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W 컬렉션을 통해 데뷔쇼를 선보인 6명의 디자이너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컬렉션을 연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품평했다.
구찌 알레산드로 미켈레
‘오, 지저스!’ 예수님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에게 보낸 패션 미디어들의 찬사다. 디자이너 한 명이 패션 하우스를 어디까지 갈아엎을 수 있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준 사례. 과도한 LA 감성을 쏙 빼낸 담백한 톰 포드라고 해야 하나. 여기에 브루클린 힙스터의 쿨함까지 느껴진 성공적인 데뷔 쇼. – 최유경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기까지는 단 몇 초면 충분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너드(Nerd)한 감성을 버무린 매력적인 컬렉션으로 구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단시간 내에 구찌의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하며 밀라노 최고의 이슈남으로 등극!! – 정환욱
쇼 직후, SNS에는 그에 대한 찬사로 도배가 될 지경이었으니. 프리다의 그림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만큼 재정비된 하우스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 1면을 장식한 금박 플리츠 원피스와 모피를 장식한 홀스빗 슈즈가 베스트 룩! – 이예진
오스카 드 라 렌타 피터 코팽
드 라 렌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후계자로 피터 코팽을 직접 임명한 이유는 자신의 것을 베낀 듯이 그대로 이으라고 한 것은 아닐 터. 첫 컬렉션은 드 라 렌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가 코팽에게 기대하는 건 좀 더 센슈얼한 레이디라이크 감성이다. – 최유경
극도로 여성스러우면서도 묘하게 관능적인 피터 코팽의 니나리치를 좋아한 일인으로서 그의 이직은 왠지 아쉬웠다. 그리고 그의 첫 오스카 드 라 렌타 쇼. 우아함이 중요한 브랜드에 코팽 이상의 적임자는 없지만, 내놓은 첫 결과물은 솔직한 마음으로 좀 지루했다. 비판을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안전한 선택은 한 건 아닐지. – 이경은
혹시 피터 코팽에게 전달된 하우스의 가이드라인이 다음과 같지는 않았을까? 아이코닉한 꽃무늬를 변형하지 말고 그대로 쓸 것, 투피스를 10벌 이상 만들 것, 원색 새틴을 적극 활용할 것. 아무리 그랬더라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쇼였다. 오스카 드 라 렌타에 경의를 표한다 해도 이건 2015년의 컬렉션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고루했다. – 김신
까르뱅 알렉시스 마샬&아드리앙 켈로도
기욤 앙리는 까르뱅을 로맨틱 쿠튀르 터치가 들어간 ‘입을 만한 가격대’의 캐주얼로 단숨에 안착시켰다. 알렉시스 마샬과 아드리앙 켈로도가 데뷔 쇼에서 구사한 60년대 무드는 사랑스러운 까르뱅 걸에서 차갑고 모던한 쿨 걸로 전환된 느낌. 생각보다 방향 전환의 각이 컸다. – 최유경
기욤 앙리의 까르뱅이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던 순진무구한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면 알렉시스&아드리앙
듀오의 까르뱅은 무표정의 차갑고 도도한 소녀를 연상케 한다. 나긋나긋하고 사랑스러운 까르뱅을 기대했던 팬들은 약간 아쉬움이 남았을지도. – 정진아
우리가 까르뱅에서 기대하는 소녀적 감성과 대담한 장식, 화려한 패턴은 A라인 스커트와 팬츠 수트, 원피스에 적절히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듀오 디자이너의 색깔을 드러내기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던 것은 아쉬울 따름. – 이예진
니나리치 기욤 앙리
기욤 앙리는 용감했다. 성별로 치자면 여자, 그중에서도 가장 여자였던 니나리치의 사랑스러운 기운을 오버사이즈 밀리터리 유니폼에 조합해 누그러뜨린 것. 컬러 또한 과감했다. 화이트, 네이비, 누드 등을 활용, 핑크가 빠진 니나리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고객들에게는 따가운 눈총을 받을지언정 왠지 처음이라 가능한 쇼인 듯 보였다. – 김신
고양이처럼 미소 짓는 발칙한 소녀가 떠오르는 옷을 만들던 까르뱅 시절의 기욤 앙리. 그가 그려낸 니나리치의 레이디는 의외로 하우스의 성격 그대로 아주 성숙하고 우아했다. 게다가 이전보다 훨씬 쿨한 느낌까지! 그건 아무래도 실용적이고 캐주얼한 요소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재적소에 끼워 넣을 줄 아는 앙리의 기량 덕일 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 이경은
하우스의 잔재라고는 살갗이 비치는 레이스 원피스뿐. 간결한 라인을 내세운 기욤 앙리 식 해석은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입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까르뱅에 이어 두 번째 홈런 예감! – 이예진
메종 마르지엘라 존 갈리아노
아티즈널 컬렉션을 통해서도 이미 입증되긴 했지만, 존 갈리아노에게 이 시대의 패션 천재라는 수식어는 전혀 아깝지 않다.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 없이 옷과 캐릭터만으로 관객을 압도한 쇼! 갈리아노의 폭발하는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패션 괴짜들이 펼친 판타지는 패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 정진아
존 갈리아노의 천재성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르지엘라 특유의 절제미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란한 헤어&메이크업과 의상들. 특히 잔뜩 움츠린 모델의 기괴한 워킹은 정말이지 인상적이었다. 오롯이 마르지엘라의 옷에 집중하던 이들에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이다. – 정환욱
존 갈리아노는 더 충만해진 ‘똘끼’를 폭발적으로 분출했다. 과장된 메이크업에 뜬금없는 고무장갑 스타일링, 곱사처럼 워킹하는 모델과 커다란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정신분열자처럼 걷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세상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함께 자연스레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웰컴투 갈리아노! – 김신
에르메스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
하우스가 지닌 품격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충실히 담아냈지만 극도의 안전 노선만을 고집한 느낌! 우리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체된 하우스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줄 디자이너 특유의 에너지와 개성이다. – 정진아
절반의 성공? 강렬한 색과 소재의 활용으로 한층 터프하고 섹시한 에르메스를 선보였다. 이전의 에르메스가 특유의 여유로움과 고급스러움으로 드라마틱한 무드를 강조했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과연 그녀는 크리스토프 르메르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 정환욱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는 승마에서시작된 하우스의 아이덴티티에 집중했다. 드러내기보다는 숨겨두기로 작정한 듯, 안장에서 영감 받은 D 모티프는 큼직한 주머니, 둥글고 큼직한 칼라, 가죽의 커팅에 은근하게 녹여냈다. 특히 간결하고 완벽한 재단은 가죽, 실크, 스웨이드의 고급스러운 소재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우아하고 센스 있는 나데주의 기분 좋은 출발! – 김신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정진아
- 포토그래퍼
- LEE HO HYUN,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