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미의 그림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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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마저 싱그러운 오월, 디자이너 우영미가 그녀의 옷을 닮은 담백하고 여유로운 공간인 ‘맨메이드M(anmade)’를 공개했다. 모던하게 솟은, 이 그림 같은 공간은 국내 첫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아트와 패션을 접목시킨 크리에이티브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나아가 한국 패션의 랜드마크가 될 ‘현재진행형’의 맨메이드 숍을 만든 세 주인공인 우영미 대표와 크리에이티브 디터렉 우장희, 아트 디렉터 정유경을 만났다.

갤러리의 콘셉트가 우영미의 아이덴티티 안에 진하게 녹아든 복합 문화 공간인 맨메이드(Manmade). 그 공간 안에 S/S 시즌 우영미 컬렉션 의상을 비롯해 컬래버레이션 아이템 등이 어우러졌다. 맨메이드를 만든 듀오 디자이너 우영미 (의자에 앉은)와 우장희(오른쪽), 우영미의 딸이자 브랜드 우영미의 아트 디렉터인 정유경(왼쪽)이 자연광이 비치는 맨메이드 2층의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갤러리의 콘셉트가 우영미의 아이덴티티 안에 진하게 녹아든 복합 문화 공간인 맨메이드(Manmade). 그 공간 안에 S/S 시즌 우영미 컬렉션 의상을 비롯해 컬래버레이션 아이템 등이 어우러졌다. 맨메이드를 만든 듀오 디자이너 우영미 (의자에 앉은)와 우장희(오른쪽), 우영미의 딸이자 브랜드 우영미의 아트 디렉터인 정유경(왼쪽)이 자연광이 비치는 맨메이드 2층의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방금 2층 맨메이드 카페의 홈메이드 스타일 디저트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물론 우영미 컬렉션 의상도 흥미롭게 감상했고 말이다. 이름은 ‘Manmade’지만 남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이 멋진 공간을 구상하며 롤모델이 된 숍은 없었나?
우장희 세계의 유명 패션 도시들에 훌륭한 숍은 무척 많다. 하지만 여성 듀오 디자이너가 만든 남성을 위한 공간, 더구나 아트와 패션이 만나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구상하며 영감을 받을 만한 곳은 없었다. 우리도 처음 시도해보는 일이었기에 힘든 부분이 많았다.

언제부터 이 공간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나?
우장희 한 3년 전부터 생각해온 것이다. 어떤 규모와 콘셉트로 만들어나갈지,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우선 고민했다. 사실 지금 맨메이드의 모습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 공간을 갤러리와 접목하면서 다른 느낌의 공간이 되고, 그걸 어떻게 담느냐가 우리에게 미션이다.

3, 4층에선 우영미 컬렉션을, 꼭대기인 5층에선 우영미의 컬래버레이션 제품과 남성을 위한 셀렉트 숍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우영미 컬렉션은 특히 액자 안의 작품처럼 표현된 디스플레이가 독특하다.
우장희 프레임 워크를 하게 된 이유는 맨메이드의 타깃을 갤러리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남자로 정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5월 12일에 오픈하는 이송과의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시작으로 앞으로 2층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다양한 전시를 열 예정이다.
우영미 패션을 아트처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다. 생활 속의 갤러리로 가볍게 아트와 패션의 접점을 찾으려고 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연히 왔는데 이런 그림을 접한다면 아트를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영미만의 매뉴얼을 만들자는 아트 디렉터 정유경 팀장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세 사람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우영미 난 한 발짝 뒤에 있었고, 이 두 사람이 많은 부분을 진행했다(웃음). 우리는 가족(우장희는 우영미의 동생이고, 정유경은 우영미의 딸이다)이고 함께 브랜드를 운영해왔기에 어떤 게 멋있다는 건 이미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방향성에 있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아트 디렉터가 대략 어떤 그림의 공간을 만들어낼지 진취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현실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좀 더 보수적인 입장에서 우영미의 밸런스와 뿌리에 대해서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세 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첫 전시인 ‘Mind Games’의 작가 선정부터 콘셉트 구성까지 직접 진행했다는 점이 놀랍다.
정유경 유명한 인물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이 공간과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그리고 우영미와 느낌이 맞는 뉴 페이스의 한국 작가를 찾자는 생각에서 여러 작가와 인터뷰했다. 그중 이송 작가는 이번 S/S 시즌의 우영미 컬렉션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주제적으로 보면 극과 극이 통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는 피크닉을 가는 사람, 즉 휴양이라는 도피를 주제로 했다면 이송 작가는 도시 안에 갑갑하게 갇힌 인물을 프레임에 담았다. 궁극적으로 도시 속 현대인에게 위안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공간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작은 사치이자 자신을 위한 교육이라는 면에서의 예술을 보여주고 싶다.

