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더블유의 게스트 에디터가 되었다. 그녀가 인터뷰 대상으로 고른 인물이 자신의 동료이자 뮤즈인 키어스틴 던스트라는 건 퍽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영화와 일상,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 묻고 답한 두 사람의 대화.
영화감독마다 페르소나를 가진다면, 소피아 코폴라에게 그런 배우는 키어스틴 던스트일 것이다. 코폴라의 장편 데뷔작인 <처녀 자살 소동>, 그리고 첫 메이저 스튜디오 프로젝트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의 주연이 바로 키어스틴 던스트였으며, 최근 영화인 <블링 링>에서는 카메오 출연으로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코폴라는 던스트에 대해 ‘나의 첫 여주인공이자 가장 사랑하는 캘리포니아 금발’이라 표현한다. 그 자신이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비롯해 <럼블 피쉬> <프랑켄위니>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코폴라, 그리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인상적인 아역으로 배우 커리어를 출발한 던스트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마 패션과 스타일 전반에 대한 관심사의 공유야말로 두 사람의 더 큰 공통분모겠지만.
소피아 코폴라 토론토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당신은 열여섯 살이었고, 나는 <처녀 자살 소동> 배우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당시 그곳에서 무슨 촬영을 하고 있었나?
키어스틴 던스트 미셸 윌리엄스와 함께 출연한 <딕>이라는 정치 코미디 영화였다. 그때 당신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가 포시슨스 호텔에 나를 데려갔다.
<처녀 자살 소동>의 원작 소설인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처녀들, 자살하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나?
몰랐다. 당시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독서 목록은 대부분 영어 수업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우리 둘은 무언가 사물이나 일에 대한 접근 방식이 비슷한 것 같다. 혹시 의견이 맞지 않는 감독과 일해본 적이 있나?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 반응했나?
물론 있고, 매우 힘들었다. 뜻깊은 경험이라기보다 그저 해내는 걸로 만족하는 쪽이었다.
만약 감독이 일하는 동안 기싸움을 걸거나 힘들게 한다면? 혹시 그런 적이 있었나?
그런 적은 없다(웃음). 나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려 애쓴다. 함께 일하는 동료 간의 관계를 저해하는 일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셀카를 찍고, 영화 홍보가 중요한 이 시대에 신비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너무 많은 영화에 출연하지 않으려 제한을 두는 편이며, 프로젝트를 고르는 데 신중하게 시간을 할애한다.
로다테의 디자이너, 로라와 케이트 멀리비 자매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특별한 날에는 제일 처음 로다테로 향하나?
로라와 케이트는 그들의 옷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들의 옷을 처음으로 입은 여배우가 나라고 알고 있으며, 그 후로 지금까지 우정을 나눠온 사이다. 로다테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을 입는 일은 정말 즐겁기 때문이다.
살면서 받은 조언 중 최고의 충고는 무엇인가? 내 경우는 20대 때 안젤리카 휴스턴이 해준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으며, 또 모든 사람이 좋아하도록 노력하지도 말라는 조언이었다. 오랫동안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말 좋은 충고다. 나는 본능을 잘 믿는 편이고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께서는 늘 내게 직감을 믿으라고 말씀하신다.
다른 시대 배우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누구인가?
리버 피닉스와 폴 뉴먼.
이번 호의 주제는 아름다움과 잘 사는 것에 대한 판타지적인 삶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인가? 그곳에서 어떤 일을 즐기나?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빅서(Big Sur)에 위치한 통나무집 리조트인 포스트 랜치 인(Post Ranch Inn)을 좋아한다. 지난 생일에는 산타바버라 근처 몬테시토에 있는 산이시드로 랜치(San Ysidro Ranch)에 머물렀는데 정말 멋졌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작가 이언 플레밍의 자메이카 별장인 골든 아이(Golden Eye)에 정말 가보고 싶다.
한 인물을 형성하는 데 옷이 하는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신을 돕는 것들이 특별히 있나?
옷은 사람이 느끼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일상에서 사소한 일을 할 때도 입는 옷에 따라 행동과 기분이 달라진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몇 살 때였나?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금이 가장 좋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좋고,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27세 무렵이었다. 인생의 앞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제외한 역사적 인물 중에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이 있나? 내 친구인 파브리지오 비티(루이 비통의 슈즈 스타일 총 디렉터)는 당신이 20세기 초의 미국 배우 진 할로우를 닮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진 할로우를 연기해보고 싶다! 역사적 인물에 관한 영화는 어려운 편이지만 나는 어떤 제안에도 귀를 기울일 의향이 있다. 물론 영화가 정말 좋은 작품이어야겠지만.
어린 나이에 오디션 보는 것은 어려웠나? 아니면 즐기는 편이었나?
어렸을 땐 워낙 오디션을 많이 봤고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괜찮았다. 그러나 지금 만약 오디션을 해야 한다면 다양한 연기를 단시간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겁이 날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연기를 하게 된 건 어머니 때문이었나? 연기가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던 적은 없나?
살면서 딱 한 번 생각한 적은 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차차 사라졌고, 심지어 연기에 대한 애착이 예전보다 강해졌다.
연기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나? 내 경우엔 아트 디렉터의 숨은 꿈이 있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을 좋아한다. 시도해보고 싶은데 내가 어떤 공간을 디자인하고 나면 거기서 살고 싶어질 것 같다. 무엇이 되든 창의적인 일을 고수하고 싶다.
당신의 스타일은 정말 근사하다. 스타일리스트가 배우의 옷을 입혀주는 현재와 여배우들이 직접 옷을 고르고 입던 과거 시절을 비교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예전의 레드 카펫 룩들을 기억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해주는 스타일리스트를 찾았다면 정말 행운인 거다. 하지만 스타일리스트가 관여하지 않던 예전의 레드 카펫 룩이 더 재미있는 면도 있다. 사소한 요소들로 비판받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에 노출 장면이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 두려운가?
영화 자체에 적절하게 느껴진다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늘 긴장되긴 한다.
일에 있어 당신은 굉장히 스마트하다. 이런 면이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영리하고 똑똑하다는 점이 여배우로서의 당신을 복잡하게 만드나?
프로젝트를 고르는 데에 있어서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임한다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감독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생각나면 감독 일에 흠뻑 빠지게 될 것 같다. 아직까지 그럴 만한 계기가 없었지만. 지금까지 단편영화 두 편을 연출해봤는데 정말 즐거웠다.
스타일 히어로가 있다면 누군가?
언제나 당신, 소피아 코폴라의 스타일을 좋아해왔다. 다른 누구보다 내 친구들의 스타일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Interview by Sophia Copola
- 에디터
- 황선우
- 포토그래퍼
- JUERGEN TELLER
- 스탭
- 스타일링 / Felicia Garcia-Rivera(로티 모스), 헤어 | Adir Abrgel for Starworks Artist, 메이크업 | Dick Page for Shiseido, 매니큐어 | Tracey Sutter for Babor, 매니징 디렉터 | Georg Ruffles, 포토 어시스턴트 | Maxim Kelly, Jeremy Fortin, 패션 어시스턴트 | Kristina Koelle, 프로덕션 | Lisa Grezo at GE Proje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