로 망사다. 컬러풀한 모자와 망사가 어우러진 구찌 쇼가 숙녀의 느낌이라면 보드라운 모피 장식의 헤어핀을 장식한 뒤 검은 그물망으로 얼굴을 가로지른 뒤 플럼색의 레드 립을 바른 안토니오 마라스의 뮤즈들은 마치 동화 속 예쁘장한 소녀를 연상시킨다. 짐작했겠지만 얼굴에는 최소한의 색만 얹어야 헤어 액세서리가 유치하기보다 고급스러워 보임을 기억하자.
- 에디터
- 송시은
- PHOTO
- JASON LLOYD-EVANS, JAMES COCHRANE, JOE YOUNG SOO(제품)
- 어시스턴트
- 임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