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식당, 한눈 파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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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식당, 한눈 파는 카페

밥 먹으러 갔다가 시간에 쫓겨 밥만 후다닥 먹고 나오는 길은 왠지 서럽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음식과 차로 배를 채우며 패션과 디자인까지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먼저 건축가 유이화와 패션 디자이너 박수우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비숍(b-shop). 이곳의 한켠에선, 아내가 유기농 재료로 차려주는 가정식 밥상을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한켠에선 남편이 지은, 몸을 편안하게 하는 옷들이 진열되어 있다. 음식과 옷 모두 조미료를 쏙 뺀, 정갈하고 단정한 맛이 난다.

비숍에서 한남동 방향으로 조금 내려와 새로 문을 연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로 들어서면, 플레이 라인 티셔츠와 컨버스 옆에 계란, 감자, 당근, 호박, 바나나 등의 온갖 식재료가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인 공간이 등장한다. 바로 파리의 마레와 몽마르트르, 그리고 런던의 도버스트리트마켓 내 레스토랑에서 이미 오가닉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로즈 베이커리.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카페인 이곳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냉동고가 없다. 그래서 심지어 과일 주스에 넣어줄 얼음도 없지만, 매일매일 신선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그대로 옮겨온 식탁을 맛보는 기분이다. 7층까지 이어지는 레이 가와쿠보의 기지 넘치는 옷들 덕분에 한껏 들뜬 마음을 1층 로즈 베이커리에서 평온하게 달래보는 것도 좋은 방법. 참고로 이곳의 빨간 테이블은 레이 가와쿠보의 선택이다.

감성적인 디자인 문구를 만들어온 공책(o-check) 디자인 그래픽스의 카페 & 스토어 스프링 컴 레인 폴은 얼마 전 통의동에서 서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어 라이스, 갈비살 라이스 등 꼭 필요한 재료만 욕심 없이 담아낸 한 그릇 음식뿐만 아니라 냄비 받침, 도시락 박스, 슬리퍼, 티셔츠, 컵, 접시 등 일상에 필요한 소품이 가득해, 한번 들어서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소소한 재미가 있다.

10년 넘게 기록에 필요한 모든 소박한 물건을 만들어온 mmmg 카페 & 스토어 역시 안국동과 가로수길에 이어 명동에 새로운 카페를 열었다. 앉고 나면 일어나기 싫게 만드는 폭신폭신한 의자에 앉아, 이탤리언 키쉬, 웨지 감자, 미트볼과 같은 다채로운 먹거리를 곁에 두고, 무엇보다 무언가 끼적이고 싶어지게 만드는 mmmg의 따뜻한 노트와 펜을 손에 쥐고 있으면, 어느새 창밖이 어두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에디터
에디터 /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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