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션과 스트리트 문화, 컨템퍼러리 아트의 교차점에 서있는 코셰(Koche)는 ‘입을 수 있는 쿠튀르’를 표방하는 크리스텔 코셰 (Christelle Kocher)의 레이블이다. 코셰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피스들은 장인들의 놀라운 솜씨가 살아숨 쉬는 프랑스의 전설적이고 역사적인 깃털 공방(Maisons D’Art Lesage)과 자수 공방(Montex & Lemarie)에서 제작된다. 그런데 쿠튀르 급 기교가 깃든 옷들이 놀랍도록 캐주얼하고 실용적이다. 이를 통해 그녀는 ‘입을 수 있는 쿠튀르’라는 슬로건으로 하이패션에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코셰 (Koche)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코셰는 크리스텔 코셰 (Christelle Kocher)라는 내 이름에서 땄다. 단순히 나만의 레이블이 아닌, 디자이너로서의 비전을 보여주는 브랜드이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한하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단 한번의 런웨이쇼를 치르고,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코셰에 대한 패션계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기분이 어떤가?
내가 코셰의 앞날을 기대하듯이, 많은 사람들도 높은 기대감을 품어주기를 바란다. 확실히 프라이즈는 시선을 집중시키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나만의 일에 집중해야 할 필요도 느낀다. 레이블을 론칭하기 전에는 보테가 베네타, 드리스 반 노튼, 끌로에, 아르마니, 소니아 리키엘 등에서 일했고, 지금은 전설적인 공방, 메종 르마리에 (Maison Lemarie)의 아티스틱 디렉터도 겸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당신은 어떠한 교훈을 얻었나?
패션을 배운다는건 아주 기나긴 고된 과정이다. 끊임없는 호기심에 관한 것이어서 이 과정은 결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들은 내게 깊은 영향을 주었지만 코셰를 시작할 때 그동안 경험한 것과는 다른, 뭔가 독특한 것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패션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나?
아주 어릴 적부터 패션을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을거라 상상했다. 내 삶에서 패션은 늘 곁에 있었기 때문에 출발점부터 모든 것이 뚜렷했다.
컬렉션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테마에 따라 작업하기보다는 직감을 따르는 편이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변형시켜 옷을 만들기 때문에, 개념주의적이라기 보다는 직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지난 9월, 당신의 첫 컬렉션 쇼가 포룸데알(Forum des Halles)에서 진행되었다. 데뷔 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이었나?
누구나 자유롭게 즐기고 축복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쇼를 원했다. 브랜드 론칭은 쉽지 않은 일이고, 독립적인 소규모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쇼가 대중적으로 공개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면에서 파리 중심부의 포룸데알은 완벽한 장소였다. 수많은 콘트라스트, 사람들, 상점들, 지하철, 영화관… 모든 것이 다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코셰의 아이템은 메종 르사주(Maisons d’art Les- age), 몽테(Montex), 르마리에(Lemarie) 등 전설적인 공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코셰는 스트리트 룩에 토대를 두지만, 아방가르드하면서도 1990년대의 어떤 것(진, 후디, 조깅 팬츠, 티셔츠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입을 수 있는 쿠튀르 (Couture to Wear)’라 불리는 럭셔리 하이패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흥미롭다.
어떻게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진 과정이었다. 헤리티지와 모더니티 사이에서 균형을 찾길 원했고, 유서 깊은 아트하우스들과의 작업이 해결책이 되어주리라 여겼다(그 중 하나에 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정말 기쁘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두 요소가 거의 충돌 없이잘 어우러진 점이 가장 흥미롭다.
코셰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쿨함’이나 ‘우아함’, ‘스타일리시함’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모든 건 진정성에 관한 것이라 생각한다. 모방이 아닌 옷을 통해 나만의 독특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 동시에 단어는 서로 다를지라도 창의적이고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다.
패션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SNS는 폭발 지경에 이르렀다. 디지털 시대의 패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모든 것이 지금 너무 빨리 움직이고 다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옷은 가상이 아닌 구체적인 것이다. 오늘날 패션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우린 좀 더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일지라도, 소규모 독립 브랜드와 빅하우스의 접근법은 분명 달라야한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타협하지 않고, 나만의 아이디어에 충실할 것.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이 있다면?
헬레나 클로츠 감독의 <아토믹 에이지>를 최근에 보고 정말 좋아하게 됐고, 아무르 오션의 곡을 즐겨 듣는다. 포토그래퍼 메디 메다시와 프레데릭 마수바우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는 내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과 함께 협업도 진행하는데, 이렇게 놀라운 아티스트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나는 정말 행운아다.
패션이 아트가 되는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아직까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패션이 종종 리얼리티나 아름다움을 반영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예술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게다가 패션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내지만 이미 너무 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그건, 모든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이 아닐까?
당신의 #OOTD(오늘의 룩)를 설명해준다면?
주황색 배기 스포츠웨어 쇼츠, 자수 장식의 Koche 문구가 새겨진 멀티 컬러톱 그리고 검은색 턱시도 재킷 차림.
코셰의 아이템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면? 그이유는?
도시. 내가 찾고자 하는 에너지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 에디터
- 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