이 공간 안에 담기는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같은 옷이라도 공간에 따라 새로워 보일 때가 있다. 맨메이드 안에서 만나는 우영미 옷이 지닌 느낌은 어떠한가?
우장희 여기에 담긴 우영미는 감성을 더한 공간을 통해 완성도를 더 높인 옷들이다. 우영미의 옷이 봉마르셰나 셀프리지 백화점 혹은 셀렉트 숍에 걸려 있을 때 그 정수를 80퍼센트 정도 보여주었다면 이곳에서는 120퍼센트의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우영미 이 공간을 통해 우영미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느낌이다. 우리의 옷과 딱 맞아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산공원 근처의 신사동 648-1번지, 즉 옛 우영미의 본사 자리에 오게 된 이유와 의미가 궁금하다.
우장희 장소의 의외성이 주는 강렬함이 있을 것 같다. 더구나 브랜드 우영미는 여느 럭셔리 브랜드처럼 눈에 띄는 장소의 화려한 플래그십을 통해 전면으로 나서기보다는 숨은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우영미 이 결정을 통해 이곳은 히스토리 텔링이 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20년 전 솔리드 옴므를 시작한 곳, 우영미의 만 10주년이 되는 해에 헤드오피스가 떠나고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말이다.

내년 상반기에 파리에 맨메이드 2호점을 오픈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점에서 맨메이드의 1호점이 서울이라는 의외성과 의미도 있다.
우영미 그동안 서울에서 우영미 컬렉션을 보여주지 못한 죄책감도 있었다. 맨메이드를 통해 우영미의 전체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큰 의미다.
우장희 해외 바이어가 서울을 찾아와 둘러볼 수 있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파리의 숍은 규모는 이보다 작겠지만 콘셉트는 동일할 것이다.

브랜드를 안정시킨 성숙기에서 이러한 ‘도발 아닌 도발’과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장희 우리의 첫 번째 도발은 파리에서 우영미 컬렉션을 시작한 10년 전이었다. 일단 가서 어쨌든 뚫어보자는 용감한 출발을 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좋은 반응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만의 매뉴얼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정유경 팀장의 제안에 따라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작업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고 한 단계씩 준비해온것이다.
우영미 10년 전에 우리가 파리 컬렉션을 시작할 때는 그저 좋은 옷으로 평가받으면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지치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 시작되었다.

현재에서 나아가 브랜드의 과거를 보듬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실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유경 힘든 과정이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한국에서의 우영미와 외국에서 보여지는 우영미가 달랐으니까. 세계 어디서든 공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우영미만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했다.

최근에 국내 디자이너들이 대기업에 흡수되는 경향을 볼 때, 우영미의 맨메이드는 큰 의미를 지닌다. 후배들에게 하나의 이정표를 던져주기도 하고.
우영미 어느 날 우영미의 간판이 홀연히 사라지고 공사 장막이 쳐 있을 때 사람들은 우영미가 대기업에 팔렸거나 망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것이다(웃음).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이 없어진 게 안타깝다. 물론 패션은 기업에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를 감싸는 하우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하우스가 대기업일 때와 스튜디오일 때는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즐기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우영미 이곳은 상식을 뒤엎는 공간이다. 플래그십은 위로 올리고 2층은 소비자들에게 헌납한 구조부터 말이다. 대개 숍들은 일층부터 제품을 선보이며 팔려고 하는데 우리는 꼭 대기 층에 숍을 올려놓았으니까. 스태프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그 가치를 공유하는 데도 해프닝이 많았다. 그러니 앞으로 이곳이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게 많은 이들이 와서 즐겨주길 바란다. 즐겁게 교감하는 것 말이다. 우린 그때까지 잘 버텨낼 것이다. 우장희 아니, 버티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나 잘하고 있어야겠다(웃음).

에디터
박연경
포토그래퍼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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