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풍요로운 컬러 팔레트로 무장한 F/W 시즌 액세서리들. 올가을, 한 폭의 탐스러운 패션 정물화가 당신의 특별한 심미안을 만족시킬 것이다.
Esthetic Luxe
언젠가는 시들어버릴 꽃과 과일의 탐스러움, 그리고 부서져버릴지도 모를 투명한 유리잔의 청아한 반짝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이 정물화에 담은 건 화려한 식기, 그 당시 배를 타고 들어온 진귀한 과일과 해산물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순간 사그라들지 모를 생의 불꽃을 유념한 채, 삶의 기쁨과 욕망을 이중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이처럼 짧은 인생을 대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는 누군가에게는 더욱 경건한 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더욱 유희적인 찰나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이끌지 않았을까. 그러니 매혹적인 현대 여성을 위한 성찬이 차려진 F/W 시즌, 당신이 이 계절을 즐기려는 자세 또한 이와 같다. 한두 가지의 포인트 아이템으로 절제된 우아함을 고수하거나 혹은 화사한 빛을 머금은 다채로운 아이템을 풍성하게 더하거나. 메탈릭한 소재와 장식을 차용한 백과 슈즈, 우아하고도 모던한 주얼리처럼 말이다. 나아가 이번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재킷이나 코트에 파워를 더할 클래식한 브로치 역시 좋은 선택. 그 방향을 정했다면 이젠 가을을 온몸으로 껴안을 일만 남았다. 지금 이 순간의 생을 더없이 강하게 열망하며.
My Retro Lady
어느 가을 날, 갑자기 센티멘털해져 자신의 삶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 되뇌는 당신이라면? 누구도 풀 수 없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확실한 감정의 해소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한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식기들의 자화상을 통해 인간의 세속적인 삶이 예측할 수 없이 짧고 덧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정말로 우리 삶이 영겁의 세월을 이어온 자연에 비할 바 없는 미미한 찰나의 순간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무위의 깨달음보다는 차라리 순간순간을 욕망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판가름할 수 있는 심미안이 요구된다. 이건 매일의 먹거리를 위한 식탁뿐만 아니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옷장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다. 그러니 자신이 욕망하는 삶의 모습과 자화상이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것. 그러면 스스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깊고 매혹적인 컬러를 머금은 부드러운 스웨이드 백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패치워크 장식 부츠, 여기에 가을의 서정적 감성을 대변하는 베레모야말로 가을의 패션 성찬을 위한 클래식임을 상기하면서.
- 에디터
- 박연경
- 세트 스타일리스트
- 김민선((Trevi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