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의 백 투 더 1988

임예성

누군가는 그의 신드롬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지금 브라운관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남자, 배우 류준열의 빈폴(Bean Pole) 광고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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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한석규 선배의 모습를 떠올리며 진지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한 남자를 뷰파인더에 담기 위해 새벽 7시까지 촬영 현장으로 나서야 했다. 그것도 황금 같은 토요일에. 평소라면 분노와 심한 투덜거림을 감추지 못했겠지만, 늘어지게 자는 대신 발길을 재촉해 도착한 곳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얼굴을 알린 류준열의 생애 첫 CF 촬영 현장. 겉은 무심한 척, 대사는 툭, 하지만 속은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남자 쌍문동 정환이(또는 개정팔)로 분한 류준열은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지금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고 있다. 광고계 러브콜이 쏟아지는 거야 당연지사지만, 빈폴은 일찌감치 그의 매력을 알아보고 누구보다 앞서 모델로 낙점했다.

촬영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는 스태프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류준열.

빈폴의 복고풍 1988 캡슐 컬렉션을 입고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

가을의 절정을 향한 노란 단풍잎이 예쁘게 깔린 성수동의 한 산책로가 오늘의 촬영 장소. 촬영 콘셉트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93년 공전의 히트를 친 한석규의 빈폴 광고를 패러디하는 것. 물론 명대사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를 포함해서 말이다. 카메라가 꺼진 뒤 정환이가 아닌 류준열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궁금증이 앞서던 찰나, 자전거 로고가 박힌 셔츠에 말끔한 슈트 차림의 류준열이 등장했다. 이른 아침부터 진행되는 촬영인지라 좀 긴장한 듯도 했지만, 조금 쑥스러운 듯 슬며시 피어오르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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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컷을 뽑아내기 위해 반복되는 촬영에도 흔들림이 없는 류준열.

은행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다가 덕선(혜리)을 닮은 듯한 자전거를 탄 소녀가 스쳐가면 설레는 듯 바라보는 설정. 간만에 보여준 진지한 연기가 아무래도 어색한지 실소가 터졌고,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큰 웃음이 터졌다. 오후 촬영은 성북동의 한 담벼락으로 이동해서 이어졌다. 은행나무길에서는 2015년의 류준열이 콘셉트였다면, 성북동에서는 1988년으로 돌아간 듯한 정환의 콘셉트. 카디건을 어깨에 묶어 걸치고 통이 넓은 치노 팬츠를 입자 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복고 패션이 완성됐다. 친근한 외모도 레트로 무드에 한몫했다. 촬영이 재개되자 자전거를 탄 소녀는 계속해서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갔고, 자전거 거울에 반사된 빛은 류준열의 얼굴을 향했다. 추운 날씨와 반복되는 촬영에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웃는 모습에 스태프들의 호흡은 더욱 완벽해졌다.

현장 카메라에 잡힌 류준열의 얼굴. 그는 지금 덕선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멋진 앵글을 연출하기 위해 연기 중인 그를 자세히 관찰하는 CF 감독.

22년 전 CF에서도 나온 배경음악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가 흐르며 무드를 더했고, 다 같이 쌍팔년도 추억에 젖는 듯했다. 무사히 끝난 촬영도 패러디도 모두 성공적. 살짝 귀띔하자면 80년대 복고 아이템을 모던하게 풀어낸 빈폴의 1988 캡슐 컬렉션이 판매된다고. 실제로 만나본 그는 눈웃음이 참 매력적이었고, 스태프들에게 캔커피를 챙겨줄 만큼 따뜻한 남자였다. 촬영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들 또한 류준열앓이에 동참할 기세. 아직 보여줄 게 훨씬 많은 이 신인 배우에 아침보다 궁금한 게 더 많아졌다. 드라마가 방영하는 금요일까지, 나는 또 어떻게 기다리나. 애가 탈 지경이다.

http://goo.glCn0X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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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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