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펑크 디자이너 바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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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 IS’의 디자이너 바조우가 10꼬르소 꼬모와 협업한‘지그재그’ 컬렉션.

지그재그 컬렉션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의 일환으로 10 꼬르소 꼬모와 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 협업의 아이디어는 최근 영국의 레벨룬 펑크 페스티벌에 다녀오면서 영감을 얻었다. 어렸을 때 음악 하는 형들과 스컹크 헬, 디지비지 라이브 클럽의 벽을 포스터를 찢어 덧붙이고, 낙서를 하며 꾸미던 때를 떠올리며 옷에 접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에는 펑크를 상징하는 과격한 그림과 반항적인 레터링은 뻔한 것 같아 하지 않았고, 그보다 가볍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펑크 록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의상을 만드는 당신이 이번 컬렉션 전반에 핑크색을 썼더라. 좀 의외였다. 그렇다. 핑크색은 처음이다. 그런데 원래 핑크색을 좋아했다. 내 컬렉션에는 늘 컬러풀한 옷이 포함됐지만 팔리는 건 거의 검은색 옷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 언급했듯 가볍고, 기쁜 에너지를 핑크와 컬러풀한 낙서로 표현하고 싶었다. 포스터에 적힌 밴드의 이름 위에 또 다른 밴드의 이름이 섞이고, 내용을 알 수 없고 의미 없는 문장과 욕설을 뒤죽박죽 섞으면서 말이다. 펑크에서는 카오스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는 더 경쾌하고 가벼운 지그재그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지그재그는 모든 것이 뒤죽죽 섞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컬렉션의 준비 과정도 특별했을 것 같다. 준비하는 데 두세 달 정도 주어졌는데, 일단 기본이 되는 디자인이 나오면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워싱을 했다. 워싱을 마친 제품에 직접 낙서를 하며, 프린트를 만들었다.

수작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한 아이템당 딱 10개만 만들기로 정해놓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렇게 적은 수량을 만드는데, 옷의 모양새가 다 같으면 재미없지 않나. 그래서 옷 하나하나에 형태가 다른 낙서를 넣은 것이다.

옷에 ‘FAMILY + FRIENDS= ALL’ 이라는 메시지가 자주 보인다.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다. 말 그대로 가족과 친구가 소중하다는 것, 그것이 전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사실 과격한 표현은 이제껏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테니까 이번에는 좀 색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진행된 핸드 프린팅 퍼포먼스도 독특했다. 지그재그 컬렉션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맞는 메시지를 즉흥적으로 적어주고 싶었다. ‘협업했으니 이 옷을 사가라’라는 태도 말고. 내 옷이 좋아 선택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낙서를 더하는 퍼포먼스를 원했다.

이번 지그재그 컬렉션은 어떤 사람과 잘 어울릴 것 같나? 록을 좋아하는 사람이 내 옷을 입는 건 재미없다. 내 메시지가 의도치 않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렸으면 좋겠다. 내 옷이 어떤 사람에게 가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석되기를 바란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99% IS 혹은 바조우를 애정한 사람들도 이번 협업을 좋아할까? (웃음) 그럴 것 같다. 적어도 내 친구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

에디터
김신(Kim Shin)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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